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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게시판

[박물관] 영국 영국박물관 제다빈 1개월차

  • 등록일 2023.06.20


KF 글로벌 챌린저 월간 활동보고서



상세 활동 보고
작성자 제다빈
인턴십 분류 박물관
기관명 영국 영국박물관
프로그램 기간 2023년 5월 ~ 2023년 11월 (6개월)
보고서 해당기간 1개월차
내용
안녕하세요, 2023년 글로벌 챌린저 프로그램으로 영국박물관에 파견된 제다빈입니다. 채광이 좋고 쾌적한 박물관 오피스에서 5월 한 달간 인턴 활동을 보고드립니다. 제 책상은 한국관 갤러리와도 가깝고 다른 부서 큐레이터들과도 소통하기 좋은 위치입니다.

the first picture of golbal challenger


저는 영국박물관 한국 컬렉션 담당하시는 김상아 큐레이터 선생님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인턴 기간 동안 장기적으로 보조해야 할 가장 큰 업무는 가을에 열릴 박물관 행사 준비와 한국 소장품 데이터베이스 정리입니다.

5월 한 달 동안 김상아 큐레이터 선생님께서 중요한 자리마다 저를 도제 교육하듯이 데리고 다녀 주셨습니다. 덕분에 박물관 업무환경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소통이 잦은 박물관 스태프들에게 인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셨으며, 박물관의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또한 기회가 될 때마다 조직의 구조와 박물관의 주요 프로세스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해 주시고 소장품도 많이 볼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무엇보다 배움의 기회가 있는 행사에는 참석을 적극 장려해 주셨습니다. 5월에는 외부 행사도 많아서 런던의 한국미술 관계자분들을 만날 기회도 많았습니다.

1. 주요 업무

  • • 로테이션 레이블 작성 연습
    7월에 진행될 한국관 갤러리 유물 교체(로테이션)에 필요한 레이블 작성을 연습해 볼 수 있었습니다. 70자 내외로 작품의 핵심 정보를 전달하고 작품을 몰입해서 감상할 수 있도록 글을 디자인하는 과정이 재미있었습니다. 다른 전시를 볼 때마다 각 레이블을 신중히 읽고 배울만한 레이블은 직접 찍어와서 좋은 퀄리티의 레이블을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세부 주제를 파고드는 대학원 과정과 달리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공부할 수 있는 기회여서 의미 있었습니다. 레이블 작성 후에는 큐레이터 선생님과 만나서 글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또한 유물 교체를 위해서 컬렉션 팀, 보존팀, 교육팀, 큐레이터가 어떻게 협력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 • 박물관 가을 행사 준비
    가을 행사는 협의 중인 상태라 자세한 사항은 기술하기 어렵지만 행사에 필요한 실질적인 부분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행사에 필요한 세세한 사항을 선생님과 상의해 보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 • 호패 관련 자문 자료 준비
    한 컬렉터가 얼마 전 이메일을 통해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한국 호패에 대한 자문을 구했습니다. 큐레이터 선생님께서는 제가 한번 호패 리서치를 할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먼저 컬렉터가 궁금해할 만한 세부 정보들을 정리했습니다. 호패의 기능, 착용법, 재질, 용도, 목적, 역사 등을 요약했습니다.다음, 약 40개의 호패들에 새겨진 한자를 옮겨 적고 간단한 해설을 덧붙였습니다. 판서 자리에 오른 사람의 상아 호패부터 관청의 정원 관리를 담당하는 사람의 나무 패까지 아주 다양했습니다.

  • • 한국 컬렉션 데이터 정리
    영국박물관의 모든 유물은 MI+라는 데이터베이스를 통해서 찾을 수 있습니다. 큐레이터 선생님께서는 유물 검색이 조금 더 편하도록 스프레드시트에 재정리하는 업무를 저에게 맡기셨습니다. 핵심 정보를 필터를 통해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정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유물이 많아서 장기적으로 해야 하는 업무입니다.

2. 주요 활동

- London craft week 관련 행사

5월 둘째 주는 런던의 공예주간(London Craft Week)이었습니다. 이 시기에 맞춰 한국의 공예작가들을 소개하는 저녁 행사가 자주 있어서 큐레이터 선생님과 함께 참석했습니다. 먼저, Cromwell Place에서는 이수종, 정다혜 작가 등 한국의 현대 도자 작가들을 소개하는 갤러리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같은 시기 한국문화원에서는 한국의 직물 공예를 테마로 하는 전시가 개최되었습니다. 통영대발 제작 장인이자 무형문화재인 조대용 선생님과 정다혜 작가의 artist talk도 들었습니다. 작품에 담는 철학과 생각의 과정을 작가님께 직접 듣는 자리였습니다. 이 행사들은 영국박물관과도 긴밀한 연관이 있는 다양한 한국 기관 관계자들을 파악하고 인사드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런던의 관객에게 한국미술의 어떤 면모가 어떻게 홍보되고 인식되는지 이해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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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장품 실견

이번 달에는 영국박물관 수장고에서 작품을 실견할 기회가 꽤 있었습니다. 영국박물관의 수장품은 공공의 것이기 때문에작품 실견 요청이 들어올 경우 대부분 요청에 응해야 한다고 합니다. 저는 소장품을 실견할 때마다 자리를 함께해서 중요한 정보를 기록하였습니다.

