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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땅에 선보인 한국 문화재

<한국의 재발견-독일 박물관 소장 한국의 보물>이라는 제하의 한국미술특별전이 3월 25일 쾰른 동아시아 박물관에서 개막했다. 쾰른을 필두로 라이프치히 그라시 민족학 박물관과 프랑크푸르트 응용미술 박물관, 슈투트가르트 린덴 박물관 순으로 전시가 이어지며 도시를 옮겨 갈 때마다 중심 주제 또한 달라지면서 독일에 한국의 보물을 다채롭게 소개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회는 독일 박물관 10곳에 소장된 한국 문화재 중 100여 점을 엄선한 것으로 향후 2년 동안 순회 전시하게 된다. 그 첫 번째 전시가 이뤄지는 쾰른 박물관 전시회의 개막은 2009년 한국국제교류재단의 발의로 시작된 야심찬 프로젝트의 성사를 의미하기도 했다.

한국 문화재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야심찬 프로젝트
2009년 가을 한국국제교류재단 베를린 사무소의 민영준 소장은 민족지학적 측면에서 관심의 대상이 될 만한 한국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는 독일 내 여러 박물관의 관장 및 큐레이터를 베를린으로 초청해 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서 민 소장은 한국 및 한국의 독창적인 문화에 대한 독일 내의 이해를 제고하기 위한 전국 순회전 개최를 제안했다. 이와 더불어 한국 박물관에 소장된 대작을 독일로 공수해오는 대신 회의에 참석한 각 기관의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는 한국 문화재만으로 전시회를 개최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실제로 독일 박물관은 엄청난 양의 한국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문화재는 동아시아 미술품으로 광범위하게 분류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일본 및 중국 문화재에 밀려 학술적 연구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오랜 기간 한국 문화재는 그 가치가 발견되지 않은 보물 상태로 머물러 있었다. 따라서 민 소장의 전시 제안은 이들 문화재에 관심을 갖는 관람객에게 한국 문화재를 선보일 수 있는 기회일 뿐만 아니라 이들 유물에 대한 귀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의미하기도 했다. 민 소장의 제안을 참석자들은 기꺼이 수용했고, 참가 기관 모두 이 프로젝트에 대해 진심으로 지지를 표명했다.
린덴 박물관이 공동 주최 기관으로서 재단을 지원하기로 합의했고, 네덜란드 라이덴 민족학 박물관 큐레이터로 재직했던 켄 보스(Ken Vos) 박사와 한국문화 및 예술 분야 전문가 그리고 큐레이터 한 명이 전시회의 콘셉트를 정하고 그에 맞춰 전시작 선정 작업을 진행했다. 이후 신진 학자 마야 슈틸러(Maya Stiller) 박사가 프로젝트에 합류해 전시 유물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으며, 슈틸러 박사가 작성한 각 전시품에 대한 설명은 재단이 독어 및 영어로 발간한 방대한 분량의 전시회 도록에 상세히 수록되었다.
풍부한 사진 자료를 곁들인 도록에는 전시 유물 자체에 대한 설명뿐만 아니라 해당 유물에 얽힌 숨겨진 사연 그리고 유물 입수와 관련된 주요 인물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 있다. 또한 19세기 말 이후 한국 문화재의 독일 유입 경위에 대한 설명과 한스 알렉산더 크나이더(Hans-Alexander Kneider) 한국외국어대 교수의 논문 ‘한국 내 독일인의 발자취를 따라: 초기 한독 관계에 대한 역사적 고찰(On the Track of Germans in the Kingdom of Korea: A Historical Review of Early German-Korean Relations)’도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의 예술과 문화,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흥미로운 전시회
이번 순회전은 한국의 예술과 문화, 역사에 대한 이해 증진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전시 유물은 그 자체로 예술적 가치를 지닐 뿐만 아니라 전시 주제를 흥미로우면서도 인상적 방식으로 제시할 수 있는지를 고려해 선별했다. 쾰른 동아시아 박물관의 ‘수월관음도’는 현존하는 몇 점 안 되는 희귀 고려 불화라는 점에서 이번 전시회의 대표작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러나 무엇보다 관세음보살의 온화한 미소는 보는 이로 하여금 대승불교의 두 축, 즉 연민과 지혜를 바로 깨닫도록 한다.
함부르크 민족학 박물관의 8폭 병풍에는 소치 허련(1808~1893)의 ‘묵모란도’와 시가 전시되어 있다. 이 병풍은 사랑방의 중심부를 장식하며 젊은 선비가 서화에 더욱 정진하도록 하는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다. 모란은 조선 회화에서 즐겨 다루던 소재로 허련의 작품은 묵모란도의 빼어난 예시라 할 수 있다.
베를린 민족학 박물관의 장승 2기는 한국의 토착 민속 신앙 및 정신적 전통을 상징한다. 독일 관람객의 눈에는 아마도 이 유물이 전시품 중 가장 ‘이국적’으로 보일 것이다. 이미 그 크기만으로도 보는 이를 압도하지만 성난 눈과 날카로운 이로 말미암아 묘한 느낌이 한층 더해진다. 두 장승 모두 1890년대에 독일로 건너왔고, 독일 화가 에밀 놀데(Emil Nolde, 1867~1956)는 1912년 그 중 한 장승을 보고 영감을 받아 유럽 선교사를 위협적인 장승의 모습으로 표현한 ‘선교사 (The Missionary)’라는 작품을 그리기도 했다.
이들 작품은 순회전에 전시될 100여 점의 유물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지난 2년간 전시를 준비하며 전시 관계자 모두 수많은 요구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이번 전시회가 풍요롭고 다양한 한국 미술과 문화에 대한 독일 내 관심을 유도하고, 독일 각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한국 유물 및 컬렉션에 대한 연구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 순회전 일정
쾰른 동아시아박물관: 2011.3.25~7.17
라이프치히 민족학박물관: 2012.2.17~5.27
프랑크푸르트 응용미술박물관: 2012.6.28~9.9
슈투트가르트 린덴박물관: 2012.11.17~2013.2.17

*전시 유물 대여 기관
프로이센 문화재단 베를린 민족학 박물관
프로이센 문화재단 베를린 아시아 미술관
쾰른 동아시아 박물관
프랑크푸르트 응용미술 박물관
함부르크 민족학 박물관
함부르크 미술공예 박물관
라이프치히 그라시 민족학 박물관
마인츠 쿠덴베르크 박물관
성 오틸리엔 수도원 선교 박물관
슈투트가르트 린덴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