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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불 수교 120주년 기념행사

왜 120주년인가
2006년은 한·불수교 120주년을 기념하는 해로 프랑스에서는 우리나라의 문화를 알릴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개최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 사람들을 포함, 우리 사이에서도 ‘왜 120주년인가’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을 종종 들었다. 한·러 수교 120주년, 한·독 수교 120주년 등 120주년 기념행사를 마치 유행처럼 치르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받곤 한다. 맞는 말이다. 120주년에 대한 의미가 우리 자신이나 상대방이 납득하지 못한다면 그 만큼 형식적인 행사로 치우치게 될 가능성이 있다.
통상 외교적으로는 10주년, 25주년, 50주년, 100주년 등 10년 또는 25년 단위로 맞이하는 해를 기념하고 있다. 120주년은 특별히 동양철학적인 측면에서 해석해 본다면 60년 주기의 한 갑자를 두 번째 맞이하는 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갑자가 한 개인의 인생 전체를 나타내듯이 국가간의 관계에도 이를 적용해 볼 수 있는 것이다.
한·불 관계는 1886년 6월 수교를 기준으로 수교 이후 전반 60년과 1945년 해방 이후 2006년 현재까지 후반 60년, 두 단계로 나뉘어 진다. 전반 60년은 우리 국력이 쇠약하고 급기야 일제 식민치하로 전락하는 굴욕의 시기였다면, 프랑스는 세계 열강으로 한·불 관계는 비대칭적, 비평등적 관계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후반 60년은 우리 국력이 급속도로 신장하여 오늘날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으로 자리 잡아 세계 5위의 프랑스와 비교적 대등한 관계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전반 60년간 외교관계에서는 실제 교류나 협력이 미미했지만 후반은 한·불 양국이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면에서 교류와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등 획기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특히 인적 교류는 눈부시게 증가해, 2005년 한 해 동안 프랑스를 방문한 우리나라 방문객이 35만 명에 달하고 있으며 프랑스내 우리 동포 사회 발전 측면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우리나라의 프랑스 이민 역사는 19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약 35명의 한인 노동자가 프랑스 노동부로부터 정식 노동 허가를 받아 입국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프랑스 내 우리 동포 규모는 약 1만 3천 명에 달하니, 동포사회도 획기적인 발전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한·불 수교 120주년은 양국관계를 재조명하여 공동의 발전을 도모하는 비전을 찾자는 출발로 동반자로서 상호 인식을 공유하자는데 그 의미가 있다. 이러한 공동의 인식을 바탕으로 2004년 12월 노무현 대통령의 프랑스 공식 방문시 쟈크 시라크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양국관계의 비전으로 ‘미래지향적인 포괄적 동반자관계’를 구축하기로 선포하고 그 구체적 사업의 일환으로 한·불 수교 12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불 양국은 한국 및 프랑스 내에 각각 양국 정부, 민간 전문가가 망라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를 중심으로 지난 1년간의 준비를 거쳐 금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수교 기념행사를 개최하게 되었다.

수교 기념행사 어떤 내용이 담겨져 있나
우선 프랑스와 120주년 수교 기념을 맞이하여 우리는 ‘한국을 가슴속으로(Corée au Coeur)’를, 프랑스는 한 때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유행하였던 ‘아자! 프랑스’를 슬로건으로 결정하였다.
한·불 양국에서 상호 개최되는 행사로는 한·불 영화제, 한·불 오케스트라 공연, 공동 패션쇼, 공동 만화전시 등이 있고, 프랑스가 한국에서 개최하는 행사로는 루브르 박물관 작품 전시회를 비롯 30여개, 그리고 우리가 단독으로 프랑스 내에서 개최하는 행사 100여 개가 계획되어 있다. 이 행사는 정치, 경제, 과학·기술, 문화, 커뮤니티 등 분야별로 개최된다.
정치 분야에서는 6월 1일~2일 양일간 한·불 역사포럼이 개최된다. 특히 6월 8일 베르사유 궁전에서 개최되는 수교 기념 공연 및 기념 리셉션에는 한·불 양국 정계, 경제계, 정부 등 고위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국립무용단에서 특별히 코리아 환타지를 선보일 예정이다. 프랑스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멋진 베르사유 궁전에서 개최된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또한 10월 18일~20일에 개최되는 제7차 e-Democracy 세계 포럼에는 우리가 주빈국으로 참가하게 되어 있다. 전자정부를 포함,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IT 분야의 혁신에 대해 선보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분야로는 황병기 가야금 공연, 한국 영화제, 도자기 전시회, 안성남사당놀이, 사물놀이 경연대회 등 70여 개의 문화행사가 이미 선을 보였고, 그외에도 다양한 행사가 계획중이다.
