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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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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2021 AUTUMN 368

식물이 주는 힘, 홈가드닝 식물이 주는 힘, 홈가드닝 한국인들은 급속한 경제개발과 도시화로 인해 마당에서 식물을 가꾸던 오랜 관습을 잃어버렸고, 젊은 세대일수록 땅의 기억은 존재하지 않는다. 부모 세대의 정원문화는 이제 시간이 흘러 인테리어와 힐링이 결합하며 젊은 세대사이에 홈가드닝(interior gardening)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코로나 19로 인한 거리두기에 따라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며 실내에서 식물을 기르는 홈가드닝이 젊은 층에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온라인으로 들을 수 있는 식물 큐레이션 클래스도 다양하다. © CLASS 101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박은진(36) 씨는 코로나 19 사태 이후 재택근무가 늘어나며 홈가드닝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무료한 집콕 생활에 작은 활력이 필요해 화분을 하나 샀던 것이, 이제는 베란다를 가득 초록 식물로 채웠다. 요즘 그는 식물들이 없던 집안에서 어떻게 생활했나 싶을 정도로 바뀐 분위기에 만족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 19로 불안하고 우울했는데, 식물을 돌보며 마음이 편안해서 안정감이 든다”고 말한다. 서울 성동구의 워킹맘 김경선(39) 씨는 우연히 가드닝 원데이클래스를 듣고 식물에 빠졌다. 부모 세대가 정원에서 즐기던 가드닝만을 생각하던 그녀는 이토록 다양하고 트렌디한 실내 가드닝의 종류가 있는지 처음 알았다고 한다. 집에서 함께 키우는 강아지와 고양이가 무작정 풀을 뜯어 씹기 때문에 그들에게 무해한 식물들을 골라서 가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키울 수 있는 식물의 종류는 무척 많다. “요즘 주말 농장이나 유치원에 갈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베란다에서 작은 식물 키우기로 시작했는데 인테리어 효과에도 좋다”며 코로나가 끝나면 오프라인 클래스에 등록해서 본격적인 플랜테리어를 배울 예정이라고 한다. 10여 년 전 은퇴세대를 중심으로 불기 시작한 홈가드닝 붐이 점점 중장년층에서 젊은층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팜린이’라는 신조어도 이들을 일컫는 단어다. 농사를 뜻하는 영어‘farm’과 children의 한국어 ‘어린이’를 결합한 것으로 원래는 레알팜이라는 모바일 소셜 네트워크 게임의 입문자를 일컫는 용어였지만, 최근에는 홈가드닝을 시작하는 초보자를 뜻하는 애칭으로 더 널리 쓰이게 됐다. 국민 77.2%가 아파트를 포함한 공동주택에 사는 주거문화를 감안한다면, 마당 없는 콘크리트집에서 나고 자란 젊은 세대가 손에 흙을 묻히며 식물을 가꾸기 시작했다는 변화는 의미가 크다. 코로나블루를 겪는 많은 사람이 식물을 기르고 만지며 마음을 다스린다. 불안과 우울을 덜어주는 세로토닌 덕분이다. 최근 반려식물이 더욱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박희란 아이들은 집에서 화분을 돌보며 자연을 경험할 수 있다. 마당에 국한되던 정원의 개념이 주거 형식이 바뀌며 아파트 거실, 도심 속 옥상까지 확장됐다. ⓒ gettyimagekorea 보타닉 트렌드 2018년 10월 식물원과 공원을 결합한 서울 최초의 ‘보타닉 공원’ 서울식물원(Seoul Botanic Park)이 문을 열었고, 개장 2년반 만에 누적 관람객 1천만 명을 돌파했다. 코로나 시국을 감안하면 무척 높은 수치다. 나는 여기서 이 일대 상업시설들 명칭이 온통 ‘보타닉’ 일색이 된 현상에 주목했다. 인근의 아파트뿐 아니라, 호텔, 예식장, 식당, 커피숍, 복덕방, 당구장, 병원, 편의점까지 많은 시설들이 이 단어를 상호에 달고 있다. 올해 초 금융 중심가 여의도에는 서울에서 제일 큰 규모의 백화점 ‘더현대’가 문을 열었다. 이곳은 전체 영업면적 가운데 49%를 실내정원과 고객 휴식공간으로 채웠다. 상품이 빼곡한 진열대로 가득 찼던 기존의 백화점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백화점 인테리어의 새로운 경향을 제시했다. 실상은 롯데·신세계·현대가 각축을 벌이는 ‘빅3’ 백화점 업계가 몇 년 전부터 ‘가드닝 디스플레이’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해온 결과였다. 따라서 코로나 전부터 서서히 뿌리를 확장해온 보타닉 트렌드가 코로나와 만나 본격적인 홈가드닝 열풍을 만들어냈다고 말할 수 있다. 지난 1월, 국내 대형 쇼핑몰 롯데마트에 따르면 가드닝 상품군 매출은 코로나 시국에 따른 전체 매출의 급감에도 불구하고 2019년 17.6% 성장에 이어 2020년에도 18.7%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집콕 생활이 본격화된 2020년 한 해 동안 화분과 화병 매출은 각각 46.5%, 22.3% 증가했다. 온라인 쇼핑 플랫폼 인터파크에 따르면, 2020년 하반기 가드닝 관련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신장했다. 이는 단순히 국내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의 설문조사기관 Advance Monthly Retail Trade Survey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미국 내 대부분의 소매판매 업종이 급격한 매출 감소세를 겪었으나, 홈가드닝 분야는 10%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시장이 최근 몇 년간 5%내외의 증가율을 보였던 것에 비하면 눈에 띄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플랜테리어와 반려식물 홈가드닝 열기는 코로나 19가 낳은 또 다른 현상인 ‘플랜테리어’와도 연결된다. 플랜트(plant)와 인테리어(interior)의 합성어인 이 용어는 최근 인테리어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고, 코로나 19와 맞물려 폭발적인 수요를 창출했다. 2020년 12월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農林水産食品敎育文化情報院, Korea Agency of Education, Promotion & Information Service in Food, Agriculture, Forestry & Fisheries)이 발표한 ‘화훼 소비 트렌드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면 화훼산업 과 꽃 관련 온라인 관심도는 2019년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약 10.3% 증가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화훼 분야 소비 트렌드는 ‘반려식물 및 플랜테리어’로 나타났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 해 12월 카드 매출 데이터의 분석 결과를 담아 발표한‘코로나19가 가져온 소비 행태의 변화’ 보고서에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화원·화초의 2020년 1~2월 매출이 전년도에 견줘 각각 8%, 10% 줄었다가 3월부터 회복세로 돌아섰는데, 코로나의 위험성이 커지고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가 일상화되기 시작했던 시기와 맞물린다. 이후 매출은 4월부터 10월까지 매달 최소 4%에서 최대 30%까지 증가했다. 이 보고서는 말미에 “플랜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화원·화초의 매출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홈가드닝은 코로나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개인의 이슈와 맞물려 플랜테리어 문화를 본격적으로 확장시켰다. 이와 동시에 우리 삶에 익숙해진 또 하나의 중요한 키워드가 바로 ‘반려식물’이다. BTS를 비롯한 여러 연예인들이 자신들이 기르는 식물을 SNS를 통해 공유하고 반려식물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면서 대중의 관심도 증가했다. 이제는 단순히 1인 가구나 노령층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폭넓은 관심을 유발하고 있다. 관련 산업의 성장 해외에서도 여러 기업들이 기존에 없던 다양한 서비스와 제품들을 출시하며 적극적으로 홈가드닝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중국의 로봇 제조 스타트업인 빈크로스(Vincross)는 반려식물에 로봇 기술을 접목해 반려 동물처럼 움직이는 로봇 반려식물을 개발했다. 오스트리아의 스타트업인 하버트(Herbert)는 반려식물의 인테리어 기능을 강조한 수직공간에서 자라는 반려식물 시스템을 개발했는데, 포닉스 시스템(Ponix Systems)으로 불리는 이 방식은 액자와 같이 실내 벽면에서 수직으로 반려식물을 키울 수 있는 서비스다. 이 외에도 집을 비워야 할 때 반려식물을 맡길 수 있는 반려식물 전용 호텔 서비스나 반려식물을 치료해주는 병원이 등장했는가 하면, 반려식물의 각종 증상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도 있다. 국내에서는 집에서 직접 키워 먹을 수 있는 식물재배기 렌탈 사업이 호황이다. 발명진흥회 지식재산평가센터가 내놓은 '국내 식물재배기 시장 전망'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00억원 수준이었던 식물재배기 시장 규모는 2023년 5000억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관련 전시 산업도 활발하다. 올해 초 국립세종수목원에서는 특별전시회 ‘안녕, 나의 반려식물-Hello, My Houseplant’가 열렸고, 서울의 복합문화공간 피크닉의 전시장에서는 10월까지 ‘정원 만들기-Gardening’전시가 계속된다. 심리학자 스티븐 카플란(Stephen Kaplan)은 인간이 축적된 정식적 피로를 회복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자연을 찾는다는 ‘주의력 회복 이론(Attention Restoration Theory)’을 주장했다. 식물은 세로토닌을 분비해 불안과 우울감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홈가드닝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은 식물이 주는 치유의 능력을 경험했다. 코로나 19사태가 끝난 후에도 홈가드닝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잡아 갈 것이라 예측된다. 홈가드닝은 코로나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개인의 이슈와 맞물려 플랜테리어 문화를 본격적으로 확장시켰다. 이와 동시에 우리 삶에 익숙해진 또 하나의 중요한 키워드가 바로 ‘반려식물’이다. 온라인 홈가드닝 클래스는 단순히 화분에 흙을 넣고 식물을 심는 것에서 벗어나 벽걸이 액자 오브제 같은 트렌디한 작품을 손쉽게 배울 수 있는 것까지 다양한 과정이 있다. ⓒ CLASS 101 홈가드닝 클래스는 식물 큐레이션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식물을 화분에 심는 과정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식물 생활의 전반을 함께 고민하고 그동안 식물 생활에 실패한 이유, 식물로 공간을 꾸미는 방법 등을 알려준다. ⓒ CLASS 101 정대헌 (Jeong Dae-heon 鄭大憲) 사단법인 한국생활정원진흥회 회장 ( President, Korea Gardening Life Association), 월간 가드닝 기자(Reporter, Monthly Magazine Garde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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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2021 SUMMER 611

주식에 빠진 2030세대 주식에 빠진 2030세대 코로나19로 인한 우려와 혼돈의 시간이 금융 투자를 부추기는 강력한 바람이 됐다. 팬데믹의 초기에 증시가 급락하면서 평소 주식에 무관심하던 이들까지 대거 투자에 뛰어든 것이다. 이 중심에‘2030세대’ 가 있다. 올해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는 29세 임수빈(Im Su-bin 林秀賓)씨는 최근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 30만원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계속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면서 일자리를 찾고 있는데, 인턴 자리는 구할 수 있으나 정규직 취업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절박한 상황에 우선 작은 돈이라도 벌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주식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지난해 12월 예정됐던 결혼식을 올해 9월로 연기한 33세 프리랜서 번역가 김아람(Kim A-ram 金娥濫)씨도 얼마 전 주식에 입문했다. 계속되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결혼식 참석 인원이 50명 이하로 제한되어 꼭 참석할 가족, 친구들을 생각해서 어쩔 수 없이 결혼식을 미루게 되자, 신혼여행 때 쓰려고 모아둔 돈을 짧은 시간이지만 주식에 투자하기로 했다. 그는 “주식 시장이 호황이니 몇 십 만원이라도 벌어서 신혼살림에 보탤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 주식 투자에 발을 들여놓은 2030세대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이런 현상을 나타내는 신조어도 잇달아 생겨났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동학개미운동’이다. 젊은 개인투자자들이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에 맞서 급락한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인 상황을 말하는데, 1894년 외세에 대항해 일어난 ‘동학농민운동(東學農民運動)’에 빗댄 말이다. 여기서 ‘개미’는 월급 받으며 매일 일하는 젊은 회사원을 의미한다. 그런가 하면 ‘주린이’이도 요즘 새로 등장한 말이다. ‘주식’과 ‘어린이’를 합한 단어로, 주식에 대해 잘 모르며 거래를 시작한 초보자를 가리킨다. 이 같은 현상은 숫자로도 확연히 드러난다. 한국예탁결제원(Korea Securities Depository 韓國預託決濟院)이 4월 1일 발표한 ‘12월 결산 상장법인의 소유자 현황’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0년 말 개인의 주식 보유액은 총 662조원으로 2019년 말 419조원에서 243조원 증가했다.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개인의 비중도 전년에 비해 3.6%포인트 증가한 28%였다. 새로 주식 투자를 시작한 개인은 약 300만명으로 전체 개인 투자자 914만명의 32.8%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 주식 투자를 처음 시작한 300만명 중 53.5%인 160만명이 30대 이하였다. 성별로는 남성의 보유 금액이 489조원으로 여성의 173조원보다 많았다. 