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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에서의 한국어 교육, 그 해법은?

중앙아시아에서 오랜 기간 한국어 교육이 시행되었음에도 수준 높은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체계적인 한국어 교육과정이 설계되지 않았고 이를 반영한 효과적인 교재가 개발되지 못한 것이 큰 이유일 것이다.

1991년 이후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대한민국의 국교가 수립되면서 중앙아시아 지역에서도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여러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교육하기 시작해 우즈베키스탄의 경우는 타슈켄트 국립 동방대학교, 타슈켄트 국립 외교·경제대학교, 타슈켄트 국립 세계언어대학교, 사마르칸트 국립 외국어대학교에서 한국어를 수업하고 있으며 카자흐스탄은 카자흐스탄 국립대학교, 알마티 국립대학교, 키르기스스탄은 키르기스스탄 국립대학교, 비슈케크 국립 인문대학교 등에서 한국어를 교육하고 있다.
하지만 15년 이상 한국어 교육이 이루어졌으나 국내외 사정으로 인해 안정적이고 질 높은 한국어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어려움은 한국어 교육에 필수적인 한국어 교육과정과 한국어 교재가 아직도 제대로 개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1990년대까지는 대개 북한에서 나온 교육 자료와 일부 러시아에서 나온 자료를 사용했고 1990년대 이후에는 한국에서 나온 교재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대부분 대학들은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경희대학교 등에서 편찬한 교재를 사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어 교원의 한국어 수준과 경험에 전적으로 의지해 한국어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교재 선택도 담당 교원이 결정하여 교육기관마다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또한 한국에서 출판된 교재는 중앙아시아 국가의 현지 상황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에 계속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현지에 맞는 교재가 필요하고 현지에 맞는 교재는 한국에서 사용된 교재와 달라야 한다. 중앙아시아와 한국과의 다른 점은 다음과 같다.



1. 중앙아시아의 한국어 교육기관과 한국의 한국어 교육기관은 가르치는 대상이 다르다.
중앙아시아 한국어 교육기관에서는 같은 문화권(같은 언어, 같은 습관, 전통 등)의 학습자들이 공부하고, 한국의 한국어 교육기관에서는 다문화권(다른 언어, 다른 습관, 다른 전통 등) 학습자들이 공부한다. 또한 한국의 한국어 학습자 연령은 15~60세 이상이며 중앙아시아의 한국어 학습자 연령은 16~25세이다.

2. 교육 환경과 상황이 다르다.
중앙아시아 현지에서는 주로 교실 안에서 한국어 학습과 습득이 이루어지고 한국에서는 교실과 교실 외에 원어민들과 접촉함으로써 상당한 학습과 습득이 이루어진다. 중앙아시아 현지에서는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생활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지만 한국에서는 한국어를 필수로 사용해야 하고 한국어를 구사하지 못할 경우 한국 생활에 상당한 불편이 따른다.

3. 한국어 교육의 목적과 목표가 다르다.
한국은 한국어 학습자가 도달하고자 하는 한국어 수준이 각기 다르고 다양하다. 즉 한국에서 생활할 수 있는 수준부터 시작해서 대학교에서 수학할 수 있는 수준까지 많이 다르다. 그러나 중앙아시아의 한국어 학습자들이 도달하고자 하는 한국어 수준은 한국어를 교수할 수 있는 수준, 한국 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수준, 한국의 교육기관에서 수학할 수 있는 수준이다.

4. 한국어 학습 동기가 다르다.
한국의 한국어 학습자들의 동기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교육 목적・목표와 마찬가지로 다양하다. 한국 문화에 관심이 있어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부터 고등 교육기관에서 수학하기를 원하는 사람까지 여러 부류가 있다. 그러나 중앙아시아의 한국어 학습자들의 동기는 한국어 교수, 한국기업 취업, 한국 유학으로 목적이 분명하게 모아진다.

5. 학습 내용이 다르다.
한국 한국어 교육기관의 학습 내용은 주로 한국 생활 소개, 한국 문화 소개와 구어 사용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중앙아시아의 한국어 학습 내용은 현지에 대한 지식을 표현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야 하고, 구어 사용도 중요하지만 한국어로 인쇄된 문헌, 연구물의 이해와 활용 그리고 인쇄물을 번역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6. 학습 방법이 다르다.
한국에 거주하는 한국어 학습자의 경우 초급 학습자도 생활하기 위해 한국어로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 그것을 돕기 위해 한국어 교육기관에서는 과제 중심의 교수법으로 실제 상황과 유사한 과제를 통해 한국어를 지도한다. 지방의 경우 지역 방언 교육까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연구가 나와 있다. 그러나 중앙아시아의 경우 초급 학습자일수록 교실 외에서 한국어로 의사소통할 기회가 적다. 중앙아시아의 한국어 학습자 집단은 대개 같은 문화권에서 같은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사람들이며 한국어 교원들의 경우 현지어와 한국어를 함께 구사하기 때문에 번역 과제 수행 교수법 같은 교수 학습 방법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다언어 학습자 집단을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이런 교수법이 불가능하다. 즉 한국과 중앙아시아는 한국어 교육 배경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교수 학습 방법이 필요하다.
앞에서 언급한 내용을 고려하여 중앙아시아에 맞는 한국어 교육과정이 개발되어야 한다. 그리고 중앙아시아는 대학교 중심으로 한국어 교육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역시 한국어 교육과정 개발과 표준화도 대학교 한국어과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중앙아시아 대학교에는 통일된 한국어 교육과정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학별로 나름대로 교육과정을 설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한국어뿐만 아니라 한국학 관련 교과목(한국사, 한국문화, 한국정치, 한국경제, 한국종교사, 민속학 등)도 가르치고 있다. 모든 대학의 교육과정 표준화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만, 실용한국어(한국어회화) 교과목과 공통 교과목을 중심으로 하루빨리 교육과정 공동 개발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