경제·과학·기술 분야 행사로는 한·불 상공회의소에서 주관하는 경제포럼, 한·불 산업 기술 포럼, 과학·환경 심포지엄이 개최된다. 이와 별도로 보르도, 뚤루즈, 리용 등 프랑스 주요 지방 도시를 대상으로 한국경제, 한국상품을 소개하는 카라반 행사가 계획되어 있다.
특히 9월 8일 밤 11시에서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라데팡스 광장에서 개최되는 ‘광고를 먹는 밤’행사에는 우리나라 기업 20개의 광고를 선보일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주빈국으로 초청되어 다양한 문화행사도 선보일 예정이어서 젊은 층에게 한국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동포단체에서 주관하는 행사도 있다. 이미 그르노블, 보르도에서 대규모 행사가 성공적으로 개최됐을 뿐 아니라 6월 9일~11일간 에펠탑의 평화 공원에서는 강강수월래를 선보인다. 춤, 사물놀이, 판소리 등 전통음악과 태권도 시범, 한국음식 소개 등 대규모 행사가 파리에서 야외 공연으로 펼쳐질 계획이다.
또한 10월에는 재불 한인회가 주관하는 한가위 축제가 예정되어 있다. 지난 9월 동포, 프랑스인을 포함, 약 1,300여 명이 참가한 이 행사는 특히 올해 120주년 기념행사 일환으로 개최되는 만큼, 우리만의 행사 차원을 넘어 프랑스 사람들의 참여를 유발하는 한·불 공동의 행사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준비하고 있다.
이와 함께 e-Democracy 세계 포럼 주최측에서는 이 기간을 한국주간으로 선포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포럼 마지막 날 갈라 콘서트(gala concert)도 한국 측에서 주최해 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불한인회는 한가위 축제를 한국주간과 연계하여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10월에 또 한 번의 대규모 행사가 개최될 것으로 기대된다.
파리의 맨해튼이라 할 수 있는 라데팡스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기업은 물론이고 유럽, 전세계 대기업 3,600개 업체가 본사를 두고 있는 경제중심지이다. 이곳 라데팡스의 상징물인 신 개선문에서도 조각 전시회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세계 유수 조각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기증하고 싶어 하는 이 광장에서 6월 7일~9월 4일간 한국의 조각가인 임동락 씨가 작품전시회를 갖게 되었으며, 전시 후에 작품 한 점을 라데팡스측에 기증하기로 합의했다. 이 뿐만 아니라 운영기업은 신 개선문 맨 위층에 마련된 전시 공간을 매달 한국 관련 공연을 위해 제공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밖에 리용, 뚤루즈, 스트라스부르그, 루앙 등 지방에서도 한국 알리기 행사를 한창 준비중에 있어 한류를 파리에서 프랑스 전역으로 확산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한·불 수교 120주년 준비 위원회에서는 100여개가 넘는 행사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치를 것인가 하는 전략문제에 대해 나름대로 고민을 많이 하였다. 일부에서는 굳이 120주년 기념행사가 아니더라도 이미 파리에서 한국 관련 행사가 많이 개최되어 왔는데, 수교 기념은 무엇이 다른가에 대한 지적이 있기도 했다.
한·불 수교 120주년 기념행사는 분명히 몇 가지 점에서 차별화가 된다고 본다.
첫째, 각 분야의 연계와 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 정치, 경제, 문화, 커뮤니티 행사를 연계시켜 행사의 질을 높이고 규모도 키우겠다는 것이다. 보르도 행사의 경우 음악회, 전시회, 태권도 시범과 같은 문화·체육행사 외에도 우리 경제를 소개하는 카라반 행사를 함께 개최하여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자 노력하였다.
둘째, 민·관간 파트너십을 제고하고 재불동포사회의 참여를 높인다. 대부분 행사는 민간이 주관하고 정부가 후원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동포사회의 참여가 무엇보다 행사 성공에 필수적이라고 보고, 동포단체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미 재불한인회를 중심으로 행사준비가 진행 중이며 규모에 따라 한인단체간 협력을 통해 준비하고 있다.
셋째, 파리와 지방간 연계로 프랑스 전역에 한국 이미지를 각인시킨다. 파리 공연에 참가한 무형문화재급 전문국악인 20여 명이 수준 높은 한국 국악을 지방에까지 선보인 것은 결코 작은 공헌이 아니라고 보여진다.