그러나 증가율로 보면 여성의 보유액이 전년 대비 77%(97조원→173조원) 늘어나, 남성의 증가율 52%(321조원→489조원)보다 높았다. 젊은 여성들도 새로이 주식 투자에 눈을 뜬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주식 투자에 뛰어든 2030대가 급격히 늘어나며 다양한 모바일 주식 어플리케이션들이 등장했다. 증권사들은 이들 ‘개미군단’을 타깃으로 고객 확보를 위해 저마다 이벤트도 펼치고 있다. ©freepik 젊은 개인 투자자들 지난해 9월 미국 경제전문지 블룸버그(Bloomberg)가‘한국 밀레니얼 세대의 단타 투자 현상(Broke Millennials Turn to Day Trading to Strike It Rich in Korea)’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젊은 세대의 절박한 투자 현상을 심층 분석했다. 즉 전년 대비 48% 증가한 개인 투자자의 거래가 코스피 시가총액의 65%를 차지하고 그 중의 대다수가 20대에서 30대 사이의 새내기 젊은 투자자들이며 이들 가운데 다수는 주식 투자를 위해 빚을 내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한국 2030세대는 왜 주식시장에 몰입하고 있을까. 첫 번째로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에 주식 시장이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절박한 심정이다. 저금리가 굳어지면서 한동안 젊은 투자자들의 자금이 갈 곳을 잃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 속에 가라 앉았던 주식시장으로 돈이 몰리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뛰었다. 이에 투자처를 고민하던 젊은층이 주식시장으로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2020년 1월 2일, 코스피지수는 2175.17을 기록한 뒤 같은 해 3월까지 하락세를 기록했다. 그러다가 각국 정부가 긴급 재난지원을 위한 자금을 풀고 백신 개발 소식이 이어지며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식시장이 눈에 띄게 활기를 찾았다. 올 1월 4일 코스피지수가 3000선을 넘으며 현재도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이와 함께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심리가 청년세대 투자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의 저변에는 하락하고 있는 청년층의 취업률이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더욱 얼어붙은 2020년의 한국 고용시장은 특히 젊은 세대에게 가혹했다. 통계청의 고용동향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2월 현재 20대 취업자는 351만명으로 2019년 동기 대비 3.9%p 하락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연령층의 고용률이 감소했지만 10대가 1.5%p, 30대가 1.9%p, 40대가 1.6%p, 60대 이상이 0.1%p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20대의 감소율이 가장 크다. 고용률의 하락에 따라 실업률은 상승했다. 2020년 12월 20대의 실업률은 전년도 동기 대비 0.9%p 늘었다. 절박한 노력 취업난에 내몰린 젊은 세대를 더욱 절망케 하는 것은 급등하는 주택 가격이다. 정부의 잇따른 주택난 해결 대책에도 불구하고 한국 인구의 거의 절반이 모여 사는 서울의 아파트 시세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두 배까지 올랐다. 내 집 마련의 꿈이 멀어진 젊은 세대는 자연히 결혼도 미루게 된다. 실제 2020년 전국의 결혼 건수는 관련 통계가 시작된 1970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 ‘2020년 혼인, 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21만4000건으로 2019년보다 10.7% 감소했다. 온라인 서점 플랫폼 인터파크에 따르면 올 해 1월부터 3월까지 주식·투자·펀드 분야의 도서 판매량과 매출액이 전년 동기간 대비 각각 5배씩 증가했다. 열풍의 파장 주식을 주제로 하는 TV 예능 프로그램도 최근에 나타난 새로운 현상이다. 전에는 주로 경제 채널에서만 주식 방송을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연예 전문 채널 프로그램에서도 주식 이야기하는 장면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카카오TV가 지난해 9월 시작한 ‘개미는 오늘도 뚠뚠’이 있다. 인기 연예인 노홍철(Noh Hong-chul 卢弘喆)과 딘딘(DinDin)이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출연자가 실제로 자신들이 개설한 증권사 계좌로 출연료를 받고, 이를 투자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시청자의 반응이 호의적이다. 특히 주식을 처음 시작하는 젊은층의 공감을 얻으며 방영 플랫폼을 확장해 넷플릭스를 통해서도 방영되고 있는데, 매회 평균 조회 수가 200 만회에 이른다. 지상파 방송국인 MBC도 올 3월 파일럿 형태로 주식 버라이어티 토크쇼 ‘개미의 꿈’을 선보였다. 2부작으로 편성된 이 프로그램에서는 경제 전문가와 연예인 패널들이 나와 주식 투자의 기본 지식을 자세히 설명했다. 한편 SBS의 오래 된 인기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은 올 2월, 특집으로 모의 주식투자 대회를 진행했고, 또 다른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는 3월 인기 호스트 유재석이 2030세대 주식 투자자 3명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보여줬다. ‘주린이’들에게 주식에 대한 정보와 유머를 선사하는 예능 프로그램 이 시즌 4에 이를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Kakao Entertainment)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10명 중 3명이 주식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절반은 주식 투자를 시작한 지 채 1년이 안 됐다고 답했다. ©동대신문 경주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의 주식 열풍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분석한다. 박성희 (Park Sung-hee 朴性熙) 한국트렌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차곡차곡 월급을 모아 자동차를 사고, 내 집 마련하기를 바라던 이전 2030세대와 지금의 2030세대는 완전히 다르다. 요즘 2030세대에게 자동차는 빌리면 되는 것, 치솟은 부동산은 너무 먼 이야기가 됐다”며 “취업이 어렵고, 평생직장도 사라지고 있어 요즘 젊은 세대는 먼 미래를 위한 저축보다는 소액으로 지금 바로 투자해서 수익을 낼 기회를 노린다. 특히 코로나19이후로 이 같은 추세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해외여행도 갈 수 없는 상황에 이들은 비대면 투자처를 알아보게 되고, 이 같은 갈증에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할 수 있는 주식 투자에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라예진(Ra Ye-jin 羅禮眞)중앙일보 S 이코노미스트 기자 (Reporter, Economist, JoongAng Ilbo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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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2021 SPRING 847

온라인으로 즐기는 취미 생활 2019년 한국에는 취미로 뭉치는 소모임 활동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퍼져나가던 이 ‘살롱 문화’는 2020년, 갑자기 들이닥친 코로나 19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온라인 활동으로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간편하게 배울 수 있는 자수 강좌는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 ‘하비풀’의 인기 클래스다. 쉽게 배울 수 있고 집안 장식에도 도움이 되는 온라인 취미 클래스들이 늘고 있다. © HOBBYFUL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와인을 좋아한다. 그는 와인의 향기와 맛을 음미하며 마음 맞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데서 큰 즐거움을 느낀다. 홈베이킹도 온라인 취미 교실의 인기 종목이다. 그 밖에도 자수, 뜨개질, 언어, 음악, 요리 등 온라인 클래스의 영역이 점점 확장되는 추세다. © CLASS 101 2020년 9월 20일 군산월명체육관에서 열린 '2020 MG새마을금고 KBL 컵대회' 울산현대모비스와 창원LG의 경기에서 코로나 19로 경기장을 찾지 못한 '랜선 응원단'이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취미를 나누는 소모임 2019년 이씨는 와인을 더 깊이 알고자 한 작은 모임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30대 남녀 10여 명으로 구성된 이 그룹은 매주 금요일 저녁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장소에서 모임을 가졌다. 서로 안부를 묻고 가벼운 대화로 시작해 매주 다른 와인을 소재로 이야기를 나눈 뒤, 함께 맛보는 순서로 이어졌다. 한때 스위스에 가서 좋은 와인에 맛있는 치즈를 먹는 꿈을 꾸었던 이씨는 이 모임을 통해 작은 소망을 이루어 가는 기쁨을 느꼈다. 비록 알프스행 비행기를 타지는 못했지만. 같은 취미를 가진 또래의 남녀가 비슷한 성비로 만나 분위기도 화기애애해서 한 주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졌고, 궁금증과 설렘으로 한 주를 보내곤 했다. 회사 밖에서 만날 수 있는 또래들과의 새로운 세상이었다. “언제 다시 모임을 하게 될지 알 수 없어요. 지금의 생활이 꿈이라면 얼른 깨어나기를 바랄 뿐이에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이 모임은 이제 마치 먼 옛날 일처럼 느껴지게 되었다. 요즘 그의 낙이라고는 늦은 밤 거실에 앉아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며, 혼자 와인을 홀짝거리는 게 전부다. 퇴근 후 그저 멍하니 소파에 앉아 있는 날도 있다. 비슷한 나날이 해를 넘겨 이어지고 있다. 당장은 서로의 대화 온도나 감정을 생생하게 느끼기는 어려울 듯하다. 그래도 “재밌다”거나 “유익하다”는 참여자들의 리뷰를 보면 온라인 활동에 큰 장애물은 없어 보인다. 만날 수 없다면 화상으로 “화상 채팅 프로그램 줌(Zoom)으로 모임을 진행합니다.” 전체 회원 수 67명인 서울의 한 독서 모임은 최근 ‘소모임(Somoim)’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온라인으로 활동을 계속한다고 공지했다. 지난 해 말 정부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두 번째 가장 높은 2.5단계로 연장한다고 발표한 직후였다. 방역조치에 따라 서로가 읽은 책의 감상을 온라인 대화로 나누고 소통하자는 제안이었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회원들이 같은 테이블에 모여 앉아 떠오르는 영감을 공유했을 ‘글쓰기 모임’도 상황은 비슷하다. 전체 회원 234명인 서울의 한 글쓰기 모임은 비대면 화상회의를 제공하는 ‘구글 미트(Google Meet)’로 모임을 계속하고 있다. 처음에는 온라인으로 글쓰기 모임을 한다는 것이 낯설었던 회원들도 이내 서로의 글을 독서하듯 채팅으로 공유하는 방식으로 갈증을 풀게 되었다. 그 밖에도 ‘문토(Munto)’, ‘문래당(Moonraedang)’, ‘트레바리(Trevari)’, ‘프립(Frip)’ 등 국내에는 ‘소셜 살롱’을 표방하며 다양한 취미를 공유하는 커뮤니티 플랫폼들이 있다. 이들 중 ‘트레바리’는 독서에 특화한 플랫폼이다. 2015년 시작된 이 커뮤니티에서는 현재 400여 개의 독서 모임을 통해 6천 여 명의 회원들이 활동 중이다. 이들은 대부분 한 달에 한 권 정도의 책을 읽으며, 매달 1회씩 총 4회 모임을 갖는다. 물론, 트레바리도 정부의 방역조치에 따라 현재는 오프라인 모임을 취소한 상태다. 원하는 회원들에게는 참가비의 일부를 돌려주고, 온라인 화상채팅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당장은 서로의 대화 온도나 감정을 생생하게 느끼기는 어려울 듯하다. 그래도 “재밌다”거나 “유익하다”는 참여자들의 리뷰를 보면 온라인 활동에 큰 장애물은 없어 보인다. 여가 활동 플랫폼 프립에서 살펴본 한 요리 모임은 마스크 착용과 손 소독제 비치, 발열 체크 등 철저히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이뤄지고 있다. 개인 별 조리도구, 장소와 재료 등이 필요해 대면활동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참가 인원 다섯 명을 넘지 않는 선에서 등산이나 트래킹 등을 하는 운동모임도 마찬가지다. 그런가 하면 요리나 운동을 온라인 활동으로 병행하는 모임도 있다. 밀키트를 배송 받아 회원들이 각자의 집에서 음식을 만들거나, ‘등산’ ‘수영’ 등의 해시태그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겨 수행 정도를 서로 공유하는 등 저마다 대책을 찾고 있다. 코로나 19로 휘트니스 센터에 갈 수 없어 스마트폰을 이용한 홈 트레이닝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유튜브 채널이나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에는 실시간 새로운 홈 트레이닝 콘텐츠가 업로드된다. © LG유플러스 살롱 문화 2019년 4월,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Embrain Trend Monitor)가 전국의 만 19세~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활동 중인 모임’을 조사했다. 이 중 정기적으로 모임활동을 한다는 906명에게 모임의 성격을 묻자, ‘취미와 관심사에 따른 불특정 다수와의 모임’이라는 응답자가 26.2% 였다. 학교와 회사 등 기존 인간관계에서 파생된 형태라는 답변(67.6%)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지만 새로운 경향임에는 틀림없다. 평소 모임이나 동호회 활동의 필요성을 느낀다는 응답자(749명) 중 38.9%가 ‘취미, 또는 관심사’에 집중하는 모임 참석이 필요하다고 한 점도 눈여겨 볼만 하다. 어쩌면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에서의 탈출구를 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대답에는 30대의 비중이 가장 높았는데, 이들이 현재 우리 사회에서 확산되고 있는 소규모 취미활동 커뮤니티, 즉 ‘살롱 문화’의 주류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특히 전체 응답자의 73.5%에 이르는 735명이 향후 여행 동호회에 참석하고 싶다고 했으며, 운동•스포츠(18.1%), 외국어•언어(15.9%), 봉사활동(15%), 영화(14.3%), 책•글쓰기(14.1%) 등의 모임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이런 인식은 개인화된 사회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 대부분의 인간관계가 ‘나’를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내 취향과 관심사가 누군가를 만나는데 중요한 조건이 된 것이다. 와인, 독서, 여행, 음악, 요리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살롱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이유다. 작은 개인적 경험 오프라인 모임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온라인의 형태로 변화하는중에 필자도 온라인 강좌를 체험해보기로 했다. 시작하기 전에는 자신감도 있었다. 프립에서 ‘티매트(tea mat)’ 뜨개질 키트를 주문했다. 호스트의 안내 페이지에서 본 것처럼 뚝딱 작품을 만들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생전 처음 뜨개용품을 만지면서 자신감은 이내 자괴감으로 변했다. 호스트가 보낸 URL에서 영상을 봤지만, 빠르게 움직이는 호스트의 손과 달리 내 손은 좀처럼 진도를 나가지 못했다. ‘아, 직접 앞에서 수업을 들었다면 더 쉽고 자세하게 요령을 알 수 있었을 텐데’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영상만 보고 처음으로 뜨개질을 하려니 대면 수업의 필요성을 절절하게 느꼈다. 몇 차례 털실뭉치와 바늘을 가지고 씨름하다가 ‘티매트는 사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내 손으로 짠 예쁜 매트로 찻잔을 받쳐 우아하게 커피 한 잔 하겠다던 계획도 뒤로 미뤘다. 무슨 취미 활동이나 초보들은 나처럼 온라인 클래스의 벽을 느낄 수 있을 터이다. 반면 작은 경험이라도 있는 사람들이라면 문턱이 그리 높지 않을 것도 같다. 내 뭉쳐진 털실뭉치는 곧 서랍장으로 들어갔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직접 수업을 들으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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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2020 WINTER 656