- 학회

6월 8일과 9일에는 청나라 19세기를 탐구하는 큰 학회가 영국박물관에서 열렸습니다. 중국 미술을 전공하는 저명한 학자들과 큐레이터들이 전 세계에서 보이는 자리였습니다. 학교에서 공부할 때 참신한 생각에 감탄했던 학자들도 만나 뵙고 좋아하는 큐레이터에게도 인사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이틀에 걸쳐서 많은 양의 발표를 들었습니다. 장식 예술, 패션, 회화, 은공예 등 각양각색의 장르들이 모두 같은 정도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 학계가 다채롭다고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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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기타

영국 박물관 근무가 즐겁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는 공부할 수 있는 자료가 많다는 것입니다. 매일 박물관 커뮤니케이션 팀에서 영국박물관이 언급된 기사들의 링크를 간략히 보내주십니다. 런던에서 열리는 다양한 전시들에 대한 비평가들의 리뷰부터 문화재 환수와 엮인 외교적 이슈 등 범위가 매우 다양합니다.어떤 문제를 직면했을 때 영국박물관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insider로서 알 수 있다는 것은 큰 특권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관심 있는 기사를 꼼꼼히 읽고 나름대로 노트에 정리하며 저만의 의견을 써보고 좋은 표현을 스크랩합니다. press메일은 제가 매일 기다리는 소식 중 하나입니다.

한달에 한번씩은 아시아 전체 부서 미팅이 있습니다.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큐레이터, 컬렉션 매니저와 키퍼 선생님이 모두 모여서 박물관 현안을 공유하고 각자의 업무 상황을 나누는 자리입니다. 새로운 작품을 부서에서 구입하려고 할 때 프로포절 발표를 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5월 미팅에서는 총 두 개의 작품 구입을 제안하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새로 매수하려는 유물이 왜 가치가 있는지, 기존의 컬렉션과 어떻게 융화될 수 있는지, 이후 전시 계획은 무엇인지 등을 큐레이터의 관점에서 들을 수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저는 공식적으로는 큐레이터 선생님과 일주일에 한번 점심을 먹으며 한 주 동안의 일을 보고합니다. 하지만 선생님과 컨택할 수 있는 경로가 많아서 궁금하거나 상의할 게 있으면 언제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4. 주거

저는 박물관에서 버스로 약 30분 정도 걸리는 St. John’s Wood 에 살고 있습니다. 집주인 부부와 함께 집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박물관과 그리 멀지 않으면서 한적한 동네라 만족합니다. 집은 영국에 도착하기 세 달 전에 영국사랑 홈페이지를 통해서 구했습니다. 다른 인턴분들 보면 일주일 전 파견지에 도착해서 숙소에 머물며 집을 구한 분들도 있던데 저는 주거지가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을 선호해서 합격 발표가 나자마자 집을 물색했습니다. 집주인 부부 중 한 분이 한국 분이셔서 서류가 복잡하지 않았고 보증금과 첫 달 월세만 내면 계약이 완료되었습니다. 다음 파견 가실 분께도 추천하는 방법입니다

다만 제 방보다 넓은 공간에서 책을 보거나 공부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박물관 바로 뒤편의 UCL library에 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영국박물관 anthropology library에서 M25 consortium 카드를 발급받으면 UCL 도서관 카드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Study space이용이 자유롭고 책도 빌릴 수 있습니다.

5. 업무 외 전시

런던이 인턴 파견지로서 가장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는 수준 높은 전시들을 모두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테이트나 V&A 박물관 등 공공박물관은 영국박물관 카드만 있으면 특별전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이번 달에 흥미롭게 본 전시들을 간단히 소개합니다.

  1. 1. Saint Francis of Assisi, National Gallery
    프란치스코 성인의 자비와 자연에 대한 사랑, 그리고 그의 정신이 시각적인 언어로 해석된 양상을 조망한 전시였습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의 이름을 딴 현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번 내셔널 갤러리 전시를 승인하고 축복했습니다. 가톨릭의 허가가 있었던 만큼 전시된 그림의 수준이 매우 높았고 전시 스토리라인도 세련되었다고 느꼈습니다. medieval 부터 Sassetta의 polyptych, Counter-reformation시기 수르바란, 카라바죠, 리베라, 엘 그레코 등의 열정적인 프란치스코 그림, 프란치스코 수도회의 여성 추종자들의 그림, 성인의 정신에 영감을 받은 현대작품들까지 모두 훌륭했습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자연의 모든 만물을 형제라 부르며 환경을 사랑하였는데 이 점을 환경에 대한 현대의 재인식과 맞물리도록 강조한 섹션도 인상깊었습니다.

