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메뉴 바로가기본문으로 바로가기

2007년 남북 정상 회담 결과와 한반도 평화 정착 전망

1. 최근 남북관계 변화
1953년 한국전 이후 남북간 군사적 대치 상태가 지속되었으나, 1972년 7.4 공동성명을 계기로 남북관계 발전의 전기가 마련되었다. 1991년에는 화해 협력에 관한 남북기본합의서가 채택되었으며, 2000년 6월에 개최된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남북공동선언이 채택되어 남북 관계는 획기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2000년 남북공동선언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 해결 원칙 구현, 전쟁 재발 방지와 평화 정착에 대한 확고한 공감대 형성 등을 통해 남북은 상호 침략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하고, 상대방을 위협하는 행위를 자제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또, 비무장 지대를 가로질러 남북 철도와 도로가 연결되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특구가 설치되었으며, 남북간 교역 및 인적 교류의 획기적 증대와 이산가족 상봉 등 제반 인도적 사업도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하였다. 이러한 남북 관계의 진전은 북한 내부에도 변화를 가져왔으며 2002년 7월 1일 북한은 경제 관리 개선 조치를 발표하게 된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은 남북간 신뢰를 바탕으로 북한의 재건을 가속화 할 수 있는 또다른 계기가 되었으며, 북한의 안정적인 변화를 촉진함으로써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정착 및 남북 경제 공동체 건설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2. 북한 핵 위기와 6자 회담
1950년대 중반 구소련의 지원을 받아 핵 관련 기술을 습득하고 핵기술자들을 양성하기 시작한 북한은 1970년대 중반부터 핵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1990년 초 북핵 위기가 처음으로 불거져 나왔고, 이어 2002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면서 제2차 위기가 발생했다. 그때 이후 지금까지 북핵 문제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최대 안보 문제로 남아있다.
1990년초 제1차 위기는 1994년 제네바 합의를 통해 거의 해결되었으나, 2002년 10월 제2차 위기가 다시 대두되었다. 그 이후 6자 회담을 통해 2005년 한반도 비핵화의 목표와 원칙을 담은 “9.19 공동성명”을 채택함으로써 북핵 문제를 평화적이고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구도가 마련되었다.
북핵 위기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효과적 방안은 북미관계와 남북관계 개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프로세스 촉진, 동북아 다자안보체제 수립을 동시에 다루는 포괄적이고 다층적인 접근을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 6자 회담에서 채택된 9.19 공동성명에는 북한의 핵 포기, 북미, 북일 간 외교관계 정상화, 경제 협력 증진, 동북아 다자안보체제 구성 등이 적시되어 있다. 또한, 별도 포럼에서 직접 당사자 간의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도 포함되어 있다.
9.19 공동성명 채택 이후에도 그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의 자금 동결 문제,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이에 따른 UN 안보리 결의 채택 등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2007년에는 6자 회담을 통해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 조치인 2.13 합의와, 제2단계 조치인 10.3 합의가 있었다. 특히 10.3 합의는 북한의 모든 현존하는 핵시설을 불능화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영변의 5MWe 실험용 원자로, 재처리 시설 및 핵 연료봉 제조시설의 불능화는 2007년 12월 31일까지 완료하기로 6자간 합의가 이루어졌다.
아울러 북미 양국은 양자 관계를 개선하고 전면적 외교 관계로 나아간다는 공약을 유지하고, 북한을 테러 지원국 지정으로부터 해제시키는 과정을 개시하고, 북한에 대한 대적성국 교역법 적용을 종료시키기 위한 과정을 진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 또한, 북일 양국은 양국 관계를 신속하게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을 계속하기로 합의했다.

