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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한국학의 오늘

4월 25일-26일 이틀간에 걸쳐 서울에서 열린 연례 ‘한·영 미래포럼’은 영국의 한국학 근황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런던대 SOAS·쉐필드대학·옥스퍼드대학에는 여전히 학부과정의 한국학센터들이 운영되고 있다. 또한 더램대학·뉴캐슬대학·캠브리지대학에도 한국학 강좌가 있으며, 다른 여러 대학이나 단과대학에서도 한국에 관심 있는 학자들이 한국에 대한 내용을 강좌에 포함시키고 있다. 그리고 한국어 이외의 분야 중에서는 미술사가 여전히 가장 인기 있는 분야로 남아 있고, 최근에는 한반도 안보 문제 또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은 이처럼 다양한 영국 내 한국학의 모든 분야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오고 있다.

또한 최근 영국 내 한국인들이 증가하여 많은 한국인 2세들이 한국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에 따라 한국 교민이 많은 미국이나 호주에서와 같은 현상이 영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다. 즉, 한국 교민사회의 성장으로 교포신문이나 한국축제 등 한국학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한국과 관련된 것들을 보다 직접 접할 수 있는 기회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연구를 위한 다양한 토대 마련
한편 대학과 같은 정규 교육기관 외에 미술관이나 도서관·문서보관소 등이 보관하고 있는 한국 유물 및 자료들도 한국학 발전에 뒷받침이 되고 있다. 예를 들면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을 받은 영국박물관(British Museum)의 한국실과 삼성의 지원을 받은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의 한국실 등이 있는데, 이들은 단지 한국의 문화재만을 전시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어 및 역사에 능한 학예관 같은 직원까지 두고 있는 것이다. 또한 캠브리지와 더램도 중요한 한국 미술품들을 소장하고 있으며, 그 밖에 몇몇 도시에도 한국 미술품들이 보관되어 있다.

특히 영국도서관(British Library)에는 한국에 대한 자료가 잘 구비되어 있으며, 그 외에 많은 도서관과 문서보관소에 중요한 한국 관련 자료가 소장되어 있다. 또 공공기록보존소(현재 국립문서보관소)는 여러 해에 걸쳐 현대 한국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풍부한 정보를 제공해 왔으며, 한국과 영국의 우호 증진을 위해 오래 전에 설립된 영·한 협회(Anglo-Korean Society)는 회의 장소를 제공하거나 한국학 분야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여 한국학을 지원해 왔다. 아울러 국제적 명성을 지닌 영국의 왕립국제문제연구소(The Royal Institute for International Affairs)는 오래 전에 설립된 중국 연구모임 및 일본 연구모임에 이어 올해 한국 연구모임을 개설하기도 했다.

회원 규모·활동상 등에서 성장 지속
영국한국학협회(BAKS)는 1983년에 일단의 학자들이 한국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요구에 부응하고자 설립한 단체이다. 영국 내 한국에 대한 연구 및 이해 증진을 목표로 하는 BAKS는 초창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현재 50~60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회원은 학자들 뿐 아니라 한국에 관심을 갖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은 정기 회의·워크숍·연구모임 등을 개최하고 있다. 그 중 가장 최근의 연구모임은 2002년 12월 SOAS에서 북한을 주제로 열린 바 있는데 기조연설자였던 라종일 당시 주영한국대사는 북한 연구에 대한 철학적 견해를 들려주었고, 그 밖에 발표자들은 평양 내 영국대사관 개설, 북한의 문학과 영화, 최근의 영국도서관과 영국박물관의 평양 전시회 등을 다루었다.

BAKS는 또한 회의나 연구모임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정기적으로 출판하고 있는데, 제8호가 최근에 발행되었고, 2002년 12월 연구모임에서 발표된 논문들이 제9호에 수록되어 올해 안에 발행될 예정이다. 한국국제교류재단·주영한국대사관·영국 외무성 등이 이 출판사업을 지원해오고 있다, 협회 활동에 대한 더 상세한 정보는 웹사이트 (www.dur.ac.uk/BAKS)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협회 회장이 한·영 포럼 참가자로 초청되는 덕분에 현 회장인 필자는 이번에 서울에서 열린 한·영 포럼에 영국측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가하는 기회를 가졌다.

한편 BAKS는 영국중국학협회·영국일본학협회와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이 세 협회는 회원이 약간 중복되기도 한다. 특히 1990년대 중반부터는 3년마다 세미나를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는데, 지난 2001년 4월 에딘버러대학에서 열린 세미나에서는 많은 한국 연구논문들이 발표되기도 하였다. 또한 영국의 한국학 학자들 대부분은 유럽한국학회(AKSE) 회원으로서 AKSE 회의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어쩌면 영국의 한국학은 미국 등지의 한국학과는 비교가 안 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제 영국의 한국학은 영국 학계에서 굳건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점점 더 많은 연구자들을 배출해 나가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