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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문화교류사업의 현황과 전망

21세기를 ‘문화의 세기’라고 일컬을 만큼 문화에 대한 인식과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도 문화교류사업의 확대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되고 있다. 그 동안 재단의 문화교류사업은 대표적인 사업으로 자리매김을 하지 못하고, 예산 비중도 매우 낮아 위상이 그다지 높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외부에서는 심심치 않게 국제문화교류재단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기회에 한국국제교류재단이 문화교류사업의 발전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현황과 앞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계획을 간략히 소개한다.

문화교류사업 현황
한국국제교류재단의 모든 사업이 우리 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일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문화교류사업은 보다 구체적으로 ‘해외박물관 지원사업’과 ‘공연전시사업’으로 이루어져 있다.

‘해외박물관 지원사업’은 해외 박물관에 한국유물을 영구 전시할 수 있는 독립된 한국실의 설치, 한국유물을 담당하는 전문 인력의 육성, 박물관의 한국문화 관련 프로그램의 운영을 지원한다. 재단은 창립 이후 메트로폴리탄 박물관(미국 뉴욕), 영국박물관(영국 런던), 기메박물관(프랑스 파리)을 비롯한 6개국 14개 박물관의 한국실 설치를 지원했다. 2003년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박물관의 한국실이 확장·개관되었으며, 피바디에섹스박물관에는 ‘유길준 한국미술전시실’이 새로 문을 열었다.


해외박물관에서 한국유물을 관리하는 큐레이터들이 한국미술에 대해 더욱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을 축적할 수 있도록 1999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는 ‘한국미술큐레이터워크숍’은 가장 먼저 참가자 신청이 마감되는 인기 사업 중의 하나이며, 이른바 문화마케팅에서 말하는 고정 관객을 확보하는데 성공한 사례이기도 하다. 워크숍에 참가하는 큐레이터 사이에 자연스럽게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한국미술, 한국문화재 전시 등에 대한 끊임없는 정보 교환이 이뤄지고 있다. 워크숍에 참가한 결과로 한국미술 전시를 기획, 순회하거나 워크숍 강사를 자신들의 박물관에 초빙하여 강연회를 개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부가적인 성과도 거두고 있다. 해외박물관의 한국실을 활성화하기 위한 한국문화 교육 프로그램의 지원은 그 동안 20건을 지원했지만 앞으로 더욱 확대되어야 할 부문이다.

또한, 다양한 우리나라 문화예술 작품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해외에서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공연전시사업’은 재단이 직접 주관하거나 행사 단체에 사업 경비의 일부를 지원하는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과거에는 예산이 열악하여 문화교류사업 예산 중 공연전시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박물관 지원사업에 비해 훨씬 낮았다. 이는 전시실 설치에 몫돈이 드는 박물관 사업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며, 재단 설립 초창기에는 공연전시사업보다는 박물관 지원사업에 보다 비중을 실었기 때문이다. 2002년부터 비로소 공연전시사업의 예산 규모가 미세한 차이로 박물관 사업의 예산 규모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공연전시사업이 양적으로 대폭 늘어났고, 내용면에서도 과거의 전통무용, 음악 중심에서 현대무용, 발레, 클래식, 뮤지컬, 연극, 전시 등으로 많이 다양해졌다.

문화교류사업의 발전 계획
문화교류부에서 일하면서 가장 크게 고민하는 것은 문화교류사업의 정체성이다. ‘재단이 문화교류사업을 왜 하는가, 또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명제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화두이다. 어느 사업이나 다 같겠지만 문화교류사업도 목표의 설정, 전략, 그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 우수한 콘텐츠, 예산의 확보 등이 성공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문화교류사업의 목적은 크게 문화예술활동을 통해 교류가 미진한 지역에서의 ‘교류 기반을 확대’하는 일과, 세계 무대에 ‘우리 문화예술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집중 소개’하는 일이다.

사업 내용 측면에서는 일 년에 한 차례 정도 시행해온 해외 순회 공연과 전시 횟수를 늘리고, 재단이 직접 주관하지는 않더라고 매년 각 대륙별로 문화 행사가 펼쳐질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2004년에 이미 중남미,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다양한 순회 공연과 순회 전시가 추진되고 있으며, 유럽과 대양주에서도 재단이 지원하는 공연전시 행사가 추진된다. 한국문화를 소개하는데 전통이나 민속분야만을 고수하기보다는 다양한 분야를 포함할 것이며, 이미 이러한 방향으로 사업 계획을 편성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단순히 문화예술 단체의 지원 신청을 받아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수동적인 형태에서 벗어나 재단이 미리 지역별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그에 따른 지원 신청을 안내하는 적극적인 방법을 병행할 계획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진정한 지역별 차별화 전략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지역 편중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매년 중점 행사 지역을 정하더라도 재단이 주관하는 전략 사업보다는 일반 단체의 신청을 단순히 지원하는 사업의 비중이 높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일관된 정체성을 확보하는데 걸림돌이 되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외부 전문 인사의 평가를 통한 사업 지원 결정 방식과 함께 사업 수행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2004년부터는 지원 사업을 일반 공모를 통해 신청 받도록 제도도 손보았다.