3. 2007년 남북 정상회담 결과
10월 2일에서 4일까지 평양에서 개최된 제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은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 번영을 위한 선언”에 서명했다. 그 주요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6.15 공동선언을 적극 구현한다. 둘째,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위해 국방장관 회담을 개최한다. 셋째, 6자 회담의 2.13 합의 이행과 평화체제 구축, 종전선언 논의 실현을 위해 노력한다. 넷째, 남북 경협의 확대 발전과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를 설치한다. 다섯째, 부총리급 경제협력 공동 위원회를 개최하고 사회 문화 분야 교류 협력을 발전시킨다. 여섯째, 남북간 인도적 사업을 위해 협력하고, 국제무대에서 공조하며 11월 총리급 회담 개최와 정상회담의 수시 개최에 합의한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1) 정상회담은 남북 관계에서 평화 번영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으며, 2) 군사적 신뢰 구축과 평화를 제도화하는 틀을 제공했다. 3) 한반도의 전쟁 상태 종식과 평화정착을 위한 남북 주도의 협력과 노력은 한반도 평화는 물론 동북아의 새로운 협력 질서 형성의 핵심이다. 4) ‘서해 평화 협력 특별지대’를 통해 평화와 번영이 상호 결합되고 선순환되는 구조를 창출했으며, 5) 한강 하구, 서해 접경지대로 이어지는 지역을 평화 번영 지대로 만들기로 합의했다. 6) 6자 회담의 진전에 발맞추어 남북관계 발전을 가속화하는 발판을 마련했으며, 7)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시키기 위해 관련 당사국간 협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8) 노무현 대통령이 대한민국 국가원수로서 분단 이후 처음으로 군사 분계선을 도보로 통과한 것은 역사적인 의의를 지닌다. 9) 양 정상은 「경제 공동체」 건설을 앞당기기로 했으며, 10) 남북 경협의 한 차원 높은 발전을 위해 경협 장애 요인을 해소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11) 개성공단의 3통 문제(통행·통신·통관) 해결, 철도의 상시적 운행을 위한 군사 보장에 합의했으며, 12) 경공업 협력뿐만 아니라 동해와 서해에서 조선 산업 협력, 개성-신의주 철도, 개성-평양 고속도로 공동 이용과 개보수 협력을 촉구했다. 13) 현재의 차관급 남북 경제 협력 추진 위원회를 부총리급 ‘남북 경제 협력 공동 위원회’로 격상하기로 했으며, 14) 남북 정상이 수시로 만나기로 합의했고, 15) 그동안 장관급으로 운영되어온 남북대화 총괄 창구를 총리급으로 격상시켜 상시적인 남북 간 협의의 틀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4. 한반도 평화체제와 동북아 평화와 안보
지난 50여 년 동안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보는 잘 유지되어왔으며, 그 과정에서 한미 동맹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 한미 동맹은 한반도와 동북아, 나아가 전 세계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왔고 또 앞으로도 수행할 것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비핵화는 수레의 두 바퀴처럼 서로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으며, 올해 말까지 북한의 핵 프로그램 목록 신고 및 불능화 완료의 목표가 달성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편 이에 대한 상응조치로서 북미 관계 정상화가 진전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한반도의 평화 구축 프로세스를 촉진하고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기 위한 조치들이 추진될 예정이다.
부시 미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과의 2006년 11월 하노이, 2007년 9월 시드니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전쟁을 종식시키는 평화협정에 서명할 용의가 있음을 표명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위원장에게 이를 분명히 전달하고 북한이 이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김정일 위원장은 평화체제 전환에 원칙적으로 동의했으며, 종전선언 방안에 관심을 표명하고, 한국이 그 실현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최근 동북아 다자안보체제 구상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나 동북아 다자안보체제는 한미 동맹을 대체하는 개념이 아니며 한미 동맹을 보완하는 것이다. 변화하는 동북아 정세와 한반도에서의 화해 협력 프로세스 증진, 9.11 테러 이후 미국의 대외정책 변화 등은 동북아 평화와 안보를 위한 새로운 전략적 사고와 지혜를 요구하고 있다.

5. 맺는 말
한반도 평화 진전과 북한의 변화 유도를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구소련의 붕괴, 한중, 한러 수교, 남북한 간 화해협력 관계의 급진전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동북아 지역 정세는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 떠오르는 중국, ‘보통국가’를 모색하는 일본, 제국 후 신드롬에서 회복하고 있는 러시아, 동북아 안보구조를 새로운 현실에 맞춰 조정하고 있는 미국 등 한반도를 둘러싼 4강의 향후 상호작용을 주의 깊게 고려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한반도의 화해 협력 강화와 평화 증진은 북한의 변화 노력과 함께 관련국들의 노력 등을 통해 실현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새로운 일원으로서 국제문제를 해결하는 데 참여하도록 동북아 국가들뿐 아니라 국제사회가 함께 지원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21세기를 “태평양의 시대”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한반도와 동북아에 항구적인 평화가 구축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냉전의 유산과 북핵 도전을 극복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항구적 평화 달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일관된 전략적 비전과 동북아 지역 국가들이 다자적 틀을 통해 함께 노력하려는 의지이다. 이러한 점에서 북핵 문제를 다루는 6자 회담은 동북아 지역의 다자주의적 접근에 대한 중요한 실험이며, 성공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냉전의 유산이 물러나고 대화와 협력에 기반을 둔 포용정책과 심화된 국가 간 상호의존으로 큰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것은 매우 다행스럽고 바람직한 일이다. 따라서 국제사회가 관심을 갖고 이를 적극 지원해 줄 것을 당부하는 바이다.
평화는 하루아침에 오는 것이 아니다. 전쟁으로 가는 길은 짧지만 평화로 나아가는 길은 멀고, 때로는 험난하다. 그러나 결코 중단할 수 없는 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