내 차에서 즐기는 여행 고가의 캠핑카를 구입하거나 렌트하지 않아도 자신의 차량으로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차박’이 새로운 레저 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며 한층 상승세를 타고 있는 비대면 야외 활동이다. “첫 번째로 1열의 의자를 앞쪽으로 최대한 당겨 주시고요. 그다음에는 2열의 의자도 같은 방향으로 접어 주세요.” 한 유튜버가 자신의 SUV 차량 내부를 가리키며 말했다. 30초도 되지 않아 내부 공간을 넓힌 그는 “이제 바닥에 매트를 깔 거예요”라며 “그 전에 제가 누울 수 있는지 의자를 치운 공간의 가로, 세로 길이를 재 보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곧 이어 차량 내부의 가로 길이는 약 1m, 세로는 1m 95㎝로 측정됐다. 그는 “이 정도면 일반 성인 남성도 편안히 누울 수 있다”며 “여러분이 커플이라면 오붓한 2인 캠핑을 즐길 수도 있겠다”고 미소 지었다. 지난해 7월 한 유튜브 계정에 올라온 차박 준비 과정을 다룬 이 영상은 올 10월 기준 조회수 10만 건을 넘겼다. ‘차박(車泊)’이란 차와 숙박을 합친 신조어로 ‘차에서 잔다’는 의미다. 여행을 떠나 차에서 잔다면 주방 시설에 침대도 있는 캠핑카를 떠올리기 쉽지만, 차박은 필수 장비 몇 가지만 갖춘 채 평소에 사용하던 자신의 차에서 자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 보니 대개 실내 공간이 넓은 SUV 차량을 이용하는데, 운전석 뒤의 의자를 눕혀 공간을 최대한 넓히면 그런대로 하룻밤 묵을 수 있는 숙소를 마련할 수 있다. 캠핑의 감성은 그대로 살리면서도 최소한의 짐만으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새로운 여행 형태이다. 차박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장소를 불문하고 숙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굳이 캠핑장이나 휴양림에 갇힐 필요 없이 마음에 드는 곳이면 어디든 머물 수 있다. 새로운 레저 문화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보고서에 의하면 트럭과 승용차의 장점을 섞은 픽업트럭 판매량이 2017년 2만 2000여 대에서 이듬해 4만 2000여 대로 90% 이상 증가했다. 또한 캠핑아웃도어진흥원은 같은 기간 국내 캠핑 산업 규모가 2조 원에서 2조 6000억 원대로 30% 이상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캠핑 용품 시장도 올해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다.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이 지난 6~7월의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차 트렁크와 연결해서 쓰는 도킹텐트와 텐트 안에 까는 에어매트 매출이 직전의 두 달보다 각각 664%, 90% 늘었다. 캠핑 필수 아이템인 아이스박스 매출은 10배 이상 증가했다. 롯데마트도 같은 기간에 전년 대비 캠핑 용품 매출을 분석했는데 그 결과, “의자와 테이블 등을 포함한 캠핑 가구는 103.7%, 침낭•매트리스 등 캠핑 침구는 37.6%, 텐트는 55.4%, 캠핑 취사 용품은 75.5%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2018년 무렵부터 세간에 회자되며 성장세를 보인 차박은 TV 방송 프로그램의 소재로도 인기다. MBC TV의 대표적인 예능 프로그램 는 지난 3월 한 신인 남자 배우가 자신의 차량을 끌고 바닷가를 찾아 아이돌 가수와 함께 캠핑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는 차량 뒷좌석을 전면 개조했는데, 차 안에 전구를 달아 밤에는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 방송이 나간 뒤,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차박이 등장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는 차박을 해 보고 싶다는 반응이 폭발적으로 이어졌다.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로 ‘차박’을 검색하면 수십만 건의 게시물이 쏟아진다. 새로운 매력 이 새로운 레저 문화가 급격히 성장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크게 번거로운 준비 과정 없이 떠나고 싶을 때 훌쩍 떠날 수 있다. 금요일 퇴근 후에 떠나 바닷가에서 지낼 수도 있고, 산림을 찾아 이튿날 아침 상쾌한 공기도 마실 수 있다. 영상 하나로 40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어느 여성 유튜버는 홀로 여유를 즐기는 데 그만이라고 말한다. 특별한 장비 없이 캠핑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끼니를 해결할 냉동 식품 몇 가지에 술 한 병만으로도 하룻밤의 캠핑이 완성된다. 캠핑장을 예약할 필요도 없다. 캠핑 인구가 늘면서 유명한 캠핑장들의 경우 오랫동안 기다려야 예약이 가능한데, 굳이 캠핑장이 아니라도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코로나19가 영향을 미친 측면도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대면 접촉이 제한되면서 혼자서 또는 가족끼리 오붓하게 자연 속에서 우울한 마음을 달랠 수 있는 탈출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기반하고 있는 국내 최대 차박 커뮤니티 ‘차박캠핑클럽’만 보더라도 올해 2월 말 8만 명이었던 회원수가 9월 초에는 17만여 명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차량에 까는 매트가 다소 불편하다. 차박용 매트를 사용한다 해도 잠자리에 예민한 사람에게는 불면의 밤이 될 수 있다. 올 2월 28일 자동차관리법이 개정되면서 승용차도 캠핑카로 개조할 수 있게 되었지만, 바닥을 고르게 하는 작업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또한 반드시 세안이나 샤워를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상쾌한 여행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건전한 문화 차박에는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불편함도 따른다. 차 속에 오랫동안 에어컨이나 히터를 틀면 위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기를 생산하는 파워뱅크와 무시동 히터 등의 장비를 갖춰야 더위와 추위를 막을 수 있다. 또 차 안에 들어오는 벌레도 귀찮은 문제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차박용 모기장을 따로 준비해야 한다. 필요한 장비를 하나씩 사다 보면 갈수록 더 비싼 물건을 찾게 된다. 안락한 차박을 추구하다 보면 자연스레 생기는 일이다. 한 남성 유튜버는 자신이 차박을 그만둔 이유가 이런 ‘장비병’ 때문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차박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장소를 불문하고 숙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굳이 캠핑장이나 휴양림에 갇힐 필요 없이 마음에 드는 곳이면 어디든 머물 수 있다. 물론 대다수 차박족은 화장실을 갖춘 공원이나 해변, 강가를 선호한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차박 성지’로 떠오른 곳들도 많지만, 야영과 취사로 인해 불거질 수 있는 문제점 때문에 출입을 제한하는 곳들도 늘고 있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자연을 훼손하고, 쓰레기를 무단으로 투기하기 때문이다. 건전한 문화를 정착시킬 수만 있다면, 차박은 코로나19 시대에 선택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유익한 여행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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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2020 AUTUMN 384

즉석밥에서 유명 셰프의 요리까지 초기에는 1인 가구와 맞벌이 주부들이 주로 찾았던 가정간편식의 소비자층이 크게 확산되는 추세다. 최근에는 집에서 고급 요리를 손쉽게 먹기 원하는 미식가들과 COVID-19의 확산으로 외식을 꺼리게 된 사람들까지 가세하며 즉석식품 산업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가정간편식 시장의 문을 연 것은 1996년 출시된 즉석밥이었다. 초기에는 소비자들에게 외면 당했지만, 현재는 다양한 종류의 즉석밥이 꾸준히 팔리고 해외 수출량도 늘고 있다. ⓒ CJ제일제당 어느 날 퇴근길에 보니 현관 앞에 전단지 하나가 붙어 있었다. 무심코 바로 쓰레기통에 넣었을 텐데 “집밥을 배달해 준다”는 문구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전단지에는 다양한 밑반찬으로 구성된 한 달 동안의 메뉴가 조그만 사진들과 함께 소개되었고, 그중 몇 개를 골라서 신청하면 집 앞에 바로 가져다준다고 했다. ‘한번 주문해 볼까?’ 마음이 흔들렸다. 아직 아기가 없는 맞벌이 부부가 식탁에 마주 앉아 저녁을 먹는 날은 주말을 제외하면 일주일에 2~3번, 그마저도 둘 중 한 사람의 퇴근이 늦어지는 날에는 아예 밖에서 먹고 들어오거나 배달 음식에 의존하곤 했었다. 요즘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외식을 꺼리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집에서 식사를 해야 하는데, 매번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을 수는 없기 때문에 가정간편식도 자주 이용하고 있다. 둘이 먹는 양도 많지 않으니, 식재료를 잔뜩 구입했다가 냉장고에서 썩히는 것보다 그 편이 훨씬 합리적으로 느껴진다. 또한 가사 노동 시간을 줄여 주니 나처럼 일하는 여성에게는 매우 합리적인 대안이다. 다양한 종류의 가정간편식이 진열된 매대 앞에서 소비자가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한국인의 식생활에서 찌개와 국, 탕은 빠질 수 없는 음식들이지만, 재료 손질이 번거롭고 시간이 많이 걸려 주부들에게 큰 부담이었다. 최근에는 간단하게 데우기만 하면 되는 간편식들이 출시되어 주부들의 가사 노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주고 있다. ⓒ 뉴스뱅크 전자레인지에 데운 후 바로 섭취가 가능한 RTH 제품들. ⓒ 맘스터치 요즘 간편식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레스토랑 메뉴이다. 유명한 맛집을 찾아다니며 미식을 즐기던 사람들이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외출이 제한되면서 맛집의 인기 메뉴를 집에서 간편히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 것이다. 즉석밥의 등장 가정간편식을 한 번도 구입해 보지 않은 가정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가정간편식은 즉석식품의 일종으로 가공 포장된 음식을 단순한 조리 과정만 거치면 바로 먹을 수 있어 편리하다. 그 종류는 꽤 다양한데, 대체로 조리법을 기준으로 네 가지로 나뉜다. 조리 없이 바로 섭취하는 RTE(ready to eat), 가열 후 섭취하는 RTH(ready to heat), 간단히 조리한 후 섭취하는 RTC(ready to cook), 가공된 식재료로 간단히 요리 후 섭취하는 RTP(ready to prepare) 등이다. 최근에는 RTC, RTP 타입의 밀키트 제품이 인기인데 뭔가 조리했다는 기분이 들게 하기 때문이다. 닐슨코리아 왓츠넥스트그룹이 2018년 발표한 ‘한국인의 식생활 조사’에 의하면 1인 가구는 일주일에 3회, 2인 이상 가구는 2회 가정간편식을 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간편식 시장 규모는 2014년 1조 210억 원에서 지난해 1조 9,500억 원으로 성장했고, 2024년에는 2조 9,15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시장을 처음 개척한 상품은 즉석밥이었다. 1996년 즉석밥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 “밥을 누가 사서 먹겠느냐?”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밥은 집에서 지어 먹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은 단단했다. 유명 모델이 광고에 등장해서 편리함을 아무리 강조해도 즉석밥은 건강에 좋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무너뜨리지 못했다. 지금처럼 즉석밥이 식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게 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가공식품에 대한 거부감이 점차 줄어들면서 요즘은 마트에서 다양한 종류의 즉석밥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각종 국, 탕, 찌개, 반찬 등 다양한 메뉴가 개발되어 가정간편식만으로 식탁을 푸짐하게 차릴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손질된 식재료를 간단히 조리해서 먹는 RTP 제품은 요리를 하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특히 특급 셰프들이 참여해 만든 고급 밀키트 제품들은 미식가들도 구미를 당기게 한다. ⓒ CJ제일제당 2017년 10월, 서울 중구 CJ인재원에서 열린 가정간편식 행사에 진열된 CJ제일제당의 간편식 제품들. 