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메뉴 바로가기본문으로 바로가기

아름다운 인연

한국과 태국이 외교관계를 수립한 해는 1958년으로 정확히 49년 전이다. 그로부터 28년 후, 지금으로부터 21년 전인 1986년에 남부 파따니의 송클라대학교에 개설된 한국어강좌가 태국 내 정규 한국어교육의 효시(嚆矢)이다. 한국과 태국의 인연은 역사 문헌에 의하면 14세기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근세 이후만 보더라도 결코 짧다고 할 수 없는 인연이다.

한국과 오랜 인연을 이어온 태국에서 금년 8월 24일 처음으로 한국어 글짓기 대회가 열렸다. 우리 재단의 후원으로 이번 대회를 주최한 마하싸라캄대학교는 방콕, 푸켓, 치앙마이, 파타야처럼 우리 귀에 익숙한 여느 태국 지명(地名)과 달리 다소 생소한 이싼(Issan)에 위치하고 있다(이싼은 태국 동북부지역을 아우르는 지명이다). 호치민시에서 방콕, 방콕에서 다시 비행기로 컨깬(Khon Kaen)에 도착하여 자동차로 1시간 반 정도를 달려 마하싸라캄(Maha Sarakham)에 도착했다.
이번 대회에는 태국에서 한국어 전공과정을 운영하는 5개 대학으로부터 자체 예선을 통과한 대표 3명씩 모두 15명의 학생들이 참가하였다. 마하싸라캄대학교 한국어 전공 학생들이 공들여 준비한 사물놀이와 부채춤 공연이 끝나고, 한국어 받아쓰기가 먼저 진행되었다. 이어 이번 대회의 하이라이트인 한국어 글짓기 경연이 펼쳐졌다. 글제로는 ‘아름다운 인연’과 ‘내가 한국 드라마의 주인공이라면’ 두 개가 주어졌다. ‘인연’이라는 주제가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는 걱정과 학생들이 쉽게 글을 쓸 수 있도록 한 배려에서 ‘한국 드라마’가 함께 제시되었다. 걱정했던 대로 인연(因緣)이라는 말이 어려워서 였는지 대다수가 두번째 글제를 선택했다. <대장금>, <겨울연가>, <가을동화>, <주몽> 등 우리에게 익숙한 한국의 TV 드라마들이 태국 학생들에게 일상생활의 일부가 된 사실을 학생들의 글에서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대회에 앞서 만난 마하싸라캄대학 학생들과의 대화에서도 많은 학생들이 한국어 전공을 선택한 동기로 한국 드라마를 꼽았다. 한국 드라마는 태국에서 한국을 알리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태국 내 한국어 전공과정이 설치된 7개 대학 중 2개 대학이 아쉽게 불참했지만, 전국에 산재한 5개 대학을 대표하는 15명의 학생들이 참가한 이번 대회는 첫 대회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난한 출발이었다. 부전공이나 선택과목으로 한국어를 운영하는 대학의 학생들은 글쓰기 대회에 참여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 참가 가능한 학생들의 다수가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고 본다.
대회 결과 한국어 교육 역사가 오래된 부라파대학교, 송클라대학교, 실빠꼰대학교에서 1~3등을 차지했고, 이번 대회를 주최한 마하싸라캄대학교 학생에게는 장려상이 돌아갔다.

1등을 한 부라파대학교 4학년생의 글은 <대장금>의 주인공에 대한 세밀한 인물 분석과 함께 주인공의 어머니에 대한 지극한 효성을 부각시킨 것이 돋보였다. 2등 학생의 글도 어휘 사용과 맞춤법에서 오류가 조금 있었지만, 내용상 한국과의 인연을 감동적으로 묘사한 수작이었다. 전반적으로 참가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은 높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즉석에서 주어진 주제로 3시간 남짓한 시간에 글을 만들어 내는 일이 모국어 화자(話者)에게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한계와 함께 가능성도 동시에 보여주었다.
태국은 물론 동남아지역에서 한국어 교육은 주로 학생들의 취업을 염두에 두고 말하기 중심의 의사소통 능력 향상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글쓰기 교육은 상대적으로 소홀한 경향이 없지 않은데, 현실적으로 글쓰기 교육을 담당할 교수요원이 부족한 것도 한 이유이다. 취업이 아닌 진학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글쓰기 능력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번 대회가 향후 글쓰기 교육의 중요성과 방향을 점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한국과 태국이 수교한지 50주년이 되는 내년에는 한국어 말하기 대회와 글쓰기 대회가 함께 열려 태국 학생들이 종합적인 한국어 능력을 겨루는 축제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 모든 학생들이 한국과의 아름다운 인연을 계속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