  2. 2. Hilma Af Klint & Piet Mondrian: Forms of Life
    이 전시는 스웨덴의 추상화가 Af Klint와 Mondrian의 그림이 자연 세계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 초점이 있었습니다. 즉 추상화라 하면 자연의 사물들을 묘사하려는 시도를 완전히 전복하는 미술 사조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전시에서는 두 화가가 추상으로 나아가기 전에 자연 그대로를 화폭에 담으려는 과정이 있으며 그것을 기반으로 어떻게 혁신에 다다랐는지 조명하였습니다. 정사각형의 전시 공간을 시계 방향으로 관람하도록 하고 그 중앙에는 당시 예술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신지학(theosophy)의 촉발 배경을 탐구할 수 있는 섹션이 마련되어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마지막 갤러리에 설치된 Af klint 의 The Paintings of Temple이 무엇보다 가장 놀라웠습니다.

  3. 3. Luxury and Power: Persia to Greece
    영국박물관의 특별 전시입니다. 전시 큐레이터는 이번 기회를 통해 페르시아의 luxury를 다른 눈으로 바라보고자 했습니다. 그리스의 이성적이고 검소한 서양의 정신에 더 익숙한 우리는 여전히 페르시아의 lavish culture에 대한 반감을 느낍니다. 그리스 사람들이 페르시아의 호화로운 예술문화를 제국이 망하게 된 원인이라 폄하한 것에서 영향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전시는 페르시아 제국을 유지할 때 럭셔리가 얼마나 중요했는지, 그리스가 페르시아의 문화와 어떤 점이 달랐고 공통점은 무엇이었는지, 페르시아 패망 이후 알렉산더가 방대한 지역을 평정하며 새롭게 해석된 페르시아의 럭셔리는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탐구합니다. Griffin rhyton부터 그리스의 위트 넘치는 컵, 현 불가리아 지방에서 발굴된 Panagyurishte Treasure까지 한 공간에서 볼 수 있어서 설레는 마음으로 천천히 관람했습니다.

  4. 4. China’s Hidden Century
    조금 더 큰 베뉴에서 진행되고 있는 또 다른 영국박물관의 특별전시입니다. 미술사학계에서 최근 몇 년 전까지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던 19세기 청나라를 광범위하게 다룹니다.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청나라 문화의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그 때의 문화를 흡입력 있게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각 섹션은 그림자에 가려진 인물이 초대하는 방식으로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궁정의 문화부터 군사, 화가, 상인들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 설치되었습니다. 설치된 작품은 그림 뿐만 아니라 옷, 장신구, 생활 용품을 모두 포함합니다. 청나라가 망하는 데 기여한 국가였던 영국이 그 시기를 다시 되돌아보면서 중국의 문화를 존중하고 그 다양성을 찬미하는 시대가 왔다는 게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저는 상하이에 답사도 가고 중국 청나라 문화와 역사에 다소 익숙해서 어색하고 이국적이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는데 런던의 관객들이 쓴 리뷰를 보니 ‘strange’ 한 문화에 초대받는 느낌이었다는 표현이 많아서 흥미로웠습니다.


6. 여행 및 답사

런던에 워낙 볼 게 많아서 부지런히 답사하고 여행했습니다. 오자마자 찰스의 대관식이 열려서 런던 전체가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저는 대관식을 직접 보려 했으나 엄청난 인파로 보지 못하고 그날 St. Paul’s Cathedral에 갔습니다. 마침 새로운 왕의 대관식을 축복하는 성찬식이 열려서 참석하였습니다. 세인트 폴 성당의 장엄한 역사와 화려한 천장화와 모자이크를 관찰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대관식이 열렸던 Westminster Abbey도 이후에 방문하였습니다. 인상 깊었던 답사지 중 하나는 현재 의회로 사용되는 Westminster Palace입니다. 의회 민주주의를 획득하기 위한 오랜 투쟁의 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대단한 공간이었습니다. House of Lords와 House of Commons도 각각 들리며 영국 의회 시스템을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셋째 주 주말에는 1시간 20분 정도 걸리는 Bath에 갔습니다. Roman Bath 문화유산이 관람객들에게 전시되고 있는 방법이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로마시대 영국의 사고방식을 이해해 볼 수 있는 전시 구성에서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이후 Roman Britain에 관심이 생겨 런던의 Mithraeum에도 방문했습니다. 이 공간은 동방에서 전파된 밀교 신인 미트라스를 위한 암흑신전입니다. 블룸버그 런던 오피스 지하에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6월에도 성실히 업무를 하고 열심히 보러 다니며 멋지게 채워나가고 싶습니다. 좋은 기회를 준 KF와 빠른 적응을 위해 신경 많이 써주신 큐레이터 선생님, 그리고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물심양면 도와주는 가족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