초기에 1인 가구와 젊은 맞벌이 주부를 겨냥했던 간편식 시장은 조리된 음식을 사 먹는 데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던 시니어 층까지 소비 주체가 크게 확장되는 추세다. ⓒ 연합뉴스 유명 맛집 음식 초기의 가정간편식은 한식이 주를 이루었지만, 최근에는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진화하는 추세다. CJ제일제당의 간편식 브랜드는 10년 이상 특급 호텔 주방에서 일한 경력을 가진 13명의 셰프들이 메뉴를 연구하고 개발한다. 요즘 젊은 층이 좋아하는 감바스 요리를 비롯해 팟타이, 오야코동 같은 글로벌 메뉴까지 다양하게 구성하고 있다. 밀키트 시장에 비교적 먼저 뛰어든 한국야쿠르트 또한 셰프의 요리를 집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이 브랜드는 몇 년 전부터 국내 스타 셰프들의 시그니처 메뉴로 구성된 제품을 선보였고, 최근에는 가정에서 요리하기 어려운 양고기 간편식을 출시해 마니아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요즘 간편식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레스토랑 메뉴이다. 유명한 맛집을 찾아다니며 미식을 즐기던 사람들이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외출이 제한되면서 맛집의 인기 메뉴를 집에서 간편히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 것이다. 유명 식당의 대표 음식인 만큼 맛이 보장되고, 위생적으로도 믿을 수 있어서 이용자가 크게 늘고 있다. 식재료뿐만 아니라 가정간편식 배송에도 강점을 보이고 있는 마켓컬리의 분석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레스토랑 간편식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마켓컬리에는 갈비탕, 막창, 냉면, 쌀국수 등을 전문으로 하는 전국의 유명한 음식점들이 다수 입점해 있다. 밀레니얼의 라이프스타일 간편식 시장이 이처럼 확산되는 이유로 1인 및 맞벌이 가구의 급증과 함께 밀레니얼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언급할 수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보통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자를 지칭하는데, 이들이 결혼 적령기에 들어서면서 탄생한 ‘밀레니얼 가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설명하는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가 ‘효율성’이기 때문이다. 밀레니얼들은 직접 맛있는 요리를 하고 싶지만, 재료 손질과 장보기 등 시간이 걸리는 번거로운 절차는 생략하고 싶어한다. 이러한 이중적 욕구가 가정간편식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특히 재료가 다 손질되어 있는 밀키트는 불편을 최소화하면서도 요리의 즐거움을 적절히 누릴 수 있게 한다. 한편 집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도 가정간편식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는 요인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집이 일하는 공간, 학습의 공간, 취미 생활의 공간 등 모든 생활의 플랫폼이 되고 있다. 집 안에 홈시어터를 설치해 영화관 못지않은 영상과 사운드를 누리기도 하고, 홈트레이닝을 위한 공간을 별도로 만들기도 한다. 집에서 밥을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가정간편식은 외식 기분을 내기 위한 중요한 대안이다. 스키야키, 연어 참치장, 양장피처럼 재료 준비가 번거로운 메뉴도 동봉된 레시피 카드에 적힌 순서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적절한 분량으로 손질된 재료들로 간단하게 조리해 즐길 수 있다. 초기의 가정간편식은 간편함과 가격 경쟁력이 강조되었지만, 요즘에는 소비의 주체가 다인 가구로 확장되고 있고 더 나아가 시니어 층으로 확대되는 추세여서 가격대가 다소 높은 고급 메뉴도 잘 팔리고 있다. 앞으로는 유아를 위한 이유식이나 환자를 위한 유동식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 간편식이 간단한 한 끼를 넘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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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2020 SUMMER 398

당신이 잠든 사이에 ‘새벽 배송’과 ‘총알 배송’– 최근 들어 한국의 대도시 주민들에게 익숙해진 생활 방식이다. 말 그대로 주문한 날 당일에 물건이 대문 앞에 도착하고, 한밤중에 주문한 식사가 아침 식탁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엄청난 편의성의 이면에는 배송 기사들의 고된 노동과 과도한 포장재로 인한 문제들이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곤 했다. 대개는 출근하지 않는 주말에 온 가족이 함께 나들이하듯 쇼핑을 한 후 때로는 함께 외식을 즐겼고, 그렇게 사온 식료품으로 냉장고를 가득 채웠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런데 2~3년 전 우연히 새벽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 후부터 대형마트에 가는 횟수가 차츰 줄더니, 1년 전부터는 아예 발길을 끊게 되었다. 새벽 배송은 2015년 국내의 한 스타트업 업체가 시작해 열풍을 일으켰으며, 유통업체들 사이에서 경쟁적으로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다. 새벽 배송을 한 번도 이용해 보지 않은 사람은 있을지언정 한 번으로 그치는 사람은 없다. 그 편리함에 한번 맛을 들이면 시간을 들여 장을 보러 가는 행위가 매우 불필요하게 느껴진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는지 계속 늘기만 하던 대형마트의 점포수가 하나둘 줄기 시작했고, 급기야 최근에는 폐점되는 점포가 속출하게 되었다. 한 스타트업 업체의 물류 창고.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고르고 포장하는 작업이 24시간 계속되는 곳이다. ⓒ 마켓컬리 식품에서 세탁까지 아침 식사를 위한 식재료는 전날 저녁 집 냉장고에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저녁을 먹고 나서 가족들과 내일 아침은 뭘 먹을지 이야기하고, 필요한 식재료를 새벽 배송 서비스로 주문하면 되기 때문이다. 대개 밤 10시 전후에(일부 업체는 자정까지) 주문을 마치면, 곧바로 새벽 2시부터 아침 7시 사이에 주문한 물품의 배송이 완료된다. 유통기한이 긴 가공식품이나 공산품만 배송되는 것은 아니다. 과일과 채소, 고기 같은 신선한 식료품부터 꺼내어 바로 먹을 수 있는 조리된 음식까지 가능하다. 빠른 배송은 식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내의 한 패션 기업은 고객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오전 10시 이전에 주문하면 당일 오후에 옷을 배송해 준다. 화장품 브랜드 중에서도 총알 배송을 하는 곳들이 늘고 있다. 이쯤 되면 배송의 속도는 더 이상 상품의 속성과 무관하다. 나도 새벽 배송으로 식료품만 사는 것이 아니다. 세탁 서비스도 이용한다. 양복이나 셔츠 등 드라이클리닝을 맡길 세탁물을 종이 가방에 담아서 문 앞에 두면 새벽에 세탁물을 수거해 간다. 이 옷들은 말끔하게 세탁되어 이틀 후 새벽 문 앞에 다시 걸려 있다. 세탁소에 직접 가서 맡길 필요 없이 스마트폰 앱으로 주문하면 깔끔하게 처리된다. 옷뿐만 아니라 신발과 가방, 이불까지 세탁이 가능하고 수선도 해준다. 배송 서비스는 시간도 절약해 준다. 내 기준으로 보면 일주일에 한 번 마트까지 오고 가는 시간과 장 보는 시간을 합치면 아주 적게 잡아도 1시간 이상 소요된다. 장보기에 연간 최소한 50~60시간을 썼던 셈이다. 마트가 멀거나 쇼핑을 더 오래 하는 사람들은 100시간이 넘을 수도 있다. 내가 잠들어 있는 동안 누군가 나를 위해 일을 해준 덕분에 나는 시간을 그만큼 아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때문에 물류 시스템과 배송 인력들이 한밤중에도 가동된다. 그들은 밤에 일하고 낮에 쉰다. 다른 사람들의 편리를 위해 그들은 밤낮이 바뀐 삶을 산다. 밤 늦은 시간에 주문한 물건을 몇 시간 안에 배달해 주는 새벽 배송 서비스 이용자가 늘어남에 따라 택배 기사들의 노동 환경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 쿠팡 최근에는 편리함뿐 아니라 비대면 방식이 배송 서비스의 큰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중요해진 코로나19 상황에서 마트에 가서 사람들과 마주칠 일도 없고, 배송 인력과 얼굴을 대할 필요도 없으니 당연한 현상이기도 하다. 배송 노동자들 이렇게 빠른 배송이 어떻게 가능하게 된 것일까? 이것은 분명히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와 관련이 있다. 급속한 산업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뭐든 빠르게 행동하고 빠르게 답을 원하는 문화가 한국인의 특성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의 관공서만큼 빠르게 일 처리를 해주는 곳도 드물다. 이런 특질은 재난이나 위기 상황에서 더더욱 효과를 나타내 코로나19 대응에서도 빛을 발했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굳이 빠를 필요 없는 것까지 빨라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배송 서비스 종사자들의 노동 강도가 높다. 새벽 배송과 총알 배송을 확산시킨 일등 공신 중 하나가 배송 노동자들인데, 그들이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감수하고 있기에 소비자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편리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최근 들어 이러한 과잉 속도에 문제를 제기하며, 이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확산되고 있다. COVID-19 이후 고객이 주문한 제품을 문 앞에 걸어두고 가는 비대면 배송 서비스가 더욱 늘고 있다. ⓒ SSG.COM 과도한 포장재 쓰레기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최근 유통 업체들은 포장재를 최소화하고 친환경 및 재활용 가능한 소재를 개발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마켓컬리 넘쳐나는 포장재 새벽 배송의 핵심은 역시 신선한 식품을 빠르게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포장재가 매우 중요하다. 신선도 유지를 위해 아이스팩이 쓰이고, 식품의 손상을 막기 위해 스티로폼 박스에 완충재가 함께 포장된다. 처음 새벽 배송 서비스가 도입되었을 때는 놀라운 편리성에 가려져 과도한 포장재가 일으키는 문제가 간과되었다. 그러나 차츰 쓰레기 분리수거 등 일상생활에서 번거로움이 발생하자 이 문제가 민감하게 떠올랐다. 나처럼 새벽 배송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은 집 안에 스티로폼 박스와 완충재 등 여러 가지 포장재 쓰레기가 쌓이기 마련인데, 버려도 버려도 끝이 없다. 유통업체들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에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선 시장을 성장시킬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될 수 있는 대로 재활용 가능한 소재를 쓰고, 포장도 최소화시킨다. 가령 아이스팩은 종이팩 안에 물을 얼려서 쓰는 방식으로 바꿨고, 포장 테이프도 비닐 대신 종이로 바꿨다. 일부 업체에서는 포장재를 수거해 가서 소비자의 불편을 줄여 주고 있다. 이런 변화는 식품 위주의 새벽 배송에서 시작되어 모든 쇼핑 분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일례로 국내 굴지의 화장품 회사는 포장 박스를 제품 크기별로 세분화하여 만들었다. 크기가 작은 상품을 큰 박스에 넣은 뒤 완충재를 잔뜩 채워서 발송했던 기존 방식이 쓰레기를 양산했기 때문이다. 이 기업은 완충재도 비닐로 된 에어캡 대신 재활용 가능한 종이 재질로 바꿨다. 기업은 비용이 더 들겠지만, 덕분에 쓰레기가 줄고 있다. 비대면 서비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여러 나라에서 생활용품 사재기 소동이 일었으나 한국은 예외였다. 이건 시민 의식만의 문제가 아니라 안정적인 물류와 배송 시스템이 있고 없고의 문제이기도 하다. 내가 원하면 무슨 상품이든 대문 앞까지 바로바로 가져다주는데, 굳이 대형마트에서 몇 주일치 식량을 잔뜩 사올 필요가 없는 것이다. 최근에는 편리함뿐 아니라 비대면 방식이 배송 서비스의 큰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중요해진 코로나19 상황에서 마트에 가서 사람들과 마주칠 일도 없고, 배송 인력과 얼굴을 대할 필요도 없으니 당연한 현상이기도 하다. 세계적 질병의 확산이 방아쇠가 되지 않았더라도 배송 서비스는 이미 급성장하는 시장이었고, 이제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비대면 방식의 배송 서비스가 가능한 이유는 물건이 분실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카페에서 랩탑컴퓨터나 소지품을 그대로 두고 화장실에 다녀와도 물건이 분실되는 일이 거의 없다. 상점들도 마음 놓고 상품을 문 밖에 진열해 놓는다. 만약 이런 신뢰의 사회적 분위기가 아니라면 새벽 배송이 새로운 생활 양식으로 자리 잡기 어려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집 앞에 배달된 물건을 누가 집어 갈까 염려되어 잠을 설친다면 어떤 사람이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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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2020 SPRING 245

