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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 삶의 혼란과 한국 전통의 조화

7월 3일 미국 샌타바버라 미술관(SBMA)에서 <혼란 속의 조화: 한국의 현대사진(Chaotic Harmony: Contemporary Korean Photography)> 전시회가 개막되었다. 샌타바버라 미술관은 훌륭한 아시아 전통 미술 컬렉션이 잘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관람객들은 현대 한국 문화에 대한 이번 전시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동안 보아 온 전시회 중 가장 인상적이고,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전시회입니다” 라고 말하는 관람객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전시였다.



<혼란 속의 조화: 한국의 현대사진(Chaotic Harmony: Contemporary Korean Photography)>전은 단순히 ‘한국적인 것(Koreanness)’을 너머, 대한민국 사진작가 40명의 작품을 통해 사진이라는 매체로 표현한 복잡하고 자극적인 시각적 아이디어의 역동적인 출처로서 한국을 살펴보고 있다.
<혼란 속의 조화: 한국의 현대사진>라는 역설적인 사진전 제목은 한국 현대 문화의 분위기를 규정하는 평행선과 긴장을 암시한다. 현대 작가들은 현대적인 삶의 혼돈과 전통의 조화 사이, 그리고 그들 나라의 복잡한 역사와 그에 못지않게 똑같이 복잡한 미래 사이에 걸쳐 서 있다.
이번 사진전에는 뚜렷하게 구분되는 두 세대의 한국 사진작가들이 대표되고 있다. 여전히 농업사회가 주를 이뤘고 독재정권이 계속되었던 1950년대와 1960년대에 태어난 이들과 1970년대에 태어나 1987년 시작된 새로운 민주화 시기에 한국의 도시에서 성인이 된 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전시 사진들은 여섯 가지의 주제별 섹션으로 나뉘어 전시되었다.

자연 (Nature)
전시회의 첫 번째 섹션 ‘자연’은 배병우의 소나무 시리즈에서 나온 놀라운 사진을 포함하여 오래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 사진은 외국에서 미술의 맥락으로 전시되는 그의 세대 사진작가들의 초기 한국 사진 중 하나다. 배병우는 국보로 여겨지는 경주 주변 숲을 20년간 촬영했다. 소나무는 정의로움, 아름다움, 초월의 상징이며, 배병우는 거의 180여 센티미터에 달하는 길고 좁다란 사진 프린트에서 이런 특징을 강조하고 있다.

문화적 정체성 (Cultural Identity)
사진작가들은 민속, 종교적 행위, 자연세계 등에 표현된 한국의 문화를 재발견하고 묘사하는 데 거의 인류학적인 접근 방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섹션에서 구본창의 섬세한 백자 사진은 도자 명품에 경의를 표하고 있다. 조선 왕조의 도자는 한국의 예술적 성취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것들 중 하나다. 구본창은 각각의 도자를 “보는 이와 만든 이의 마음을 아우르는 무한한 능력을 가진 영혼의 그릇”으로 표현했다.



도시화와 지구화 (Urbanization and Globalization)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국 경제가 안정되고 성장하면서 한국의 수도 서울은 1945년 인구 100만의 도시에서 오늘날 인구 1,000만이 넘는 도시로 커졌다. 이런 급속한 변화가 극적인 효과 없이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안세권은 ‘서울 뉴타운 풍경(Seoul New Town)’이라는 제목의 시리즈에서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서울의 한 지역에서 벌어진 극적인 물리적 변화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슬픈 여운이 남는 그의 세 장짜리 사진(triptych)에서 사람들은 침묵(밤의 침묵, 퇴거당한 주민들의 침묵, 역사가 지워지면서 잃어버린 소리의 침묵)을 느낀다. 2003년 촬영한 첫 번째 사진에서 프레임은 북적대는 판자촌으로 꽉 차 있다. 하늘을 배경으로 모든 집들은 밝게 불을 켜고 있다. 2005년 같은 장면에서는 집들이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푸른 빛깔을 띤다. 2007년에 촬영한 세 번째 사진은 동네가 거의 완전히 파괴된 것을 보여주는데, 이제 삶의 유일한 표시는 불 켜진 십자가 한 개뿐이다.

개인적 정체성 (Individual Identity)
사진 탐구를 위한 개념적 토대로서의 정체성에 한국이 초점을 맞춘 것은 매우 최근의 일이다. 개인적 정체성에 관한 섹션은 한국에서 가장 다작을 하고 가장 잘 알려진 설치미술가이자 사진작가 중 한 사람인 정연두의 두 장짜리 사진(diptych)으로부터 시작된다. 정연두의 두 사진은 2001년 시작한 그의 작품 ‘내사랑 지니(Bewitched)’ 시리즈에서 나온 것으로, 사춘기 삶의 일상 현실과 10대의 꿈의 직업에 대한 정교한 회화적 묘사 두 가지 모두를 기록하고 있다. 이 사진에서는 핑크색 앞치마를 두른 소녀가 낮에 일하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손에 대걸레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에서 정연두는 그 소녀를 남극으로 옮겨 놓았는데, 대걸레는 창으로 변하고, 아이스크림은 얼음과 눈으로 바뀌었다.

가족 (Family)
수천 년 동안 한국인은 동질성을 유지해왔지만, 오늘날에는 10건의 결혼 중 하나가 국제결혼이다. 김옥선은 한국과 뉴욕에서 국제결혼(독일인교수와 결혼한 자신의 결혼을 포함하여) 장면을 촬영하면서 반복되는 동일한 말, “우리는 함께여서 행복해요”라는 말과 계속 만나게 된다. 이 진부한 말은 김옥선이 작품에서 강조하는 문화적 차이에 상충된다. 한 사람은 카메라를 보게 하고 다른 사람은 다른 곳을 보게 함으로써 사진은 구도적으로, 그리고 감정적으로 분리되지만 놀랄 정도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기억 (Memory)
종종 고통스럽고 감정적이기도 하지만 개인의 기억은 젊은 사진작가들의 작품에 촉매가 된다. 양재광의 ‘야간 수영(Nightswimming)’ 시리즈는 사랑하는 (파출부) 할머니가, 그의 표현에 의하면 “관계를 끊고(broke)” 갑자기 떠났을 때 그가 겪은 당황스러움과 충격을 언급한다. 이 사진은 닭의 머리를 한 사람이 아이들을 데리고 사라지는 어린 시절의 반복된 꿈과 관련되어 있다. 닭 머리를 한 사람의 웅크린 모습이 으스스한 위협의 느낌을 강력히 전달한다. 그러나 전면의 어린 소녀를 밝히는 한줄기 빛은 희망을 전달하고 있다.

불안 (Anxiety)
물론 오늘날 현대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불안은 서울에서 160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핵 미사일이다. 백승우는 ‘리얼월드 2(Real World 2)’라는 시리즈에서 밤에 뒷마당에 장난감 병정들을 세워놓는다. 이 조용한 군대는 창을 향해 포복하는데, 창 유리에 여자의 실루엣이 보인다. 병정들은 보이지 않지만 위협적인 북한군을 암시한다.

이번 전시회 작품은 2개의 커다란 전시실에 걸쳐 전시되고 있다. 두 번째 전시실에는 전시 작가들의 전기, 현대 한국의 뮤직비디오, 한국의 전통 음악 등이 들어 있는 3대의 아이패드가 있어 관람객들이 탐색해볼 수 있다. 또한 전시 끝부분에 있는 독서실에는 놀라운 예술가들의 책과 한국드라마를 상영하는 4대의 텔레비전이 있다. 본 사진전은 샌타바버라 미술관에서 2010년 9월 19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