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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생생하게 느낀 보람찬 여정

지난 5월 27일부터 29일까지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 정성껏 준비한 2010년 봄 지방답사가 진행되었다. 방문 지역이 경상남도의 진주, 남해, 하동 쌍계사, 지리산 노고단 그리고 전라북도의 전주, 익산임을 알았을 때, 익산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는 지역이라서 너무나 반가웠다. 과거 익산에 있는 한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수학한 경험은 있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들 지역들을 제대로 방문할 기회는 없었기 때문이다. 평소에 잘 알고 지내는 한국인 친구가 본인도 따라가고 싶을 만큼 훌륭한 코스라고 말해주어 더욱 기대가 높아졌다.



역사와 종교의 깊은 울림이 느껴진 진주와 남해
설레는 마음으로 5월 27일을 기다렸고 드디어 출발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났기 때문에 버스에서 졸음이 몰려왔지만 계절의 여왕이 떠날 채비를 하는 5월 말에 한국의 풍경을 머릿속에 담기 위해 잠을 쫓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과거 경상남도의 도청 소재지이자 교육 도시로 알려진 진주에 도착했다. 서울의 평소 흐린 날씨와 달리 진주는 맑은 하늘과 따스한 날씨로 우리를 맞이했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남강을 따라 형성된 이곳의 풍경은 무척 아름다웠다. 버스에서 내려 식사를 맛있게 하고 진주성을 돌아보았다. 촉석루, 논개사당, 의암을 구경하면서 조선 시대의 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논개가 임진왜란 당시 왜군의 적장을 껴안고 남강에 뛰어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 다음으로 진주 박물관을 견학했는데, 진주를 중심으로 출토된 고대 유물들을 통해 이 지역의 깊은 역사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임진왜란 당시의 진주성 역사를 소개하는 입체 영상도 관람했다. 특히 필자의 눈길을 끈 것은 이순신 장군과 임진왜란에 관련된 유물을 전시해놓은 곳이었다. 예전에 듣기로 일본의 유명한 해군 제독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바로 이순신 장군이라고 했다는데 그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버스는 진주를 뒤로한 채 남해로 떠났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절 보리암에 올랐다.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절을 바라보며 어떻게 이런 곳에 절을 세웠는지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익히 잘 알고 있던 원효대사가 이 절을 처음 세웠다고 해서 더욱 놀라웠다. 그리고 한국 불교 문화의 수준이 참으로 높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종교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 이곳은 아름다운 자연이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보리암에서 내려다보면 햇빛에 반짝이는 바다 물결 사이로 크고 작은 섬이 우아한 모습으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그날 저녁식사를 맛있게 하고 그 지역에서 유명한 막걸리도 맛본 뒤 우리 일행은 숙소로 들어갔다.



지리산의 숨막히는 절경과 다채로운 체험
다음 날 이순신 장군을 기리기 위해 세운 이락사를 방문하고 남해를 떠나 하동의 쌍계사로 갔다. 절 입구에 곧게 뻗은 소나무들을 바라보니 한국의 미가 느껴졌다. 필자의 고향에도 소나무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나중에 고국으로 돌아가더라도 한국의 아름다움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남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라 시대에 세운 사찰이라서 그런지 쌍계사는 고고한 역사의 향취를 간직하고 있었다. 이런 절을 잘 보존하는 한국의 높은 수준을 느낄 수 있었다.
답사 일행은 다음 일정으로 지리산을 향해 갔다. 국립공원 1호이자 한국 8경의 하나이고, 5대 명산 중 하나인 지리산을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우크라이나에도 서부 지방에 ‘카르파티야’라는 산악지대가 있는데 그곳에도 아름다운 산들이 많다. 지리산을 바라보니 그곳이 생각났다. 성삼재에서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지리산의 아름다운 경치는 감동 그 자체였다. 카르파티야와는 다른 한국 산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평소 등산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인데 그날만큼은 스스로 놀랄 만큼 빨리 봉우리를 올라 사진도 찍고 아름다운 경치도 만끽했다.
맛있게 저녁식사를 하며 우리는 ‘뽕주’라는 것을 처음으로 먹어보았다. 식사를 마친 뒤 바람을 쐬러 밖으로 나갔는데 식당 지붕 아래에 아기 새가 보금자리에서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김태상 선생님이 곧바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아기새를 제자리에 넣어주었다. 숙소에서 펠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날 등산을 많이 해서인지 피곤함이 몰려왔다. 방으로 들어간 우리는 모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벌써 마지막 날이 되었다. 이번에는 전라북도의 역사 도시인 전주를 방문했다. 한옥마을로 들어서니 시간이 거꾸로 가는 것 같았다. 한국의 미를 대표하는 한옥이 서울에서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여기는 잘 보존되어 있어서 반가웠다. 우리 모두는 전주에 『조선왕조실록』이 보관되었던 것 등 조선 역사에 대해서 가이드를 해주신 박광일 선생님의 설명을 잘 들었다. 한옥마을에서 우리는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일을 체험했다. 우석대학교에서 운영하는 전주한방문화센터를 방문해서 선생님의 지도 아래 일곱 가지 한약재를 골고루 섞어 한지에 담아 향낭에 넣는 향 주머니 만들기 체험이었다. 점심식사를 한 뒤에는 한옥마을에서 자유 시간을 가졌다. 다시 버스를 탄 일행은 10년 전에 필자가 공부를 했던 익산시근처의 미륵사지로 향했다. 백제 시대 유물이 최근 계속 발굴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현장을 둘러보았다.
삼일간의 이번 춘계 지방답사는 한국의 역사, 전통, 미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이 행사 덕분에 여러 나라에서 온 선생님을 알게 되어서 매우 기쁘다. 이렇게 훌륭한 프로그램을 만든 한국국제교류재단에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벌써 다음 지방답사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