넷째, 전문홍보로 효율성을 높이는 행사이다. 경험과 현지 실정을 잘 아는 전문 홍보 기획사를 선정하여 홍보를 총지휘토록 하고 있다. 2월 27일 한·불수교 120주년 기념행사 소개를 위한 기자회견에 프랑스 전문기자단 150여 명이 참가하여 성공을 거둔 것은 그 좋은 예라 하겠다. 또 온ㆍ오프라인을 병행한 전방위 홍보 전개에 역점을 두고 있다. 수교 기념행사 프로그램 카탈로그를 4종류(총 10만부)로 나누어 인쇄할 계획이며 문화행사를 소개하는 프랑스 주요 프로그램에 수교 기념행사가 반영되도록 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인터넷을 통한 홍보를 위해 이미 금년 2월에 구축한 프랑스 포탈사이트에 이어 120주년 별도 웹사이트도 구축하였다. 프랑스 포탈사이트는 하루 3~4,000여 명이 방문, 이미 3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매우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홍보 효과가 크게 기대된다.
다섯째, 중장기사업발전 관점에서 추진한다. 프랑스는 워낙 세계적인 문화행사가 매년 개최되어 문화수요가 큰 곳이라 적어도 제대로 된 행사를 하기 위해서는 3~5년 전부터 준비해야 한다. 120주년 행사가 일회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토대로 향후를 내다보고 연속성 있는 행사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무엇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우선 양국민간 상호 이해를 높이고 공동의 발전을 위한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포괄적인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는 여건을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금년 수교 120주년을 맞이하여 양국민간 인적교류는 보다 증가할 것으로 보고 특히 정계, 정부, 경제계, 문화계 등 양국 고위급 인사교류는 양국관계를 강화시키는 중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통상분야에서도 기대가 크다. 프랑스 내에 한국영화와 우리 기업을 통해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어느 정도 향상되어 가고 있지만 아직도 한국이라는 존재가 프랑스에서 저평가 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일례로 한국제품을 산 프랑스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약 60%가 이들 기업을 일본 기업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한다고 한다. 수교 120주년 행사로 거양된 한국 이미지는 우리 제품에 대한 선호도를 더 증가시켜 향후 5년 내 양국 교역 규모를 배가시키자는 공동의 목표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문화콘텐츠 강국으로서의 이미지도 한층 더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한때 ‘파리의 연인’으로 프랑스 관광이 붐을 이룬 적이 있다. 또한 최근 프랑스 회사가 한국과 공동으로 드라마 제작을 계획하고 있어 한국 문화에 대한 수준을 인정한 쾌거로도 해석할 수 있다.
우리 동포사회도 큰 수혜자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강강수월래 같은 대규모 행사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프랑스 사람들도 대거 참여하고 있어, 한·불 양국민간 상호협력이라는 차원에서 큰 의미가 있는 행사로 평가된다.
프랑스는 전체 인구의 10% 이상을 소수 민족이 차지하고 있다. 지난 해 10월 프랑스 소요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부분 북아프리카계 출신이며 동양계로는 최근 중국 커뮤니티가 급속도로 커져 가고 있는 정도이다. 아직 프랑스 내에 우리 동포사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수교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한다면 재불동포들이 보다 자신감을 갖고 역량 또한 신장되어 동포사회의 위상도 점차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맺음말
금번 수교 120주년을 성공적으로 개최하여 우리나라도 당당히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는 파트너임을 프랑스에 인식시키고 우호적인 분위기를 강화시켜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가 선정한 2006년도 국가이미지 제고를 위한 6대 과제 중, 한·불 수교 120주년 기념행사도 포함되어 있다.
얼마전 프랑스 내 국제학교에 다니는 한국아이들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학교 내에서 다른 나라 아이들이 한국은 짧은 시간에 국가 발전을 이룩한 대단한 나라라고 칭찬하고 삼성 휴대폰은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인기품목이라고. 더 나아가 국제학교에 모인 대부분의 외국학생들이 자국을 좋지 않게 이야기하는데 반해 한국 학생들은 긍정적으로 이야기하고 자부심을 가진 애국적인 면이 있다고 한다. 참 기분 좋은 일다.
끝으로 이번 행사가 우리나라가 가진 역동성을 프랑스에 마음껏 펼쳐 ‘대한민국’을 소리높여 외치는 멋진 축제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