재단이 지난 10여 년간 축적된 네트워크와 노하우(재단 전신이었던 국제문화협회의 기간까지 합하면 30여 년이 된다)를 활용하여 대형 문화 프로젝트를 시행해 볼 때도 되었다. ‘집중과 선택의 원리’에 입각하여 우리 문화예술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프로그램의 개발도 필요하다. 2005년에는 독일과 일본에서의 한국문화예술 행사에 비중을 두게 될 것이고, 2009년까지는 인도, 중국, 러시아, 브라질을 목표로 할 것이다. 물론, 재단은 정부와 국공립 단체, 일반 단체 등 국내 모든 단체와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다.

한편, 박물관 지원사업과 관련 있는 한국실 개설 지원은 그 동안 미국 중심에서 타 지역으로 그 무게 중심을 옮길 수 있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박물관의 한국실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도록 한국실을 활용한 한국문화의 소개 및 교육 행사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것이다.

문화교류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우리나라와 세계 여러 나라가 활발하게 문화 교류하는 ‘가교’역할이다. 우리 재단이 모든 문화 교류를 직접 추진하거나 반드시 재단을 통해서만 사업이 성사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여러 기관이 가지고 있는 특징과 장점을 이용하여 저마다 사업을 시행할 때, 재단에 있는 국내외 국제 문화 교류 네트워크를 잘 활용하여 문화 교류 를 효과적으로 증진하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 동안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 관계를 맺어온 영국문화원, 일본국제교류기금, 독일문화원, 인도의 국제교류협력센터(ICCR), 뉴질랜드 2000재단, 덴마크의 문화개발협의회(DCCD) 등 해외 국제 교류 기관들과 보다 활발히 교류하는 한편, 국내의 문화예술 지원 단체 및 지방자치단체의 문화 담당자들과 새로운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일에 역점을 둘 계획이다.

이미 유사 사업의 중복을 방지하기 위하여 관계기관 간에 협의 채널이 운영되고 있음을 볼 때, 조만간 국내 문화기관 실무자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자리도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이러한 가교의 역할이 활발해짐으로써 문화 교류의 영원한 과제인 ‘쌍방 교류’도 조금씩 자연스럽게 해결되어 나갈 것으로 전망한다.

정보교류 네트워크 형성이 관건
해외와의 각종 교류가 확대됨에 따라 기관간에 유사업무의 시행 등 ‘업무의 중복성’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재단 문화교류사업도 외부 감사기관으로부터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받곤 한다. 이는 여러 부처나 기관이 추구하는 목적은 다르더라도 그 목적의 달성을 위해 사용되는 ‘공연’,‘전시’라는 도구가 같다는 게 원인이다. 가령, 재단과 가장 많이 비교되는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사업 목적은 ‘우리 국민의 문화예술 창조 역량 강화’이므로, ‘다양한 교류 활동을 통한 우리나라와 국제 사회의 이해 친선 증진’이라는 재단의 사업 목적과는 분명히 다르다. 어쩌면 문화관광부와 문화예술진흥원의 지원으로 제작된 예술성과 창조성이 높은 작품을 재단의 국제교류사업에 활용하는 것이 모범 답안일 것이다. 목적으로는 두 기관의 사업이 분명하게 구분되지만, 적용에 있어서는 그만큼 명확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중복되는 것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데도 일부에서는 기구 일원화라는 아주 단편적인 발상이 나오기도 한다.

문화예술 교류 사업이 많으면 안 되는가? 과연 문화 교류가 그 수나 양을 걱정할 만큼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는가? (세계 11위 정도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한국의 문화적 위상이 국제 사회에서 얼마나 알려져 있는가를 따져 보면 답은 쉽게 나온다.) 누가, 누구를 대상으로 왜, 어떤 내용으로 시행할 것인지에 대한 뚜렷한 목적과 목표 의식을 가지고 문화예술 교류를 시행한 후 그에 따른 결과를 평가하는 한편, 교류를 추진하는 기관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 관계를 유지하여 정책 대안으로 활용한다면 지금 받고 있는 지적들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문화예술 단체끼리 서로 사업을 복제하거나 거의 같은 시기에 비슷한 사업들을 만들어내는 것도 중복성 논란을 야기시키는 원인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한 기관의 신규 사업이 성과가 있다고 판단되면 다른 기관에서도 비슷하거나 아예 같은 사업을 만들어 내어 결국은 같은 사업이 만연하게 되기도 한다. 일례로 주한 외국인에게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사업도 여러 기관에서 산발적으로 시행하고 있어 혼선을 빚기도 한다. 그렇다고는 해도 비슷한 사업을 힘의 논리로 통제하는 것도, 미리 알아서 계획을 취소해버리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여전히 이들 문화예술 사업의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자칫 잘못된 한국관을 갖고 돌아가는 외국인이 아직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업 기관들이 사전에 서로 정보를 교환하여 모든 행사를 하나의 캘린더로 나눌 수 있다면 보다 효과적이고 경제적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문화예술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모든 일을 추진하는 것이 해결의 실마리라고 밖에 할 수 없는데, 그 때문에 문화예술을 담당하는 사람들 간의 네트워크가 더없이 중요해지고 있다.

2004년을 맞아 새로이 부서를 정비한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교류사업은 그 동안의 문화교류사업 제도와 지침을 보완하고, 공모 및 선정 방식도 개선하면서 새로이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