골목에서 대로로 나오다 어두운 뒷골목에서 비밀스럽게 운영되던 섹스숍들이 도심 번화가로 진입하고 있다. 환한 조명에 세련된 인테리어로 단장한 최근의 섹스숍들은 상호도 없이 음침한 분위기를 풍기던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젊은 세대의 변화하는 성 문화가 가져온 흥미로운 현상이다. 1995년 유럽 배낭여행에서 내 기억에 가장 오랫동안 남아 있던 곳은 파리도, 런던도 아닌 암스테르담이었다. 네덜란드는 튤립과 풍차의 나라라고 어릴 적 배웠고, 그런 것들을 보게 되리라 예상했다. 그러나 암스테르담 역 주변에서 정작 내가 마주친 것은 포르노 잡지와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거대한 딜도였다. 남성의 성기를 그런 식으로 보게 되리라고, 그것도 친동생과 함께 보게 될 것이라고는 정말이지 상상하지 못했다. 어디 그뿐인가. 운하를 걷다가 마주친 금발에 진한 화장과 긴 속눈썹, 족히 한 뼘은 됨직한 하이힐을 신고 걷는 ‘그녀’들은 건장한 남자들이었다. 큰 충격을 받은 나는 그곳을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지옥이라 여겼고,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25년이 지난 지금, 작업실 근처에서 한 섹스숍의 간판을 봤는데 내가 익히 알고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건물 2층에 위치한 그곳은 얼핏 생활용품 판매점이나 화장품 가게처럼 보였다. 서울에서 유동 인구가 가장 많다는 홍대역 주변이나 고급스러운 매장들이 늘어서 있는 강남역과 가로수길에도 섹스숍들이 속속 생기고 있다는 기사를 얼마 전 읽었다. 그런 번화가에서 요즘 젊은 연인들은 자연스레 가게 안에 함께 들어가 이런저런 제품을 직접 만져 보고 구입한다고 한다. 궁금증이 커져 작년 여름부터 내가 진행하고 있는 방송 프로그램의 20대 스태프들에게 요즘 청춘들의 성 인식에 대해 물었다. “자유분방하죠. 자신들이 키스하거나 포옹하는 사진도 소셜미디어에 자주 올리고. 요즘은 ‘엉골’이 대세라 그런 사진도 많아요!” 엉골? 멍해진 내 얼굴을 보더니 조명팀 스태프가 ‘엉덩이골’을 뜻한다고 말해 주었다. 한동안 가슴골 보여 주기가 유행이었는데, 이제 강도가 한층 높아져 엉덩이골까지 내려갔다는 것이다. 남에게 관심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남자나 여자나 자신의 몸을 보여 주는 데 거리낌이 없다고 했다.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서울 연남동 입구에 위치한 한 섹스숍의 외관. 창문을 가려 실내를 전혀 볼 수 없었던 어두침침한 과거의 섹스숍들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소셜미디어 인기 콘텐츠 요즘은 성인용품을 팬시상품처럼 디자인해서 거부감이 들지 않게 만든다고 한다. 또 소셜미디어에 직접 구매한 섹스토이에 대한 소개나 섹스숍 리뷰 영상이 많기 때문에 직접 상점에 가 보지 않아도 상점별 특징이나 제품들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고 한다. 또 섹스숍 중에는 포토존이 있어서 그곳에서 장난스럽게 사진을 찍는 커플도 많다고 한다. 다양한 제품들이 밝은 조명 아래 정갈하게 진열되어 있어 흡사 화장품 가게 같은 느낌을 준다. 정말일까 싶어서 직접 살펴봤다. 가구 매장처럼 보이는 4층 규모의 섹스숍 1층에는 온갖 종류의 제품과 함께 임신 테스터기도 진열되어 있었다. 또한 촉감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제품들도 많았다. 한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아예 딜도를 마이크처럼 손에 들고 방송을 진행했는데, 섹스숍 판매 직원과 함께 이런저런 제품들을 자세히 리뷰해 주고 있었다. “이 향초는 저온에 녹는 향초에요. 40도 정도에 녹기 때문에 뜨겁지 않아서 촛농으로 마사지하기도 아주 좋아요.” “이런! 근데 초가 몸에 닿으면 굳지 않나요?” “은근히 그런 걸 즐기는 분들이 많습니다. 인기 제품이에요.” 영상 정보가 얼마나 많은지, 검색 툴이 포털사이트에서 소셜미디어로 넘어온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여기저기 검색하다 보니 제품을 직접 만든 사람이 나와서 홍보하는 영상들이 꽤 많았고, 그중에는 교육적인 콘텐츠들도 상당수였다. “초박형(超薄型)은 잘 찢어져서 유럽인들은 좋아하지 않지만, 유독 아시아인들이 선호하죠. 여러분, 콘돔 없는 섹스를 지양합시다! 라텍스의 단점을 보완한 폴리우레탄 콘돔은 성감에도 좋고 안전합니다.” 또 검색 중에 처음 본 ‘섹스 게임’ 중에는 카드와 주사위를 이용한 다양한 보드 게임이 있었다. 재밌는 것은 이 야한 게임들은 야광으로 변하는 제품들이라 불을 끄고 침대 위에서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 신촌에 있는 한 프랜차이즈 섹스숍의 내부 모습. 과거에는 고객이 혼자서 은밀히 방문해 제품을 구입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연인들이나 동성 친구들끼리 재미 삼아 방문하는 경우가 많으며 샘플을 사용해 본 후 당당하게 구매한다. 유쾌한 체험 공간 이 분야에 무관심해서였을까. 방부제 파라벤이 들어가지 않은 유기농 콘돔과 천연 성분으로 추출한 오가닉 젤을 섹스숍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고급 스킨케어 브랜드 매장도 아닌 터에 온갖 종류의 젤을 테스트해 본 후 씻을 수 있는 개수대와 클렌저가 준비되어 있는 섹스숍이라니, 격세지감이다. 대부분의 섹스숍들이 테마별 쇼룸 형태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마치 대형 DIY 가구 매장처럼 제품을 구입하지 않아도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게 만든 체험형 공간이 섹스숍에도 도입된 것이다. 어두운 조명의 SM 코너에 매달린 채찍, 수갑, 의상들은 엽기적으로 보일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흥미로웠다. 그중에는 때리면 하트 모양으로 자국이 남는 기구가 있는데, 실제 많은 커플들이 자신이나 상대의 팔과 다리를 때려 보며 “진짜 하트네!”라고 말하며 깔깔대고 있었다. 상상력 가득한 섹스를 지향하는 젊은 세대의 명랑함을 엿볼 수 있었다. 음란함을 제거하고 발랄함을 덧붙인 공간이 탄생한 셈이다. 제품들을 시연해 보며 서로의 성적 취향에 대해 얘기하는 건 분명 커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섹스숍에 입장할 때 신분증을 검사하고, 성추행을 예방하기 위한 CCTV가 설치돼 있는 것도 변화하고 있는 성 감수성의 증거일 것이다.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 게르티 젱어(Gerti Senger)와 발터 호프만(Walter Hoffmann)의 공저 『불륜의 심리학(Schattenliebe: Nie mehr Zweite(r) sein)』(2007)에는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인터넷 섹스 사이트를 돌아다니는 것은 인간의 무의식 속을 돌아다니는 것과 같다. 인터넷은 인간이 의식하지 못하는 중에 자신의 삶에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무엇인지 폭로하고 드러내 보여 준다.”고 지적한다. 정말 그렇지 않은가. 섹스숍이 드러나는 것이라면 섹스 사이트는 숨겨지는 것이다. 드러내 ‘발랄함’을 보여 주는 것과 숨기며 ‘음란함’을 감추는 것은 무의식과 깊이 관여되어 있다. 즉 드러내는 것이 모두 진실은 아니라는 뜻이다. “기혼자들 역시 섹스 횟수를 부풀리고 있는 것 같다. …… 구글에서 드러나는 결혼 생활의 가장 큰 불만은 섹스를 하지 않는 것이다. 섹스 없는 결혼 생활이 불행한 결혼 생활보다 3.5배 많이 검색됐고, ‘사랑 없는 결혼 생활’보다는 8배 많이 검색됐다.” 세계적 데이터 과학자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Seth Stephens-Davidowitz)는 자신의 책 『모두 거짓말을 한다(Everybody Lies: Big Data, New Data, and What the Internet Can Tell Us About Who We Really Are)』(2018)에서 이런 말을 했다. 성에 있어서 우리는 과장하거나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젊은 세대의 성적 지향이 침대 밖으로 흘러나가 동영상과 사진으로 소셜미디어에 게시되는 것은 프라이버시에 대한 이전 세대와는 다른 특유의 감수성 때문인 것 같다. 상상력 가득한 섹스를 지향하는 젊은 세대의 명랑함을 엿볼 수 있었다. 음란함을 제거하고 발랄함을 덧붙인 공간이 탄생한 셈이다. 제품들을 시연해 보며 서로의 성적 취향에 대해 얘기하는 건 분명 커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에는 팬시상품처럼 디자인되어 발랄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제품들이 많이 늘었으며, 타이포그래피나 캐릭터 디자이너와 협업해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제품들도 출시되고 있다. 변화하고 있는 성 문화 몇 년 전, 후배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브라질리언 왁싱’이 화제에 올랐다. 요즘 서울 거리에 심심찮게 보이는 왁싱숍의 정체가 궁금했는데, 이것이 요즘 젊은이들의 성적 지향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외국에서 오래 산 한 후배는 구미 지역에서는 남녀 구분 없이 체모를 제거하는 게 예의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고 했다. 팔이든 다리든 성기든 머리카락을 제외하고는 몸에 난 털을 야만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위생이나 청결에 대한 개념 역시 이전과 많이 달라진 듯하다. 여름에 발톱에 매니큐어를 칠하지 않으면 마치 옷을 벗은 것 같다는 느낌 역시 문명화의 흔적이다. 지난해 6월, 대법원이 섹스돌 수입을 허가하면서 홍역을 겪었던 우리나라도 그렇고, 가상현실이 대중화되는 시대가 오면 가장 돈이 몰릴 곳은 단연 포르노 업계라는 말은 정설에 가깝다. 섹스의 미래가 어떻게 달라질지는 쉽게 예측할 수 없다. 페로몬 향수나 세로토닌 알약이 화장품 파우치 안에 넣고 다녀야 할 필수 품목이 될 시대가 올지 누가 알겠는가. 성욕이 가장 왕성한 사춘기 시절 많이 분비된다는 뇌 호르몬 키스펩틴을 의사가 권태기 중년 부부에게 처방하고 약국에서 살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리스 로마 신화부터 사랑의 묘약은 주로 ‘술’이었다. 그러다가 비아그라가 등장하며 고개 숙인 남성들을 해방시킨 것이 1998년이다. 그러니 이제 연역적 수순은 ‘정신의 비아그라’, 아니 ‘뇌 비아그라’의 개발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 역시 예측이 변화의 속도를 못 따라가는 지금 같은 시절에는 빗나가기 쉬운 예측이다.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굳게 결심했던 내가 그 후로도 암스테르담에 여러 번 가서 사랑에 빠졌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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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2019 AUTUMN 243

놀이로 즐기는 가상현실 최근 가상현실 테마파크가 도심 속의 새로운 놀이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온라인 게임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물론 가족의 나들이 장소로도 각광받고 있는데, 첨단 기술이 주는 새로운 경험에 대한 호기심이 새로운 여가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서울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VR스테이션’에서 방문객들이 마리오카트 게임을 가상현실로 즐기고 있다. “앞에 놓인 장비를 착용해 주시고, 혹시 중간에 어지럽거나 힘드신 분은 손을 들어 주세요.” 안내원의 설명이 끝나자 롤러코스터 탑승객 5명이 설레는 표정으로 HMD(head mounted display)를 머리에 썼다. 이윽고 의자가 상하좌우로 조금씩 들썩이더니 앞으로 숙여졌다 뒤로 젖혀지기를 반복했고, 한 30대 여성은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좌우를 돌아봤다. “자, 내려갑니다. 와우!” 안내원의 추임새는 탑승객들을 더욱 흥분시켰다. 만세를 불러 달라는 말에는 한 아이가 양팔을 번쩍 위로 들기까지 했다. 정말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 1분 30초 남짓한 시간이 지나고 롤러코스터가 멈추자, 좌우로 고개를 돌렸던 여성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비틀거리기까지 했다. 인기의 비결 이는 국내 가상현실 플랫폼 회사 GPM이 운영하는 인천 송도의 가상현실 테마파크 ‘몬스터VR’에서 지난해 12월 보았던 장면이다. 주말을 맞아 유치원생들부터 초·중학생 자녀를 동반한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많이 보였다. 이곳에서 체험할 수 있는 가상현실은 롤러코스터뿐 아니라 봅슬레이, 래프팅, 번지점프, 열기구 같은 스포츠 레저를 비롯해 뱀파이어, 좀비, 공룡과 싸우는 공포 체험까지 다양하다. 2017년 여름 개장한 이 시설은 총 40여 종의 가상현실 놀이 기구를 구비하고 있는데, 한 공간에서 짧은 시간에 여러 종류의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인기 비결 중 하나로 보였다. 가격 면에서도 기존 테마파크보다 저렴하다. 놀이 기구 하나만 이용하면 주말 기준으로 성인 1명당 9,000원을 내며, 3종이나 5종만 즐길 수 있는 이용권도 따로 있다. 더 많은 기구를 이용하고 싶다면 1인당 3만 2,000원의 자유이용권을 끊어 최장 3시간 동안 즐길 수 있으며, 이는 기존 오프라인 테마파크보다 2만 4,000원 저렴하다. 이날 가족을 데리고 나온 한 남성은 “추운 날 아이들을 데리고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었다”며 “가상현실을 처음 접한 아이들이 무척 흥미로워했다”고 말했다. 가상현실 테마파크가 확산되는 이유에는 컴퓨터와 게임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데이트 장소로 최적화된 장소라는 점도 있지만, 가족 단위의 이용객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가상현실 테마파크는 도심 속에 위치하고 있어, 교외로 나가야 하는 기존의 놀이공원보다 접근성이 훨씬 좋다. 교통 체증 속 장거리 운전으로부터 자유로울 뿐 아니라 한여름 더위나 한겨울 추위에도 쾌적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대부분 대형 쇼핑몰 인근에 자리 잡고 있어 쇼핑과 놀이를 한번에 즐길 수도 있다. 그런 여러 장점들 덕분에 이곳은 개장 4개월 만에 이용객 10만 명을 넘겼으며, 1년간 30만 명 이상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8년 8월 이곳을 취재한 한 게임 전문 매체의 보도에 의하면 “일일 누적 입장객이 평균 2,000명 이상이며 전체 방문객의 약 80%가 10~30대였다”고 한다. 가상현실 테마파크는 도심 속에 위치하고 있어, 교외로 나가야 하는 기존의 놀이공원보다 접근성이 훨씬 좋다. 교통 체증 속 장거리 운전으로부터 자유로울 뿐 아니라 한여름 더위나 한겨울 추위에도 쾌적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인천 송도에 위치한 ‘몬스터VR 테마파크’에서는 헌터스 게임이 가장 인기 있는 게임 중 하나이다. ⓒ 몬스터VR 강원도 홍천 비발디파크에 조성된 실감형 미디어 테마파크. 이곳에서는 산 전체에 영상을 투사하는 미디어 파사드, 홀로그램과 사물인터넷 기반의 인터랙티브 미디어 프로그램과 함께 다양한 VR 게임도 만날 수 있다. ⓒ CJ헬로 대중의 관심 ‘가상현실’이란 단어는 과학계가 아닌 연극계에서 먼저 쓰였다. 1930년대 프랑스 극작가 앙토냉 아르토(Antonin Artaud)는 에세이집 (Le Théâtre et Son Double)에서 관객이 극장에서 보는 것은 실제 배우가 아니라 ‘빛과 이미지’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가상현실이란 단어를 처음 사용하였다. 이후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 이반 서덜랜드에 의해 1968년 HMD의 원형이 개발되었으며, 1989년에는 재론 래니어가 ‘컴퓨터로 재구성된 가상의 공간’이라는 현재의 가상현실 개념을 정립했다. 그러고 보면 가상현실은 21세기 과학의 총아라기보다는 20세기 문화의 유산으로 볼 수도 있다. 2017년 3월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열린‘VR 엑스포 2017’에는 4개국 53개 가상현실 관련 업체가 참여했으며, 3일간 참관객 약 1만 4,000명이 방문했다. 