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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맛을 찾아서: 과거와 미래

비행기가 구름을 지나 아래로 내려가자 동화 속 이미지 같이 정다운 산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한국에 다시 돌아가게 되어 너무 기뻤다. 한국은 나의 남편이 캐나다 대사관의 참사관으로 지내던 1980년대 초 3년간 우리 가족들이 ‘집’이라고 불렀던 곳이다. 한국국제교류재단과 한국식생활문화학회가 한국의 궁중음식과 지방음식을 주제로 4일간 개최한 ‘2007 한국음식워크숍’에 초대된 아시아, 북미, 유럽의 12명의 음식 전문가 중 하나로 이렇게 한국을 방문하게 된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워크숍 첫째 날에는 한국의 궁중음식이 소개되었다. 우리가 탄 버스가 서울 구시가지의 좁은 길로 구불구불 들어가더니 한옥 건물 앞에 섰는데, 그곳이 궁중음식연구원이었다. 이곳에는 멋진 스테인리스 기구나 매끄러운 도구는 없다. 평범한 한국의 부엌을 가까이서 진정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한국의 궁중음식과 전반적인 한국 음식에 대한 소개는 재미도 있었을 뿐 아니라 교육적이기도 했다. 조선시대에 이미 확립되었고, 한국정부가 자랑스럽게 중요무형문화재 중 하나로 지정한 음식문화를 한 번 상상해보라.
한복려 궁중음식연구원장이 10여 명의 활기찬 조교들의 도움을 받아 직접 보여준 감동적인 ‘수라상’ 시연이 끝나자 이번에는 우리가 앞치마를 두르고 직접 만들어보는 시간이 돌아왔다. 그 다음 이어진 시식시간! 우리는 달콤한 타락죽과 오이선으로 식욕을 돋구고 이어 대하찜을 먹었고, 메뉴는 계속 이어졌다.
궁중음식연구원에서 보낸 네 시간의 경험은 24시간 걸려 한국에 온 이번 여행을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어주었다. 나는 많은 것을 배웠고, 한국 요리의 전략적 특성에 대해 몰랐던 것을 알게 되었다. 영양도 섭취했고 영감도 받았다. 나는 늘 한국요리를 높이 평가했고, 또 즐겨왔다. 한국요리는 재료는 단순하지만, 갈비와 불고기 같은 요리의 맛은 세계 최고라고 할 만하다. 나는 한국음식문화에 음양오행설이 들어있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양념으로 그 맛을 더할 수 있는 다섯 가지의 맛이 있다. 그것은 바로 단맛, 짠맛, 쓴맛, 매운맛, 신맛이다. 또 다섯 가지 색으로 음식의 맛을 더할 수 있는데, 녹색, 노란색, 빨간색, 검은색/파란색, 흰색이 그것이다. 한국인들은 음식이 최고의 약이라고 믿는다. 양념도 약으로 여겨지고, 또 그렇게 준비된다. 그날 저녁, 18 코스의 궁중음식으로 우리를 환영해준 것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요리가 계속해서 나왔고, 새로운 요리를 놓을 자리를 만들어야 했다. 이런 만찬은 우리 중 그 어느 누구도 기대하지 못한, 혹은 먹을 수 없었던 것이었다. 궁중요리는 너무나 우아하고 맛이 있었다!



둘째날에는 연세대학교에서 워크숍 참가자 중 네 명의 발표를 듣기 위해 강당을 가득 메운 열의에 찬 음식 관련 전공 학생들을 포함해 한국식생활학회 주요 회원들과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뉴욕에서 온 자유기고 언론인 피터 현(Peter Hyun)은 한국음식문화에 대한 생각을 매우 직설적으로 피력했다. 그는 세계 전역에 한국인들이 나가 있지만 서구에서 한국음식은 여전히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한국음식이 즐길만하다는 것은 인정했지만, 항상 정체되어 있고 현대의 서구 입맛을 흥분시키지 못하는 점도 지적했다. 피터 현은 서구음식과 ‘퓨전’시키지 말고 차별화되고 좀 더 매력적인 포장을 통해 한국음식을 ‘요리의 수준’으로 올려 놓으려는 진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식생활문화학회가 한국의 젊은 요리사들을 양성하여 외국으로 보내 다른 이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관찰하고 실험하게끔 노력하라는 제안을 했다.
