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메뉴 바로가기본문으로 바로가기

2020 SUMMER

생활

책+

두 여인의 상상 속 만남

『나와 마릴린』

이지민 장편소설, 김지영 역, 170쪽, 12.99파운드, 런던, 포스이스테이트(4th Estate), 2019년 출간

한국전쟁이 끝나고 채 일 년도 되기 전에 한반도는 또 한 번 커다란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하지만 이번 충격(bombshell)은 금발 미녀(bombshell의 또 다른 의미)로 인한 거였다. 마릴린 먼로가 나흘간 남한에 주둔한 미군 부대 투어를 하기로 결정되었다. 예상이 되겠지만 소설 속 거의 모든 남자가 그녀의 등장으로 인해 열광하며 혼이 빠지지만, 먼로의 통역을 맡은 소설의 주인공 앨리스 J. Kim은 다른 종류의 문제로 정신이 혼란스럽다.

앨리스는 미군 부대 공보국에서 통역가로 일하고 있는데, 얼핏 보기에는 전후 불안정한 시기에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장이다. 하지만 그녀 자신은 과거와 현재 사이에 갇혀 있고, 전쟁의 상흔으로 일찌감치 쉰 머리가 나고 심리적 파국 상태다. 전쟁에서 살아남은 후 가능하면 생을 짜릿하게 즐기려 마음먹은 댄스홀 여자들처럼 그녀 역시 과거를 잊고 지나간 일로 여기려 애쓴다. 하지만 그녀는 과거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실제로 소설 시작에서 그녀가 처음 내뱉은 말 “죽음을 생각하며 출근한다”는 소설의 전체 분위기를 조성한다.

마릴린과의 조우와 스타 통역사로 겪게 되는 경험은 전쟁과 전쟁 전의 기억과 회고를 위한 틀로 기능한다. 그 당시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그녀는 여러 세계 사이에 갇혀 있다. 기혼남인 작가와 미군 아빠와 일본 엄마를 둔 선교사로 그녀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영어 이름을 만들어준 남자 사이에서처럼. 하지만 그녀를 진정으로 이해했던 유일한 남자는 그녀처럼 예술가로 일본에서 공부하고 전쟁 발발 전 그녀와 함께 북한에서 프로파간다를 만들었던 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감정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소설이 전개되면서 독자는 앨리스의 과거와 그녀가 겪은 전쟁 경험에 대해 더 잘 알게 된다. 그녀는 흥남철수 때 북한을 도망쳐 나왔지만, 자신이 견뎌야 했던 공포의 기억으로부터는 도망칠 수 없다. 현재의 상황에서는 마릴린의 곁에서, 스타가 가는 곳마다 몰려드는 군중에 의해 몸이 흔들리지만 평정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앨리스는 소리치는 군인 무리를 떨쳐두고 무대 뒤로 온 마릴린의 모습에서 피곤하고 지친 한 여자를 본다. “한 남자의 사랑도 받지 못하면서 모든 남자를 사랑해야 하는” 운명의 이 여인은 앨리스처럼 망각의 따뜻한 포옹이 필요하다. 마릴린은 정신없이 몰아친 투어 끝에 살아남아 나중에 자신이 진정한 스타처럼 느낀 건 처음이었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앨리스는 그녀의 기억, 자신의 삶을 비극으로 몰아간 운명적 선택의 기억들에서 살아남을 것인가?

이지민의 소설은 매끈하게 전개되고 절망적 사연이 결말로 치달으면서 손에서 책을 뗄 수 없게 한다. 이전에도 한국전쟁의 끔찍함을 다룬 소설이 많았다. 이 소설은 이데올로기도, 거대한 역사적 이슈도 다루지 않는다. 대신 그 끔찍한 시간 동안 산산조각난 한 여성의 삶에 철저히 집중한다. 그녀의 고통과 고난 속에도 어쩌면 작은 희망이 깜빡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의 미소처럼 밝게 빛나면서 말이다.

명상으로 안내하는 고전

『흔적 없이 나는 새 - 황벽 스님 설하고 수불 스님 다시 보다』

로버트 E. 버스웰 Jr., 김성욱 공역, 360쪽, 29.95달러, 매사추세츠, 위즈덤 퍼블리케이션, 2019년 출간

이 책은 시간적으로 다층적이다. 9세기 중국의 선불교 선사 황벽희운이 쓴 어록에 한국의 선사이신 수불 스님이 현대어로 해제를 달았고, 이제 영어로 처음 번역되었다.

영어권에 알려진 선불교(Zen Buddhism)는 경전을 바탕으로 하는 교리주의와 달리 깨달음에 이르는 수단인 명상에 초점을 맞춘다. 선사인 수불 스님은 오랫동안 대중에게 “화두를 살펴 깨달음에 이르는” 간화선 수행을 가르쳐 왔다. 즉 수행자는 하나의 화두에 집중하여 이로부터 질문과 의심을 갖게 되는 방식이다. 이 의심을 떨쳐버리기 위해 평상시의 사고방식을 적용하면 우리는 막다른 지경에 이를 뿐이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 수행자는 진부한 사고방식을 내던져야 한다. 수불 스님은 그동안 많은 평신도들이 간화선 수행을 통해 깨달음의 순간에 도달하도록 도왔지만, 그들이 깨달음을 넘어서서 더 깊이 있는 영적 체험을 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수불 스님은 늘 학생들에게 깨달음 이후 더 이상 성취할 것이 없다고, 새로운 경험을 좇는 것 역시 또 다른 집착이라고 말한다. 황벽희운의 『전심요법』에 대한 해제는 최초의 깨달음 이후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안내하기 위해 쓰였다. 당나라 유학자이자 불교 교학에도 정통한 배휴와 황벽 스님이 묻고 답한 내용을 기록한 이 고전은 놀랄 정도로 현대적이다. 배휴의 질문들은 수불 스님이 학생들로부터 받는 질문들과 같기 때문이다.

이 책은 깨달음을 얻은 수행자들을 위해 의도되었고 이들이 가장 큰 도움을 얻을 수 있겠지만, 불교를 공부하는 사람 모두에게 흥미로울 수 있다.

요리 모험가를 위한 채널

쿠캣(COOKAT)

www.youtube.com/channel/UCBAYajvDy1-R8D0aaPaleaw

요즘 유튜브에서 다양한 나라와 문화권에서 요리 경험과 지식을 나누는 요리 채널이 특히 인기가 많다. 쿠캣 역시 그런 채널 중 하나로 ‘메인 요리’, ‘애피타이저’, ‘디저트’, ‘한국 음식’ 등의 제목으로 다양한 요리법을 소개한다. 한국 음식을 빠르고 쉽게 요리하고 싶어 하는 이들은 특히 ‘한국 음식’ 편을 클릭해 볼 수 있다.

대부분의 비디오는 몇 분의 길이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잠깐 쉬는 동안(또는 끊임없이 유튜브 영상 시청에 빠진 사람도) 시청할 수 있다. 요리 순서를 자막과 함께 차례대로 보여 주는 영상 편집은 따라 하기 쉽게 되어 있고, 재료와 방법은 각 영상 아래에 따로 적혀 있어서 천천히 따라 해야 하는 경우에 도움이 된다. 이 채널에서 제공하는 모든 요리를 만들어 보다가는 허리둘레가 늘어나겠지만, 영상을 보면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것을 시도하거나 자신의 요리에 한국식을 가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찰스 라슈어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전체메뉴

전체메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