이 전시에는 비디오 게임 외에 여행, 훈련, 운동, 건강, 건축, 교육 분야 등에서 다양한 가상현실 응용 기술이 공개되어 눈길을 끌었다. 2018년 12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VR 엑스포 2018’에는 국내외 113개 업체들이 참여해 더욱 큰 규모로 진행됐다. 올해 10 월 2 일부터 4 일까지 열리는 ‘VR 엑스포 2019’는 지난해보다 더 많은 200 개 이상의 업체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VRAR산업협회는 2016년 1조 4,000억 원 규모였던 국내 가상현실 시장 규모가 2020년에는 5조 7,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가상현실 테마파크의 확산은 근래에 국내에서 새로운 여가 산업이 확산되어 온 하나의 패턴을 확인해 주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약 20년 전에는 PC방이 줄줄이 생겼고, 2000년대 초반에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등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플레이스테이션방’이 성행한 것처럼 최근 몇 년 사이 가상현실 게임이 화제가 되자 가상현실 테마파크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가상현실 테마파크와 손잡고 영향력을 키우려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물꼬 터진 확산 우선 케이블방송 사업자인 CJ헬로는 대명리조트와 함께 가상현실 테마파크 사업에 뛰어들었다. 2018년 6월 대명리조트 내에 ‘헬로 VR어드벤처’를 개장했는데, 주로 가족 단위 방문객을 겨냥한 기구와 게임방을 갖췄다. 롯데백화점은 백화점 업계 최초로 가상현실 체험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송도 몬스터VR을 개장한 바 있는 업체 GPM과 손잡고 2018년 8월 서울 광진구 자양동 지점 10층에 가상현실 테마파크를 열어 60개 이상의 콘텐츠를 내놓았다. 대학가 상권이므로 주말에도 친구나 연인 등 젊은 고객 비중이 높아 호황을 누리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의 한 IT 전문 기업은 2018년 11월 국내 최대 규모의 가상현실 테마파크 ‘VR스테이션’을 서울 강남역 인근에 오픈했다. 총 면적 3,960㎡ 규모에 4개 층으로 조성된 이 테마파크는 국내외 유명 가상현실 게임을 두루 선보이고 있다. 해외 유명 게임업체와 콘텐츠 독점 공급 계약도 체결했으며,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한 영화, 미디어아트, 웹툰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도 함께 소개하고, 특히 영화의 경우 최고급 사양의 헤드셋과 모션 체어를 제공한다. 가상현실 테마파크 전문 기업인 일루션월드는 올해 1월 서울 동대문 굿모닝시티 쇼핑몰에 국내 최대 수준인 약 6,600㎡ 규모로 ‘동대문 VR 일루션월드’를 개장했다. 이곳에는 일반적인 가상현실 놀이 콘텐츠 외에도 미래 세대를 위한 진로 직업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가상현실 테마파크의 경쟁이 가속화되자 약 30년 동안 테마파크 사업을 해 왔던 롯데월드 어드벤처도 확산 열기에 합류했다. 롯데월드는 “현재 가상현실 테마파크들이 주로 게임형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데, 앞으로 테마파크에 어울리는 놀이 기구를 개발해 차별화시키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이처럼 가상현실 테마파크는 개인의 일상적 삶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던 가상현실을 친숙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앞으로 꿈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가상현실 놀이 기구들이 더 개발되어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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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2019 SUMMER 181

휴가를 즐기는 새로운 방식 휴가를 즐기기 위해 굳이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야 할까? 장거리 여행의 피로와 휴가철 인파를 피해 도심의 호텔이나 또는 집에서 독서와 게임, 영화 관람을 즐기며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합리적’ 휴가 방식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 도심의 한 호텔 옥상에 있는 야외 수영장에서 방문객들이 일광욕과 수영을 즐기고 있다. © 연합뉴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여름 휴가철이 되면 대다수 사람들이 바다나 산으로 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최근에는 짧은 기간의 장거리 여행이 피로감만 남겨 일상으로의 복귀를 방해한다는 생각이 늘고 있다. 국내 시장 조사 전문 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Macromil Embrain)이 2018년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여름 휴가에 꼭 여행을 떠나야 한다”고 말한 응답자는 42퍼센트에 불과했다. 반면 휴가철에 “어딘가로 떠나지 않아도 좋다”고 응답한 사람은 53.2퍼센트를 차지했다. 성수기 인파와 바가지 요금이 주된 이유로 지목됐으며, “여행을 다녀오면 오히려 피곤하다”는 답변도 많았다. 이와 함께 최근 몇 년 사이에 등장한 풍조가 호텔에 잠시 머물며 휴가를 즐기는 ‘호캉스’와 집에서 휴가를 보내는 ‘홈캉스’이다. 부담없는 일상 탈출 스포츠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는 20대 남성 우 씨는 지난 3월 이벤트 당첨으로 뜻하지 않은 호캉스를 즐겼다. 평소 호캉스에 관심은 있었으나 경험할 기회가 없었던 그는 “서울 시내 호텔에서의 여유로운 하룻밤으로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보통 여행지에 가면 주로 짜놓은 일정 소화에만 신경을 쓰게 된다”며 “숙소는 단지 ‘자는 곳’으로만 생각했었는데, 이번 경험으로 그런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오후 2시 체크인을 한 우 씨는 업무 미팅으로 외출을 했다가 오후 10시쯤 숙소에 돌아왔다. 그러고는 인근 편의점에서 사온 간식을 먹으면서 태블릿 PC 속 영상을 보며 휴식을 취했다. 치킨과 맥주를 곁들이며 해외 축구 시청으로 첫 호캉스를 즐기겠다던 애초의 계획을 실천하지는 못했지만,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평소 아침을 먹지 않던 그는 호텔에 가면 반드시 조식을 먹으라던 지인들의 조언에 따라 일찌감치 잠에서 깼다. 쌀밥과 달걀 스크램블, 구운 닭고기, 김치로 만족스러운 아침식사를 마친 그는 아로마 마사지를 받은 뒤 오전 11시쯤 체크아웃했다. 우 씨는 “쉽고 색다른 방법으로 일상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며 “다음에는 친구들과 함께 호캉스를 즐기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음에는 오후에 프로 축구 경기를 관람한 뒤 저녁에 호텔로 돌아와 일행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해외 축구 중계를 보는 ‘축구팬 호캉스’를 기획해 보겠다는 포부도 털어놓았다. 호텔은 여름 휴가철뿐 아니라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에도 가족이나 연인, 친구들과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여기에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이나 추석에도 귀성 차량 행렬에서 벗어나 호젓하게 가족과 휴가를 즐기려는 이들의 발길이 점차 늘고 있다. 이처럼 호캉스의 인기가 탄력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주 52시간 근무 제도’의 정착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게 되면서 퇴근 후 오로지 자신을 위한 휴식을 취하고자, 혼자서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호텔을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들을 위한 수영장 이용권과 저녁 식사권을 포함한 ‘야간 패키지’를 출시하는 호텔들도 있다. 지인들과 일상을 공유하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도 호캉스 인기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은연중에 남과 다른 일상을 과시하고픈 심리가 반영되어 있다. 숙박 애플리케이션 ‘여기 어때’를 운영하는 위드이노베이션(WITH Innovation)은 2018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자사 예약 애플리케이션 인기 키워드를 분석했다. 그 결과 “따뜻한 수영장 관련 검색량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40퍼센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휴양 시설을 갖춘 호텔이 많아졌고, 다른 이들이 먼저 SNS에 올린 관련 해시태그를 보고서 이색 호캉스에 관심이 높아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호텔에서 친구나 가족과 함께 맛있는 음식이나 음료를 즐기며 TV를 보는 것도 바쁜 일상에서 탈출해 휴식을 만끽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다. © 게티이미지 호텔 객실에서 투숙객들이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호캉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업계에서는 객실 내에서 즐길 수 있는 패키지를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지인들과 일상을 공유하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도 호캉스 인기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은연중에 남과 다른 일상을 과시하고픈 심리가 반영되어 있다. 다양한 패키지 상품 호캉스의 인기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자 업계는 다양한 패키지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제주의 한 호텔은 ‘사랑하는 아내를 위한 선물’이라는 콘셉트로 무료 조식과 맥주 칵테일 이용권, 발마사지 등이 포함된 패키지 상품을 내놓았다. 그런가 하면 숙박권에 유명 셰프의 신(新)메뉴 이용권을 결합한 상품, 홀로 명절을 보내는 이들을 위한 1인용 패키지, 영화관과 조식 식사권을 합친 상품, 명절 떡 제공이나 2박 이상 투숙 시 인근 박물관 무료 관람권을 제공하는 새로운 형태의 상품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주말을 포함해 최장 닷새를 쉴 수 있었던 올해 설 연휴에도 국내 주요 호텔들은 유럽식 사우나 체험과 재즈 공연을 결합한 상품, 다른 나라 도시의 자사 체인 호텔을 이용할 수 있는 숙박권 상품 등을 내놓았다. 이러한 노력으로 서울 도심의 한 유명 호텔은 연평균 20퍼센트대였던 내국인 투숙객 비율을 명절 기간에만 3배 이상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이런 성과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명절이지만 고향에 가지 않은 사람들을 비롯해 가깝고 편리한 시설에서 휴식을 즐기려는 이들과 연휴 피로를 풀려는 가족 단위 고객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평생 추억에 남을 휴가를 즐길 수도 있지만, 간혹 돈과 시간을 모두 낭비하는 일도 일어난다. 루프탑 수영장이 있는 호텔에 묵었다가 비좁은 수영장에 몰려든 수많은 이용객들 때문에 발길을 돌렸다는 이야기, 탑승 인원에 비해 엘리베이터가 좁아 체크아웃할 때도 한참을 기다렸다는 경험, 불친절한 직원 응대에 기분이 상했다는 후기가 호텔 리뷰 사이트와 관련 애플리케이션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이런 불만이 쏟아지고 있는 것은 호텔 측이 성수기 이익을 최대한 끌어올리려 감당할 수 없이 손님을 받은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15~2017년 여름 휴가철에 접수된 숙박, 여행, 항공 피해 구제는 약 1,700건에 이른다. 새로운 쇼핑 트렌드 휴가 기간에 일정한 장소에 머무르는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의 또 다른 형태인 홈캉스도 주목할 만하다. 통신사 SK텔레콤은 지난해 7월, 낮 최고 기온이 33℃ 이상을 기록한 날의 뉴스와 블로그, 게시판, SNS에서 수집한 데이터 총 131만 7,420건을 분석한 결과 피서법 관련 키워드로 ‘홈캉스’와 베란다에 풀을 놓아 만든 ‘베터파크(베란다+워터파크)’가 포함됐다고 발표했다. 불볕더위와 인파를 피해 홈캉스를 즐기는 이들이 늘자 집에서 완벽한 휴가를 보낼 수 있도록 돕는 아이템들도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8월 가전업체 롯데하이마트는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된 7월 16일부터 30일까지 보름 동안 미니 빔프로젝터와 블루투스 스피커 매출이 직전 2주보다 각각 40퍼센트, 30퍼센트씩 상승했다”고 밝혔다. 벽면 전체를 스크린으로 활용하고 영화관 수준의 풍성한 음향도 구현할 수 있어 홈캉스족에게 인기를 끈 것 같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홈쇼핑 채널에서는 집에서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의 필요에 맞춘 캠핑용 간편 가정식도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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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2018 WINTER 199

