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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지역의 한국학 진흥

고려대학 민족문화연구원 국제한국학센터가 2005년 7월 14일에 개최한 국제한국학포럼에서 필자는 중남미 학자들이 한국학 진흥을 위해 일하면서 직면하게 되는 도전에 대해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현재 중남미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한국을 배우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이렇게 새롭게 관심을 갖게 된 대부분의 사람들이 학부 3~4학년생이거나 젊은 전문가들이라는 점은 좋은 소식이다.
좀더 넓은 시각에서 보면, 아시아 기업과 그 제품들을 중남미 지역에서 많이 볼 수 있게 됨에 따라 경제학뿐 아니라 다른 사회과학 분야에서 동아시아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과 중남미간의 지리적 거리, 문화적 유사성의 정도, 역사 경험, 정치 관계 및 경제 교류 등을 고려해볼 때 중남미 지역에서의 한국학 진흥은 굉장한 도전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모든 요인들이 중남미 지역에서 한국학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국학 진흥에 관여하고 있는 우리 모두와 민간분야 및 정부 관계자들은 각계각층에서 학술, 경제, 문화 교류를 증진시킴으로써 한국과 한국인은 물론 한국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중남미와 아르헨티나의 한국학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은 재단의 지원으로 2003년 10월에 최초로 중남미 한국학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마지막 분과에서 우리는 한국학자들의 네트워크를 만들기로 결의했다. 이에 2004년 아르헨티나 한국학회(AAEC, Association for Korean Studies of Argentina)가 설립되었고, 그 이후 AAEC는 아르헨티나에서 한국학과 한국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해 많은 활동을 펼쳤다.
지난 6월에는 로사리오대학이 주최하는 제1차 한국학회의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개최되어 100명이 넘는 학생, 전문가, 기업인 등이 참가했으며 40편이 넘는 논문이 발표되었다.
오는 10월에는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에서 개최된 1차 회의에 이어 멕시코에서 제2차 중남미지역 한국학회의가 개최되며, 라틴아메리카한국학아카데미(ALAEC, Latin American Academy for Korean Studies) 설립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예정이다.
ALAEC와 같은 기관의 발전은 이미 한국학 발전에 전념하고 있는 개인과 기관의 도움을 필요로 할 것이다. 중남미 지역의 주요 대학들에는 한국학 전문가들을 포함하는 고유의 동아시아학 프로그램이 있다. 이들 대학은 정기적으로 한국관련 강좌, 세미나, 회의 및 기타 학술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그 규모는 다소 제한되어 있다.
중남미의 주요 학술기관 가운데 멕시코대학은 이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한국학 대학원 과정이 있으며 주로 언어 분야에 초점을 두고 있다.
멕시코국립자치대학도 한국학 분야에서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과달라하라대학의 경우, 동아시아학은 비교적 새로운 분야다. 쿠바에서는 아시아-오세아니아학 센터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브라질에는 리우그란데두술대학, 상파울루대학, 리우데자네이루대학, 마링가의 파라나대학 등에 한국 전문가들이 많이 있다.
가톨릭대학 및 산마르코스대학과 같은 페루의 대학들도 문화, 문학, 경제 분야에서 약간의 진전을 보이고 있다. 칠레에는 칠레대학과 산티아고대학이 있으며, 쌍무자유무역협정 체결 뒤 한국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전문가들의 수가 늘고 있다. 콜롬비아 역시 엑스테르나도대학의 경우처럼 이 분야에 관여하는 사람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주요 기관으로는 역사와 사회 분야를 전문으로 다루고 있는 코르도바대학, 한국이민사와 사회 분야의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 국제관계 분야의 로사리오대학, 종교와 문화 분야의 살바도르대학, 그리고 비즈니스, 지역정치, 경제 및 국제관계 분야의 플라타대학 등이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은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을 받아 2005년 8월에 한국문화센터를 출범할 예정이다.
한국과 중남미는 정치, 경제 발전 부문에서 많은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어느 한국인 논평가는 이렇게 말했다: “중남미 사람들 중 한국이 식민지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군사독재와 인권유린을 겪었고, 경제위기를 거쳤으며, 경제개발 우선정책을 고수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상황을 바꿔놓고 생각해봐도 이 말은 여전히 유효하지 않을까?
한국인과 중남미인들의 사회와 많은 세대에 깊은 영향을 준 역사 차원에서 볼 때 한국과 중남미 사이에는 상당한 유사성이 확실히 존재한다. 이제는 깊이 탐구해볼 자료가 충분하지 않을까? 한국인과 중남미인 모두 이렇게 중요한 유사성이 있음을 잘 모르고 있다는 점은 우리들로 하여금 비교연구를 시작하게 만드는 동기가 될 수 있다.
영화에서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중남미 사람들은 한국에 점점 더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김기덕 감독의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은 중남미 전역에서 확실한 성공을 거두었으며, 이는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런 관심은 부에노스아이레스, 멕시코시티 및 그 외 여러 나라 수도에서 개최된 특별상영에서 나타났다.
중남미의 영화 전통은 매우 강하다. 스포츠, 특히 축구도 마찬가지이며, 축구는 기본적으로 우리 삶의 일부분이기도 하다. 2002년에 우리 모두는 월드컵을 즐기기 위해 사실상 한국에 다녀온 거나 다름없다.

