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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의 가을

2007년 체한연구펠로십 및 국내 한국전공대학원생 장학제도 수혜자 등이 소수서원, 불국사, 동남산 부처바위 등을 방문하여 방문지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한국의 교육, 문화,역사, 종교 등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1. 소수서원(紹修書院)의 가을
중학교에 다닐 때 교과서에서 노신의 수필을 배웠다. 그 중 나에게 제일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종백초원도삼미서옥(從百草園到三味書屋)>이라는 작품이다. 노신은 자기가 어렸을 때 다니던 서원을 세상의 가장 신비하고 아름다운 낙원(樂園)으로 간주하였다. 아름다운 경치를 묘사한 문자에 끌려서 서원에 대한 상상의 세계에 빠져버린 그 때부터 나는 하루라도 그런 서원에서 공부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이겠는가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번에 가을 영주행을 기회로 삼아 소수서원의 경치를 마음껏 구경하고 오래된 소원을 이루었다.
소수서원 옆으로는 조용히 흐르는 죽계수가 있었는데 이 죽계수는 태백에서 발원한 황지천과 합류하여 굽이굽이 300리 낙동강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죽계에서 풍류만 있었던 것은 아니고 입구 경렴정에서 죽계를 바라보면 붉은 글씨로 ‘경(敬)’자가 음각된 바위가 있다. 유교의 ‘敬天愛人’이라는 근본 사상은 이 죽계수에 따라 널리 전해질지도 모른다.
서원의 건물은 비교적 자유롭게 배치되었는데, 일반적인 서원의 배치가 완성되기 전인 초기의 서원이기 때문인 듯하다. 어느 정도 신비한 느낌을 준다. 서원의 전모를 한 눈에 볼 수 없기에 걸어가면서 새로운 경치를 찾아내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원은 조용히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 주는 동시에 생활의 즐거움도 보여 준다. 가을의 햇빛이 정취가 가득한 담장을 넘어 쪽마루 위에 떨어질 때면, 예전에 수많은 학생들이 여기서 책을 낭송하는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
소수서원은 수많은 학생들의 꿈을 담은 곳이고, 수많은 훌륭한 인재를 키우고 배출한 곳이며, 교육학당의 모범이다. 수백년 풍파를 겪어도 최초의 설립 목적을 지키며 활력 있는 모습을 보여 준다. 소수서원의 가을 경치는 내 머리 속에 깊이 남아 있을 것이다.

글. 공위나. 한국전공대학원생 장학생.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한국어교육 석사과정.


2. 과거로의 아름다운 여행
영주와 경주로 간 이번 가을답사여행은 여러 면에서 볼 때 시간여행이었다. 첫째로 이번 답사는 한국에서 가장 중요하고 아름다운 유적지를 방문한 매우 유익한 여행이었고, 둘째는 개인적으로 내가 1995년에 가본 경주를 다시 방문한 여행이었으며, 셋째, 여행 중 가진 탁본과 목공예 등의 문화체험은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해주었다.
첫번째 행선지였던 영주는 한국사에서 주요한 시대들이 서로 교차한 지점이다. 우리는 영주에 있는 유교식 학교인 소수서원을 방문하여 조선의 문화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 조선시대 최고의 유학자 중 하나인 이황이 이 서원에서 가르쳤으며, 영주 출신의 안향은 고려에 주자학을 소개했다.
경주 여행은 통일신라시대 문화유물로의 여행이었다. 나는 경주에서 나의 한국을 발견했다. 12년 전 혼자서 경주에 간 적이 있다. 그 때 나는 시 외곽의 어느 절에서 고독과 평정, 그리고 역사의 지혜를 느꼈다(저녁 무렵이었고 다른 방문객은 전혀 없었다). 그것은 아주 특별한 순간이었다. 또한 석굴암 방문은 한국의 멋진 가을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답사여행 마지막 날, 우리는 고대(물론 통일신라시대) 양식의 도자 기와의 탁본을 뜨고 기러기(또는 오리) 한 쌍을 나무로 만드는 문화체험을 하게 되었다. 한국의 전통 공예에 직접 가까이 다가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 외에도 그것은 불가리아에서의 초등학교 시절을 생각나게 해주었다. 우리는 정기적으로 ‘공예교육’ 수업을 받았는데, 수업시간에 천, 나무, 금속으로 만들기를 했다. 그런 의미에서 경주 힐튼호텔에서의 문화체험은 어린 시절 추억으로 돌아가게 해주는 다리 역할을 했다. 또한, 이번 답사여행에서의 멋진 경험은, 이런 저런 방식으로 한국을 배우고 이해하는데 전념하는 멋진 사람들과의 나눔이 없었다면 완전해질 수 없었을 것이다.

글. Avram Asenov Agov. 체한연구펠로.
캐나다 UBC 역사학과 박사과정.


3. 더욱 가깝게 다가 온 한국
이번 가을 지방답사는 정말 너무 뜻깊고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그동안 한국 생활에 적응하느라 공부하느라 많이 피곤했는데 지방답사가 재충전의 좋은 기회가 되었다. 머리도 잠깐 쉴 수 있었고 마음의 여유를 둘 시간이 있어서 좋았다. 이번 일정에서 가장 인상이 깊었던 것은 소수서원이었다. 소수서원과 선비촌에서 나는 한국이 지금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가장 어려운 시기에도 교육을 중요하게 여기고, 지식을 끊임없이 추구한 결과인 것 같다. 부석사에서는 한국 사람들의 생활과 사상 속에 깔려 있는 자연에 대한 애착, 특히 산을 찾아 다니고 산속에서 여유로움을 즐기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부석사 위에서 밑으로 내려다 볼 때의 그 느낌이 좋았다.
경주에서 본 불국사와 석굴암, 그리고 경주박물관에서는 비록 문화재 수량이 중국보다 많지 않았지만 그 섬세하고 아름다운 예술적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상 부처님이 예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석굴암의 부처님이 굉장히 예쁘다는 것을 느꼈다.
문화 체험도 굉장히 뜻깊었는데 손수 만든 탁본과 솟대는 아름다운 추억의 상징물로 남아서 중국에 돌아가서도 서재에 잘 간직해두려고 한다. 이번 답사에서 여러 나라의 친구도 알게 되어서 재미있었고 향후에도 계속 연락을 할 생각이다. 그리고 우리 팀의 안내를 맡아 주신 박광일 선생님은 목이 쉰 상태에서도 열심히 자세하게 안내를 해주셔서 우리가 한국문화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셨는데 좋은 한국 역사수업이 되었다. 지방답사는 재미있고 즐거운 시간이었고, 이제 얼마 남지 않은 한국에서의 생활과 공부 모두 열심히 하려고 한다.

글. 문려화(文麗華). 체한연구펠로.
중국 북경공업대학교 외국어대학 한국어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