아날로그 놀이에 빠지다 최근 국내 대학가를 중심으로 보드 게임 카페들이 성업 중이다. 일상적으로 보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도 눈에 띄게 늘고 있는데, 이들은 다양한 콘텐츠가 주는 재미도 크지만, 함께하는 사람들끼리 생각과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점에 끌린다고 말한다. 1995년 독일에서 출시된 ‘카탄의 개척자(Die Siedler von Catan)’는 2,400만 장 이상 판매되면서 보드게임 시장의 규모를 바꾼 것으로 평가되는데, 미국 워싱턴포스트지에서 집중 조명하는가 하면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질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자원을 얻어 마을을 만들고, 마을을 도시로 발전시키며 경쟁하는 게임이다. © KOSMOS Verlag 30대 직장인 이선우(李宣優) 씨는 요즘 보드 게임에 흠뻑 빠져 있다. 컴퓨터나 핸드폰으로 하는 게임에는 무관심했던 그가 보드 게임에 흥미를 느끼게 된 것은 독일 여행 중 마주치게 된 어떤 풍경 때문이었다. “한 카페에 들렀는데 연세 지긋한 노인들이 ‘황혼의 투쟁’이라는 게임을 하고 계시더군요. 혼자 모니터 앞에서 하는 컴퓨터 게임과 달리 보드 게임은 사람들이 마주 앉아서 한다는 점이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나이가 들어도 할 수 있는 평생 취미이자 놀이 문화라는 생각이 들었죠.” 귀국 후 그는 보드 게임 카페를 자주 찾게 되었고, 지금은 열렬한 마니아가 되었다. 보드 게임이 주는 아날로그적 재미와 감성에 빠진 사람은 비단 이 씨만이 아니다. 한동안 시들했던 전통 방식의 이 놀이 형태가 최근 다시 조명받고 있는데, 대학가와 도심을 중심으로 전용 게임 방이나 카페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인식 개선과 저변 확대 국내에서는 1982년 출시된 ‘블루마블’이 큰 인기를 끌면서 보드 게임의 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블루마블의 원조는 ‘모노폴리’이며, 모노폴리의 원조는 지주 게임이라고 불리는 ‘랜드로드스 게임’이다. 이 게임은 미국의 게임 디자이너 엘리자베스 매기에 의해 고안됐는데, 정사각형 보드에 여러 국가나 지역의 이름을 써 놓고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게임이다. 국내에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구현되어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모두의 마블’도 바로 이 게임이 원형이다. 이후 2000년대 들어 보드 게임 전용 카페가 많이 생기면서 전성기가 열릴 것 같았지만,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당시 ‘할리갈리’나 ‘루미큐브’처럼 쉽고 단순한 게임들만 유행하고 어려운 게임들은 인기를 끌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싫증을 느껴 지속성이 떨어지게 된 것이다. 또한 난이도 높은 게임은 규칙 설명에 시간이 오래 걸려 시간당 회전률이 떨어지는데, 이는 보드 게임 카페의 수익 구조를 악화시켰다. 사그라들었던 시장이 최근 몇 년 사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디지털 라이프스타일의 확대가 보드 게임의 부활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한다. 인터넷 동호회를 통해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게임을 하고, 이를 기반으로 규모 있는 대회까지 열리면서 저변 확대가 이루어질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게임에 대한 인식 개선도 영향을 주었다. 게임은 남성 중심의 폐쇄적인 문화라는 생각이 바뀌면서 젊은 여성들도 친구들끼리 모여 보드 게임을 즐기게 되었다. 또한 온라인으로 불특정 다수에게서 자금을 모으는 방식인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게임 개발에 나설 수 있는 환경도 마련되었다. 미국의 유명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킥스타터에 의하면 2015년 1년간 이 플랫폼을 통해 모은 보드 게임 펀딩 금액은 8,500만 달러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비디오 게임 펀딩 금액인 4,100만 달러의 두 배에 이르는 규모다. 이렇게 출시된 보드 게임 수는 약 1,400개에 달한다. 2018년 10월 27일 경기도 파주시 교하도서관이 개최한 보드게임 대회에서 어린이들이 여러가지 게임을 즐기고 있다. 약진하는 산업 지난 9월 29일 서울 만리동 광장에서 열린 ‘2018 서울로 보드 게임 대전’에는 수천 명의 관람객들이 몰렸다. 이날 경기 종목은 낙타 경주 보드 게임 ‘카멜업’이었는데, 200인치 대형 스크린으로 중계되는 결승전에서 보드판 위 낙타 말이 움직일 때마다 관람객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열띤 응원을 펼쳤다. 파주시에서도 10월 27일 가족전과 개인전으로 나눠 보드 게임 대회가 개최되었다. 교하도서관 개관 10주년을 맞이해 개최된 이 대회 가족전에서는 부모와 자녀가 1명씩 참가해 ‘할리갈리’로 승부를 겨뤘다. 개인전에서는 ‘우봉고’ 게임에 초등학생들이 참가해 토너먼트 방식으로 우승자를 가렸다. 이처럼 다양한 방식의 대회를 유치하는 지방자치 단체들도 점차 늘고 있다. 국내에선 아직 보드 게임 산업의 역사가 짧아 정확한 시장 규모를 산출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게임을 수입하거나 제작해 판매하는 회사의 매출을 기반으로 파악한 국내 시장 규모는 2015년 기준 약 1,000억 원 수준이다. 이는 국내 완구 시장의 약 10%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이 중 국내 최대 업체인 코리아보드게임즈의 매출은 연간 10% 안팎으로 늘고 있다. 게임 개발과 배급, 유통을 담당하는 이 회사의 매출은 2015년 245억 원에서 2017년 288억 원으로 증가했다. 행복한 바오밥이나 젬블로 등 규모가 작은 업체들도 20% 이상의 매출 증가를 보이고 있다. 호황은 국내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해외 시장도 최근 5년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미국 완구협회에 의하면 미국 시장은 2015년 기준 16억 달러로 2014년보다 약 11% 성장했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에서도 시장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보드 게임은 단절되고 소외된 현대인들의 외로운 마음을 위로하는 순기능이 있다. 처음 보는 사람과도 얼굴을 맞대며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함께 만드는 추억 보드 게임 산업의 매출 성장세에는 콘텐츠의 변화도 한몫을 하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게임은 스마트폰과 연계해 게임을 진행하거나 증강현실 기술을 적용하는 등 신기술이 접목되고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몰입을 극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편 보드 게임을 교육 보조 기구로 활용하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보드 게임이 지닌 사회적, 정서적, 학습적 특성을 통해 아동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교육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예컨대 블루마블 형식의 ‘엔트리봇’게임은 작은 판에 자신이 원하는 코드를 심고 말을 움직이면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기초를 배우게 한다. 그런가 하면 가족형 게임은 오프라인에서 외형을 넓히고 있다. 규칙이 쉽고 단순해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시간 안에 스위치를 눌러 폭발물을 해체하는 ‘다이너마이트’나 미션 카드에 따라 장난감 총으로 목표물을 맞히는 ‘황야의 무법자’, 제한 시간 안에 카드에 있는 얼굴 모양대로 조각을 조합하는 ‘미스터 퍼니페이스 ’ 등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족형 게임들이다. 보드 게임 업체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는 한 직원은 “보드 게임 유저는 연령별 취향도 크게 다르고, 게임 선택의 기준도 각기 다르다”면서 “게임을 통해 각자의 생각과 감정을 교류한다는 점이 보드 게임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어떤 상황에서 누가 어떻게 했는지 등 함께 게임을 즐겼던 과정이 훗날 추억으로 남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보드 게임은 단절되고 소외된 현대인들의 외로운 마음을 위로하는 순기능이 있다. 처음 보는 사람과도 얼굴을 맞대며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각자 바빠서 얼굴을 보기도 힘든 가족들을 모이게 하고 유대감을 강화시키기도 한다. 가족 중심 여가 활동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가운데 개인 간 단절을 부채질했던 스마트폰 게임 중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보드 게임 형태라는 사실은 아이러니한 일이기도 하다. 서울 상암동 문화창조융합센터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대표적 보드 게임 중 하나인 ‘젠가’(Jenga) 를 가상현실로 체험해 보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보드 게임에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 등 신기술 접목이 시도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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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2018 AUTUMN 191

행복한 놀이, ‘셀프 인테리어’ “내 공간은 내가 꾸민다.” 전문가의 손을 빌리지 않고 각자의 개성과 취향을 추구하는 ‘셀프 인테리어’가 유행이다. 이런 경향은 특히 젊은 세대 1인 가구를 중심으로 확산하며 행복한 놀이가 되고 있다. 최근 20~30대 세대들을 중심으로 ‘셀프 인테리어’가 확산되면서 좁은 공간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소형 다용도 가구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흔히 ‘인테리어’라고 불리는 실내 디자인이 TV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 소재로 등장한 시기는 대략 2016년 무렵이다. 이 예능 프로그램들에는 건축가나 실내 디자이너 같은 전문가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각자의 개성과 취향에 맞게 공간을 꾸미고 살려는 ‘보통 사람’들이 등장한다. TV에 앞서 출판계에서는 이미 보통 사람들의 ‘인테리어 개척기’가 크게 유행했고, 이 분야의 블로거들이 집필한 ‘셀프 인테리어’ 서적들이 실용서 부문 상위권을 차지했다. 그간 인테리어 디자인 시장은 ‘전문가의 영역’, 그리고 ‘큰돈 드는 일’이란 선입견 때문에 대중적인 관심사와는 거리가 있었다. 이 시장은 주로 경제적 여력이 있는 기혼 여성들이 전문 업체에 의뢰하는 방식으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지금은 1인 가구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취업난에 시달리며 결혼과 출산으로부터 멀어진 20~30대 세대들이 비좁은 ‘원룸’ 이라도 화분과 향초로 꾸미고 침구를 바꾸며 소소한 행복을 찾고 있다. 선반이나 액자, 작은 화분은 큰 노력과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공간 분위기를 쉽게 바꿀 수 있다. 젊은 층은 다양한 상품들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로 소품을 구매한다. 큰돈 안 들이고 내 마음대로 견적과 스타일을 스스로 결정하는 ‘셀프 인테리어’ 개념이 확산되면서 인테리어 시장이 대중 속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일례를 들어 보자. tvN의 프로그램 출연자 최고요(崔高謠) 씨가 25년 된 낡은 15평 다세대 빌라를 카페처럼 아늑한 공간으로 변신시키는 데 사용한 비용은 고작 79만 9,100원이었다. 저렴한 비용으로 이루어 낸 낡은 집의 변신은 시청자들의 눈을 휘둥그렇게 만들었다. 『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라는 책을 펴낸 저술가이자 공간 디렉터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공간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최근 현상이 반갑다며 이렇게 말한다. “혼자 살기 시작한 이후 내 공간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꾸준히 바꿔 왔어요. 6평 남짓한 옥탑방을 시작으로 투룸 주택까지 좋아하는 물건들로 집을 채워 가며 나만의 공간에서 만족감을 얻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죠. 몇 년 전만 해도 월세나 전세를 살면서 집을 고치면 집주인만 좋은 일 시킨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요즘은 인식이 많이 달라졌어요. 먼 미래가 아닌, 지금 손에 잡히는 행복을 추구하려는 가치관의 변화가 이러한 현상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22세 대학생 이하나(李夏娜) 씨는 온라인 쇼핑몰을 자주 이용한다. 올 봄에는 반지하 자취방 창가에 무지주 선반을 달고 허브 화분들을 올려놓아 분위기를 한결 싱그럽게 바꿔 놓았다. 그녀는 “단돈 몇 만 원의 쇼핑이지만, 나 자신을 위한 선물이라고 생각한다”며 “분위기 전환을 위한 소품과 가구 구입이 이제 취미가 되었다”고 말했다. 커피 값이나 한 달 용돈을 아껴 쇼핑을 하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도 크지 않다. 그녀가 자주 애용하는 업체는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실용적이고 예쁜 물건들이 많은 이케아와 문고리닷컴이다. 놀이 문화가 된 인테리어 종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훈(金勳) 씨도 요즘 첫 독립을 하면서 얻게 된 집을 꾸미는 일에 푹 빠져 지낸다. 그는 수시로 인스타그램을 검색해 집과 방 사진들을 보며 가구 브랜드나 제품의 모델명 등 정보를 알아내어 스크랩해 두고 아이디어를 찾는다. 얼마 전에는 페인트를 칠하고 그림을 걸어 분위기를 바꾼 자신의 침실 사진을 올렸는데 ‘좋아요’를 많이 받았다고 흐뭇해했다. 이처럼 20~30대들이 공유하는 ‘집스타그램’은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일종의 즐거운 놀이 문화가 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을 반영하듯 인스타그램에서 ‘집스타그램’을 해시태그로 검색하면 무려 200만 개가 넘는 사진이 뜨고, ‘셀프 인테리어’라는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직접 꾸민 공간을 자랑하는 수십 만 개의 게시물을 볼 수 있다. 인테리어에 관심 좀 있다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디자인 및 시공 사례와 방법을 키워드로 통합 검색할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오늘의 집’이 유명하다. 이 앱은 하나의 주제에 대한 사용자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 기능이 있어 젊은 층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인테리어 전문 잡지 『메종 마리끌레르 코리아』의 신진수(申眞秀) 기자는 놀이처럼 번지는 셀프 인테리어 열풍의 원인으로 SNS의 발달을 꼽았다. “셀프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은 4~5년 전부터 있었지만, 본격적인 열풍은 2년 전쯤부터인 것 같아요. SNS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처럼 여러 창구들이 유행을 가속화시키고 있는 것은 분명하죠. 인스타그램이나 핀터레스트에 있는 멋진 이미지들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니까요. 