뉴욕시의 한국음식에 관한 주제로 발표한 전 뉴욕타임스 편집인 귄 조 친(Gwin Joh Chin)은 한국음식이 대부분의 비한국인들에게는 여전히 비밀에 싸여있음을 시인했다. 그녀는 대중들이 일본음식에서 태국음식으로, 이제는 베트남음식으로 관심을 돌리는 동안 한국음식은 놀랍게도 뒤쳐져 있다고 믿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향이 온 방안에 꽉 찰 수 있는 마늘과 고추를 과도하게 사용하는데 있을 수도 있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었다. 반면 건강과 관련된 한국음식의 장점을 홍보 전략의 초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귄 조 친은 또한 외국인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쉽고 새로운 요리법의 개발과 한국의 요리사들이 좀 더 창의적이고, 심지어 과감해질 필요성이 있음을 지적했다. 미국요리학교의 존 나이호프 교수는 한국음식의 단순하고 기본적인 조리법, 영양가, 질병 예방 특성을 강조했다. 일본 Food Service Professional College의 도시오 도이 학장은 “외국인의 눈으로 본 한국의 음식문화”에 대해 발표했다. 한국음식의 세계화를 어떻게 촉진시킬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참가자들은 마케팅의 중점을 세계적으로 부상하고 있는 ‘건강을 생각하는’ 집단에 둬야 한다는 점에서 의견이 일치했다. 또한, 반찬의 가짓수를 줄이고 서구식 상차림 방법을 채택하는 것도 한국음식에 도움이 될 것이며, 한국요리를 가까운 장래에 성공적으로 세계적인 요리로 만들고자 한다면 좀 더 혁신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셋째날의 전주 방문은 비빔박물관 관람과 식당에서의 음식탐험과 함께 시작되었다. 우리는 ‘비빔밥’의 역사를 설명한 박물관 2층을 관람하면서 홀을 지나 또다른 멋진 한국음식의 향연에 빠져들었다. 다섯 가지 기본 색과 맛이 빨간 고추장과 어우러져 멋지게 차려지는 이 음식은 매력적이고 실용적일 뿐 아니라 맛과 영양이 대단히 좋다. 비빔밥만으로도 모든 ‘감각’을 너무나 훌륭히 만족시켰지만, 다른 화려하고 다양한 먹거리와 함께 나와서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다. 내가 첫경험한 맛 중 좋았던 것은 잘게 썬 신선한 인삼 샐러드, 매콤한 소스를 뿌린 창 모양의 뿌리, 유자차, 꿀이 들어간 쌀과자 튀김 등이었다. 이렇게 흥미진진하게 비빔밥을 시식해본 나는 비빔밥만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을 (국제적인 차원에서) 세우는 아이디어를 적극 주창하게 되었다. 이런 식당은 대중적인 ‘패스트푸드’ 체인의 형태를 띨 수도 있을 것이다.
워크숍의 마지막 일정인 보성의 징광문화원 방문에서 우리는 먼저 녹차음식을 만드는 것을 흥미진진하게 보았다. 그런 다음 전통 한옥에서 징광야생차로 진정한 다도를 체험했다.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장인의 손으로 그 유명한 옹기가 만들어지는 놀라운 과정을 참관한 일이었다. 또한, 문화원에서의 점심식사에는 우리가 봤던 모든 것들이 다 나온 듯 했다.
실제로 박종숙 요리사와 그 조수들은 징광차 ‘테루아르(Terroir) 메뉴 (즉, 현지에서 자란 재료를 사용하거나 근처의 물로 만든)’로 우리들을 매혹시켰다. 징광차와 두부샐러드, 매운 녹차 문어요리부터 시작한 이 창조적인 맛의 향연이 유자로 씌운 녹차떡으로 완결되는 것을 상상해보라. 메뉴는 정말 훌륭했다! 확실하게 별 다섯 개를 받을 만한 이날의 점심은 당연히 옹기 그릇에 담아져 나왔다. 게다가 식탁용 매트와 냅킨이 우리를 위해 수작업으로 만들어졌다니 믿을 수 있겠는가! 이 모든 경험은 여러 가지 면에서 보람 있었고 특히 감동적이었다.
우리 참석자들은 이제 모두 한국요리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홍보 ‘대사’가 되었다. 한국음식워크숍은 모든 이들이 완전한 조화 속에서 함께 참여한 완벽한 행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