중남미 한국학 진흥의 긍정적인 요소와 장애물
중남미에서 한국학 연구를 확대시키는 데에는 아직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 부정적인 주요 요소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첫째, 전반적인 관심 부족이다. 아시아학 전반, 특히 한국학에 전념하고 있는 사람들의 수는 적으며 자료도 제한되어 있다.
둘째, 의사소통의 어려움이다. 양측 모두 한국어와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능력이 제한적이다. 학생들은 한국어 공부를 자신의 경력에 유용한 도구로 여기지 않는다.
셋째, 재원 부족이다. 한국학 연구자원이 너무나 적으며, 따라서 중남미 한국학 발전에 한국측 기관(예: 한국국제교류재단,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은 필수요소가 되고 있다.
넷째, 두드러지지 않은 경제 교류이다. 한국은 두 지역 간의 무역과 투자를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다. 1997년의 경제위기 이후 많은 한국 기업들은 중남미 지역 사업을 중단하고 다른 시장에서의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긍정적인 요소도 있다. 첫째, 심각한 분쟁의 부재이다. 한국과 중남미 사이에는 역사, 지역, 정치적 차이가 존재하지 않으며 양지역간의 관계는 평등한 토대에 기반하고 있다. 둘째, 한국이민자들의 긍정적인 역할이다. 지난 50년 동안 많은 수의 한국인들이 중남미 지역으로 이민해왔다. 셋째, 한류다. 영화와 ‘겨울연가’와 같은 TV 드라마 등을 포함하여 점점 더 많은 한국의 예술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다.

결론
민주주의의 가치, 인권, 경제발전 등의 역사적 경험과 관련해서 양 지역이 가지고 있는 유사성은 이해 증진을 위한 좋은 토대가 된다. 학술 분야에서의 노력뿐 아니라 다른 다양한 분야의 계획도 시도될 수 있다.
또한 공공 및 민간 분야의 지원을 받아 공공의 차원뿐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 공통 의제들을 만들어내야 한다.
한국과 중남미 국가간에 보다 나은 학술 협력을 위해서는 세 단계의 협력이 필요하다. 첫째는 정부 차원의 협력, 둘째는 각 나라의 산업계와 학술기관 간의 좀더 긴밀한 협력, 그리고 셋째는 한국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중남미 학술기관 간의 협력이 그것이다. 처음 두 단계는 달성하기 어려울지 모르나, 세 번째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다.
중남미의 한국학 발전 현황은 아직 만족스럽지 않다. 따라서 중남미에서 한국학을 더욱 발전시키겠다는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일하고, 인내심을 가지며,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