젊은 세대에게 이것은 하나의 놀이인 거죠.” 그의 이야기는 이렇게 이어진다. “단순한 유행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공간을 만족스럽게 꾸며 놓고 행복감에 젖는 것도 좋은 일이고, 무엇보다 내 공간을 꾸미려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부터 잘 알아야 하죠. 셀프 인테리어는 자신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어요.” 홈앤톤즈의 페인팅 아카데미에서 한 교육생이 벽을 칠해 보고 있다. 자신의 공간을 직접 꾸미는 데서 행복을 찾는 고객의 요구에 맞춰 셀프 인테리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공간 디렉터 최고요 씨가 자신의 취향대로 꾸민 다세대 빌라 내부.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그가 오래된 15평짜리 집을 꾸미는 데 쓴 비용이 약 80만 원이라고 밝혀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단순한 유행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공간을 만족스럽게 꾸며 놓고 행복감에 젖는 것도 좋은 일이고, 무엇보다 내 공간을 꾸미려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부터 잘 알아야 하죠.” 시장의 변화 인테리어 디자인 전문 에디터 이은경(李珢烱) 씨는 “셀프 인테리어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가구와 소품 외에도 타일이나 페인트 같은 부자재를 쇼핑하기가 쉬워졌다”며 “관련 산업은 계속해서 전문화, 세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요즘 시중에 나와 있는 재료들을 보면 놀랄 때가 많아요. 바로 붙일 수 있는 접착식 벽지, 싱크대나 가구 색을 손쉽게 바꿀 수 있는 필름지가 있는가 하면 원하는 크기와 형태로 목재를 잘라서 보내주는 목재상도 있어요. 온라인으로 쇼핑하면 배송도 빠르니, 이제 누구나 손쉽게 인테리어 관련 쇼핑을 즐길 수 있죠.” 전문 지식이나 특별히 타고난 미적 감각이 없어도 여러 가지 스타일을 구현할 수 있는 재료들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은 셀프 인테리어가 유행하게 된 주요인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수많은 재료들 중 각자의 취향에 맞게 조합하고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작업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이 같은 환경의 변화에는 누가 뭐래도 글로벌 기업 이케아의 역할이 크다. 2014년에 국내 첫 매장을 연 이케아는 가구는 중후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캔디처럼 달콤한 색상과 다채로운 디자인, 저렴한 가격”으로 단시간에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뒤를 이어 합리적 가격으로 무장한 글로벌 리빙 브랜드들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고, 국내 회사들도 시장 변화에 동참하고 있다. 토종 인테리어 기업인 한샘도 최근에는 1인 가구를 위한 소형 다용도 가구와 DIY 상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런가 하면 삼화페인트는 홈앤톤즈라는 매장을 열어 소비자를 직접 만나고, 고객 아카데미나 인테리어 박람회를 통해 페인트 시공법, 컬러 인테리어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 회사에서 출시하는 페인트 제품은 벽지, 벽면, 가구 등 용도에 따라 카테고리가 세분화되어 있으며 벽에 칠해 자석 보드로 활용할 수 있는 페인트, 어두운 밤에 반짝반짝 빛이 나는 야광 페인트, 빈티지한 분위기를 내는 페인트 등 종류가 다양하다. 홈앤톤즈 마케팅팀 양수혁(梁輸赫) 씨는 “전문 업체나 상업 공간 중심으로 소비되었던 페인트가 요즘은 개인을 통한 소량 구매로 전환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소비자들의 지식과 안목이 매우 높아졌고, 시공에 있어서도 본인이 주도성을 가지려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어요. 페인트의 경우 단순히 컬러나 스타일 같은 표면적 요소보다 친환경성이나 편의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도 눈에 띄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의 영향으로 그간 도매에 비중을 두던 관련 업체들도 개별 소비자와 더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컨대 DIY 전문 숍 문고리닷컴은 최근 동대문, 일산, 송파 등지에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 운영하며, 집과 관련된 모든 자재를 일시에 쇼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타일 전문 회사 윤현상재(荺呟商材)는 작가들과 협업을 통한 마켓을 지속적으로 열어 소비자들과 접촉면을 넓혀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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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2018 SUMMER 215

실내에서 시뮬레이션으로 스포츠를 즐긴다 1998년 박세리(朴世莉) 열풍으로 촉발된 골프에 대한 관심에 IT 기술이 결합하면서 스크린 골프가 대중의 여가 활동으로 등장했다. 연간 1조 원대 시장으로 급성장한 스크린 골프에 더해 최근에는 야구를 비롯한 20여 가지 종목이 추가되면서 스크린 스포츠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 캠퍼스 안의 스포츠센터에는 스크린 골프장 같은 최신식 시설도 갖춰져 있다. 교수들은 물론 학생들도 자주 이용해 스크린 스포츠 열풍을 짐작할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직장인들은 퇴근 후 동료들과 회사 근처 식당에서 회식을 마치면 2차로 노래방이나 술집에 가는 게 보통이었다. 최근까지 이어지던 이러한 직장 회식 문화에 변화가 일고 있다. 젊은 세대들이 지나친 음주 대신 보다 건전한 여가 활동을 선호하기 때문인데, 이런 흐름에 따라 급성장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스크린 스포츠다. 스크린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업소는 1990년대에 성행했던 전자오락실과 노래방을 결합시킨 모습과 유사하다. 방마다 커다란 스크린이 전면을 차지하고 있으며, 시뮬레이션을 구현하는 전자 기기가 구비되어 있다. 하지만 운영 방식은 전자오락실이나 노래방과는 사뭇 다르다. 일률적인 요금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테마파크처럼 종목과 시간을 달리한 다양한 이용권을 판매하고 있다. 게다가 음료와 간단한 식사까지 제공되어 직장인들과 젊은 층이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 여가를 즐길 수 있다. 열풍의 배경 스크린 스포츠의 열풍은 한국의 사회적, 문화적 특성이 불러온 현상이다. 최근 동∙하계 올림픽에서 거둔 성적이 말해주듯 한국은 인구 대비 스포츠 강국에 속한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관전 모드’가 아닌 ‘실전 모드’로 스포츠를 즐기기에는 대부분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 대도시에 인구가 집중된 탓에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야외 공간이 충분치 않고, 아마추어 동호인들이 야구나 축구를 즐길 수 있는 인프라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또한 한국은 자타가 인정하는 IT 강국이자 게임 강국이란 점도 스크린 스포츠의 강세에 큰 몫을 차지한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시뮬레이션 스포츠를 구현할 수 있는 고도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요인이 결합되어 한국인들은 실제 플레이를 대신할 대안으로 가상현실과 스포츠가 결합된 방식의 스크린 스포츠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실제로 야외에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대중적 인프라가 충분한 국가들의 경우에는 굳이 이런 대안을 선택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골프를 예로 든다면, 한국과 달리 해외 여러 나라에서는 야외 그린피와 스크린 골프 이용료에 큰 차이가 없을 뿐더러 부킹의 어려움도 없어 굳이 스크린 골프를 즐길 이유가 없다. 기술적 한계를 극복한 높은 싱크로율 2000년대 초반 한국에 스크린 골프장이 처음 등장했을 당시만 해도 새로운 여가 문화로 자리매김할 것을 확신한 이는 많지 않았다. 성공 가능성에 대한 여러 가지 의구심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우선 18홀 기준으로 100만㎡의 광대한 필드를 사용하는 스포츠인 골프를 불과 10㎡ 남짓 크기의 작은 방에서 가상 체험한다는 개념 자체가 낯설었다. 여기에 기술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컸다. “실제 스윙을 정확히 반영한 결과를 구현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먼저 제기되었다. 전문가는 물론 아마추어 골퍼들도 그린의 미세한 언듈레이션을 센서가 읽어 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거두지 않았다. 물론 초창기 시스템엔 그런 지적을 받을 만한 기술적 한계가 분명히 존재했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간 많은 오류가 시정되었고, 이제는 상당수의 이용자들이 “90% 이상의 싱크로율”을 인정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물론 잔디를 떠내는 손맛 같은 현실감은 여전히 기술적 도전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가상 체험의 근원적 한계까지도 조만간 극복될 수 있으리란 희망적 예측이 우세하다. 요즘에는 실제 필드와의 차이점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고해상도 그래픽이 제공되는가 하면, 타구감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새로운 프로그램들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을 탑재한 대화형 로봇을 접목시킨 업체까지 등장하면서 그 전망을 더욱 밝게 하고 있다. 2015년 미래창조과학부의 통계에 의하면 11조 원에 이르는 국내 골프 산업에서 스크린 골프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10%인 1조원대 규모라고 한다. 한 해 이용자 숫자도 2015년 기준으로 150만 명을 넘겨 실제 골프장 방문객 수를 앞질렀다고 한다. 이처럼 가상 체험을 즐기려는 골퍼가 급속히 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코 경제성 때문이다. 아마추어 골퍼가 야외 골프장에서 한 번의 라운드를 즐기기 위해서는 우선 본인을 제외한 3명의 동반자와 스케줄을 맞춘 다음 원하는 시간에 부킹을 해야 하는데, 주말 부킹은 웃돈을 주거나 요행을 바라야 할 정도로 경쟁이 심하다. 어렵게 부킹을 했다고 해도 대략 편도 1시간 거리의 수도권 골프장은 고액의 그린피를 지불해야 한다. 이에 반해 도심의 빌딩 어디에서나 흔히 간판을 볼 수 있는 스크린 골프장의 이용료는 실제 그린피의 1/10 수준으로 저렴하고, 골프장을 오가는 시간과 이동의 피로감도 줄여 준다. 더욱이 특별한 준비나 장비가 필요 없고 동반자 없이 혼자서도 간편히 즐길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스크린 골프장의 주요 고객이 중장년층 남성들인 데 반해 스크린 야구장은 여러 연령층의 남녀 모두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여러 가지 스크린 스포츠를 한 장소에서 마음대로 골라 즐길 수 있는 ‘스크린 스포츠 테마파크’가 점점 늘고 있는데, 그중 가장 강세를 보이는 것은 골프와 야구이다. 종목을 불문하고 스크린 스포츠장의 모습은 거의 유사하다. 전면에 커다란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으며, 시뮬레이션을 구현하는 전자 기기가 구비되어 있다. 대도시에 인구가 집중된 탓에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야외 공간이 충분치 않고, 아마추어 동호인들이 야구나 축구를 즐길 수 있는 인프라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또한 한국은 자타가 인정하는 IT 강국이자 게임 강국이란 점도 스크린 스포츠의 강세에 큰 몫을 차지한다. 손쉽게 즐기는 여가 활동 이런 스크린 골프의 비약적 성장이 스크린 스포츠의 열풍을 견인하고 있다. 관련 업계는 2018년에 스크린 스포츠 전체 시장 규모가 약 5조 원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주무 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스포츠와 IT의 융합을 새로운 성장 동력 분야로 규정하고 적극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물론 시장 환경만 성숙되었다고 해서 스크린 스포츠의 발전이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이용객을 만족시키고 이용 계층을 확장시킬 수 있는 콘텐츠의 힘이 성패를 가름하는 주요 요인이기 때문이다. 현재 스크린으로 즐길 수 종목은 가장 강세를 보이고 있는 골프와 야구뿐만 아니라 테니스, 승마, 사격, 볼링, 낚시, 당구, 그리고 클라이밍에 이르기까지 약 20여 종이 넘는다. 최근에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화제를 모았던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의 드라마틱한 퍼포먼스로 인해 낯설었던 컬링 종목까지 스크린 스포츠의 인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동안 스크린 스포츠의 이용객은 성인 남성이 압도적인 수적 우위를 차지해 왔다. 그러나 콘텐츠의 다양화와 이용의 편리성에 힘입어 이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우천이나 추위 같은 기후 조건과 무관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인기의 비결이 되고 있다. 또한 스크린 스포츠는 진입 장벽이 낮다. 일례로 스크린 당구는 당구대 위 빔프로젝터 카메라와 센서가 공의 위치를 인식, 인공지능이 점수를 낼 수 있는 경로를 분석하는 방식이어서 경기 방법이나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들도 쉽게 점수를 낼 수 있다. 따라서 스포츠 마니아뿐 아니라 입문자들도 얼마든지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국내 상황의 특수성이 반영된 스크린 스포츠의 산업적 생명력이 얼마나 지속 가능한 것인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시간과 경비를 최소화한 상태에서 자신이 평소 좋아하는 스포츠를 즐기고자 하는 한국인들의 욕구가 스크린 스포츠 열풍을 불러온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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