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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 울려퍼진 사물놀이 장단

지난 6월 9일 오후 5시 독일 베를린 파벡슈트라세 7번지의 아담한 2층집 마당에서 경쾌한 사물놀이 장단이 울려 퍼지자 마당 가득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베를린 자유대 한국학과의 ‘학술의 밤 2007: 한국 - 극동의 정서’가 시작된 것이다. ‘학술의 밤’이란, 학문은 멀고 대하기 어려운 대상이 아니라 흥미만 있다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베를린과 포츠담 소재 학술.연구기관에서 개최하는 다양한 대중 공개 행사다. ‘학술의 밤’은 매년 하루,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열리는데 일명 ‘일년 중 가장 지적인 밤’으로 불린다. 2005년 10월에 첫 신입생을 받은 자유대학교 한국학과는 올해 처음으로 ‘학술의 밤’에 공식 참여했다.
4시 30분쯤부터 사람들이 하나 둘 한국학과 건물 마당으로 모여 들었다. 마당에 들어선 사람들은 먼저 한국문화 퀴즈를 풀며 한국학의 밤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였다. 드디어 다섯 시, 그룹 ‘신명’의 사물놀이가 시작되고 이어서 ‘소나무’ 한국무용단의 부채춤이 진행되었다. 그동안 작은 마당에는 구경꾼들이 발디딜 틈없이 모여들었다. 관람객들은 악기에 많은 호기심을 보였고, 특히 어린 아이들은 연주자들에게 제법 진지하게 질문하기도 했다. 일곱시에는 김치, 잡채, 김밥, 무채, 쌈, 인절미 등 학생들이 한 가지씩 준비해 온 음식으로 한국음식 잔치상이 차려졌다. 음식을 3유로씩 받고 팔았는데도 한국을 맛보려는 사람들의 줄이 끊이지 않았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 이루어진 병오 스님의 서예 시범 또한 인기 있었다. 스님이 한글 서예로 이름이나 좋아하는 문구를 써주셨는데 희망자들이 길게 줄을 섰다. 먹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한지는 대체 어떤 종이인지, 한글이 어떤 구조를 이루고 있는지에 대한 사람들의 질문에 대답해주느라 힘들었지만 행사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기도 했다. 한글에 대한 사람들의 궁금증은 바로 뒤이어 열린 한글 강연에서 조금이나마 해소되었다. 한국학과 도서실 겸 강의실에서 열린 전남희 한국어 강사의 한글 강연도 창밖에서 강의를 듣는 사람이 있을 만큼 성황을 이루었다. ‘ㅗ’와 ‘ㅣ’를 합치면 무엇이 되느냐는 질문에 입을 모아 ‘ㅚ’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매우 즐거워 보였다. 아홉시에는 작년에 한국여행을 다녀온 얀 크로이텐베르크가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얀의 이야기를 들은 누군가는 올해 휴가 때 한국여행을 계획할지도 모른다.


한국학의 밤은 한국에 대한 다큐멘터리 필름 상영을 마지막으로 새벽 0시 30분을 훌쩍 넘긴 시간에 막을 내렸다. ‘학문의 밤’ 추진본부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한국학과 행사 방문객은 총 256명, 그러나 브로클로스 학과장은 입장권 없이 공연을 관람한 사람들까지 합치면 300명은 족히 된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동방신기를 좋아한다는 독일 소녀들, ‘날마다 좋은 날 되소서’라는 문구가 씌어진 티셔츠를 입은 아저씨, 평창 동계 올림픽 홍보물을 잔뜩 챙긴 욕심꾸러기 소년들에 이르기까지 이 날 모인 사람들은 나이도 취향도 다 제각각이었지만 모두 한국이라는 나라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2008년 6월 14일로 예정된 내년도 한국학의 밤에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한국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알릴 수 있게 되리라 기대한다.

학술의 밤
올해 학술의 밤에는 베를린과 포츠담의 61개 기관, 299개 학과/연구소에서 1,500개 프로그램 제공을 제공하였다. 학술의 밤은 유료행사로 어른 11유로, 어린이 7유로, 가족 22유로의 입장료를 받았다. 입장권 판매 수는 30,852장, 행사 참가자는 연인원 156,858명이었다. 행사추진본부는 11개 구간으로 셔틀버스를 운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