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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구와 남미, 지구 반대편의 그들을 만나다

깊어가는 늦가을,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에서 국내에서 쉽게 만날 수 없었던 공예전과 사진전이 개최되었다.
스웨덴의 미술과 디자인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스웨덴의 발자취> 전시와 칠레 원주민의 생활상을 담은 <혜안을 가진 마푸체인> 2009 칠레 사진전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 놓칠 수 없는기회가 마련되었다.



스웨덴의 발자취를 따라서
지난 10월 21일부터 11월 7일까지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에서 개최된 <스웨덴의 발자취(Swedish Footprints)>전시전은 스웨덴과 대한민국의 수교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주한 스웨덴대사관과 한서문화협회가 주최하고,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가 후원했다.
이번 전시에는 한국과 스웨덴 양국 간의 미술, 디자인 분야의 활발한 교류를 위해 박석우, 소진숙 등 스웨덴과 밀접한 유대감을 지닌 한국 작가 4명 그리고 스웨덴의 원로 및 신진작가 9명이 초대되었다. 또한 회화에서 섬유미술까지 다양한 형태의 미술을 선보여 많은 국내 미술 애호가들에게 주목받았다.
지리적 거리만큼이나 멀게만 느껴지던 스웨덴의 미술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인지 평일 오후에도 전시실 이곳저곳 관람객들이 눈에 띄었다. 전시실에 들어서자마자 화이트와 레드로 단순화하여 표현한 안넬리 닐슨(Anneli Nilson) 작가의 ‘화합의 상징 버팔로’가 관람객을 맞이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내일’을 향한 희망과 변화를 표현하고자 했다. 이러한 변화와 진보의 상징으로 그가 선택한 것이 ‘버팔로’였다. 강렬한 컬러와 거친 느낌의 터치가 변화를 향한 강렬한 열망을 표현하는 것 같았다.
전시실 한편에는 마치 백화점 여성복 매장처럼 드레스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 옷들을 가만히 살펴보니 옷감이 생소했다. 은빛 와이어를 이용하여 크로셰 뜨개질 기법으로 완성한 드레스와 플라스틱 포일로 만든 드레스도 있었다. 이 작품은 안나-카린 두링(Anna-Karin During)의 ‘눈의 감각’이라는 작품인데 북구의 스웨덴 출신인 그는 부서질 듯한 차가운 눈의 전경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얻은 교훈과 경험을 바탕으로 친환경 의류 브랜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다양한 현대적 감각의 순수 및 응용 미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구, 반구, 타원 등 기초 도형이 사라지거나 생성되거나 하는 변화를 통해서 우리 인간을 비롯한 자연과 환경, 사물의 변화를 표현한 김선민의 ‘점점 더…’라는 작품 등이 소개되었다.
그들은 서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도 달랐고, 표현 방법도 다양했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영감을 얻은 대상은 하나같이 스웨덴이었다. 그들을 통해 만나본 스웨덴은 늘 변화하는 나라, 하지만 변하지 않는 아름다운 자연을 간직한 나라였다. 이번 전시를 기회로 한국 내 스웨덴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지길 기대한다.



마푸체인, 그들의 신념을 담아내다
주한 칠레대사관에서 10월 23일부터 11월 10일까지 마푸체인의 일상을 담은 사진 25점을 선보였다. <혜안을 가진 마푸체인> 사진전은 칠레 8주와 10주에 주로 거주하는 마푸체인들의 생활상을 담았다.
사진작가 링꼬얀 빠라다(Lincoyan Parada) 역시 마푸체 출신이다. 그러한 이유 때문인지 사진 곳곳에 그들의 외형적인 모습뿐만이 아닌 마푸체인들의 생활상과 그들만의 문화가 묻어났다. 링꼬얀 빠라다는 칠레와 중남미에서 다수의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인정받는 작가이다. 마푸체 원주민들의 삶과 의상을 통해 그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소개한 <혜안을 가진 마푸체인> 사진전은 칠레에서 많은 관람객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성공적으로 전시를 마친 바 있다.
2007년 칠레 국립예술상 ‘알타조르(Altazor)’를 수상하기도 한 이번 사진전이 국내에서 선보인 것은 단순히 사진전 개최의 의미를 넘어서 그동안 한국인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칠레 마푸체인의 문화를 널리 알리는 사회 인류학적 기록의 의미를 지닌다.
이번 사진전 중 특히 인상 깊은 점은 마푸체인들이 카메라렌즈를 바라보는 눈이다. 사진 촬영을 꺼리는 마푸체 인들을 설득하는데 15년이 걸렸다고 한다. 그들은 렌즈를 바라보며 가식적인 웃음을 짓지도 않았고, 의도적인 포즈를 취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그저 렌즈를 빤히 바라보았다. 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담긴 할머니도, 크고 맑은 눈을 가진 아이도 카메라를 보는 시선에 꾸밈이 없었다. 또 다른 작품은 한 가족이 모여앉아 촬영한 가족사진이었는데, 그 작품을 보면 고령의 할머니 모습과 그들의 품에 안긴 아이들의 모습에서 많은 변화를 느낄 수 없었다. 그렇게 그들은 자신의 전통을 다음 세대로 이어가고 있었다.
이번 사진전은 막연히 신문의 기삿거리로만 접했던 마푸체인들의 삶을 사진이란 미디어를 통해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또한 그동안 세계인들로부터 받았던 조금은 왜곡된 시선에서 벗어나 마푸체인들의 소소한 삶의 모습을 온전히 전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