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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마음이 함께 어우러지는 향연

지난 14일 저녁 7시,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은 수많은 인파로 붐볐다. 세종체임버홀에서 열린 공연 ‘Touch of Silk, Beat of Heart’를 찾은 사람들이었다. 친구와 함께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거나 초대장을 받아 참석한 이들은 한 여름의 무더위가 수그러든 저녁 무렵, 선선한 바람에 열기를 식히며 공연장으로 입장했다.


서로의 마음을 알아간다는 것
‘현의 울림, 마음의 울림’이라는 제목의 이번 공연은 지난 2003년 시작되어 올해로 다섯번째를 맞이한 ‘주한외국인을 위한 음악회’이다. 이는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한국 문화예술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 기획한 행사로 외국인의 한국문화 이해를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제목에서도 느껴지듯, 한국의 대표적인 발현악기인 가야금 연주와 전통과 현대를 넘나들며 역동적인 리듬감을 선보이는 타악 공연이 펼쳐졌다. ‘숙명가야금연주단’과 타악그룹 ‘공명’을 두 축으로 2부에 걸쳐 진행되었는데 여성적이고 부드러운 가야금 연주에 이어 남성적이고 힘이 넘치는 타악 공연이 어우러지면서 공연장의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1부의 주인공은 가야금. 가얏고라고도 불리는 이 현악기는 명주실로 꼬아 만든 12개의 줄을 손가락으로 뜯어서 소리를 내고, 한국음악 전반에 걸쳐 사용되는 가장 대중적인 국악기이다. 특히 청아하고 부드러운 음색이 일품으로 전통문양의 고운 비단으로 장식된 단아한 드레스를 입고 무대 위로 자리한 ‘숙명가야금연주단’ 단원들의 자태와 어우러져 그 감동이 더했다. ‘숙명가야금연주단’은 전통음악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앙상블로 명성이 높은데, 전통음악은 물론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넘나드는 레퍼토리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아리랑을 시작으로 모차르트 교향곡 제25번 G단조, 춘향가 중 ‘사랑가’ 대목, 비틀즈의 팝송 메들리, 홍콩영화 ‘첨밀밀’의 삽입곡으로 이어진 이 날의 연주곡들은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호소력 있게 다가와 많은 관객으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흥겹게 어우러지는 공명의 장
잔잔한 기타 소리로 막을 연 2부 순서는 전통음악을 매개로 다양한 퓨전을 시도하는 타악그룹 ‘공명’이 이끌었다. 북, 장구, 징, 꽹과리, 대금, 피리 등등의 전통 타악기와 관악기 뿐 아니라 클래식 기타, 트라이앵글, 탬버린이 합세하고, 거기에 더해 바이올린과 첼로로 구성된 클래식 연주팀까지 함께 무대에 오르는 그들의 공연은 관객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가무를 즐기고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흥겹게 노는 우리네 정서가 잘 살아나는 힘있고 유쾌한 공연이었다.
세계 45개국에서 온 국적도 다르고, 인종과 성별, 나이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 ‘공명’의 북소리, 피리소리, 장구소리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고 손을 흔들며 박수를 치고 환호를 보내며 하나가 되는 순간이 계속 이어졌다. 열정적인 관객의 호응 앞에 무대 위의 연주자들 역시 최고의 공연을 선보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특히 즉석에서 파이프로 피리를 만들고, 생수통이 악기로 변신해 흔한 사물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는 퍼포먼스는 유머가 곁들어져 관객의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무대 위로 뛰어나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관객, 무대 뒤로 연주자들이 모두 사라진 뒤에도 곧바로 자리를 뜨지 못하고 갈채를 보내는 관객, 진지하게 연주에 집중한 채 감흥을 느끼는 관객…. 예로부터 흥겨운 신이나 멋을 가리키는 우리말로 ‘신명’이라는 단어가 있다. 말 그대로 ‘신명’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던 이날의 공연은 관객도 연주자도 모두가 주인공이었다.



한국예술단 아중동 순회공연
한국국제교류재단은 매년 실시하고 있는 한국예술단 순회공연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5월 12일부터 24일까지 아중동 순회공연을 실시하였다. 이번 순회공연에 파견된 공연단은 정동극장 예술단으로 출연진과 스탭을 포함해 모두 27명의 공연단원이 참가했다. 공연내용은 화관무, 실내악, 국악가요, 삼고무, 가야금 산조, 사물놀이와 국악 관현악 협주곡, 부채춤, 판굿과 소고춤 등으로 한국 전통 무용과 음악이다.

공연을 실시한 국가는 요르단과 케냐 두 나라이다. 요르단에서는 수도 암만에 있는 Al-Hussein Culture Hall과 The School of Life, 요르단 제2의 도시인 이르비드의 시청극장에서 각각 1회씩, 케냐는 나이로비에 있는 Safari Park Hotel에 있는 Nyama Choma Ranch 극장에서 1회를 공연하여 모두 4회의 공연을 실시했다.

이번 행사는 현지 한국대사관, 요르단 문화부, 암만시청과 이르비드시청, 케냐 문화부 등과 공동주최로 이루어진 것이다. 양국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에 공연을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었으며, 4회 공연 모두 관객들이 공연도중 열띤 박수와 환호를 아끼지 않는 등 많은 호응을 보여 공연을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