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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er Pastures

보물이 된 누군가의 쓰레기

Greener Pastures 2024 SPRING

보물이 된 누군가의 쓰레기 우리의 일상은 이미 플라스틱을 배제하고는 살아갈 수 없다. 져스트 프로젝트는 폐플라스틱, 비닐 등의 쓰레기를 편애하고 수집하며, 이를 소재로 일상의 물건을 만든다. 쓰레기가 ‘애물’에서 ‘보물’로 자리매김하는 그날까지 진지하게 연구하고 디자인한다. 리사이클 플라스틱으로 제작한 블록 세트. 4개의 피스가 한 세트로 구성되어 장식품, 비누 등을 놓는 트레이나 티코스터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 져스트 프로젝트 지속적 팽창을 전제로 하는 자본주의는 생산과 소비를 연속시킨다. 이에 따라 과잉 생산과 과잉 소비가 만연해진 시대가 됐다. 생산과 유통, 소비와 폐기까지 이 모든 과정에는 탄소 배출이 수반된다. 기후 위기를 초래한 주요 원인으로 과잉 생산과 과잉 소비가 명백하게 지목된 이유다. 생산과 소비에 윤리적 관점 더하기 탄소 중립으로 향하기 위해 생산과 소비 과정에 윤리적 관점을 곁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 생산 방식에 있어서는 버려지는 자원에 디자인을 더하거나 활용 방법을 바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는 업사이클 문화가 영향력 있는 움직임으로 자리 잡았다. 업사이클은 2002년 미국의 건축가 윌리엄 맥도너(William McDonough)와 독일의 화학자 미하엘 브라운 가르트(Michael Braungart)가 던진 화두다. 이들은 2003년 발간된 『요람에서 요람으로(cradle to cradle)』라는 책을 통해 생태계의 순환 과정을 제품 설계에 적용해 산업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자는 목소리를 높였다. 아직 쓸 만하고 유용한 소재가 쓰레기통으로 들어가 생을 마감하지 않고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기술과 디자인으로 자원순환 아이디어를 모색하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한 편에서는 윤리적 생산이 이루어진다면 윤리적 소비가 수반되어야 한다. 져스트 프로젝트같은 브랜드를 유심히 살펴보는 것도 그 실천의 하나다. 리사이클 플라스틱으로 제작한 큐브형 홀더. 가운데 홈이 있어 명함, 사진, 인센스 스틱 등을 꽂아 사용할 수 있다. ⓒ 져스트 프로젝트 하고 싶은 일로 만드는 변화 자원순환에는 여러 형태가 있다. 간추려 말하면 어떤 물건을 아껴 사용하고, 다시 사용하고, 재활용하는 방법이다. 이 모든 영역에서 활발하고 지속적인 실천이 이뤄져야 탄소중립에 유의미한 순환이 이뤄진다. 져스트 프로젝트는 올해로 12년 차인 기업으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메시지를 꾸준히 전하고 있는 디자인 브랜드이다. 쓰레기를 소재와 자원으로 바라보고 수집하여 쓸모 있는 물건으로 만들어내는 일이 그들의 주요 일이다. 이외에도 업사이클링에 관한 전시와 여러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한다. 또한 매거진을 발행해 자원순환을 위한 생태계를 조망한다거나 다양한 워크숍을 통해 업사이클링 문화를 활성화하는 데 힘쓴다. 져스트 프로젝트의 움직임이 눈에 띄는 이유는 이영연(李永緣, Yi Young-yeun) 대표가 정의하는 브랜드 방향성에 있다. 져스트 프로젝트를 환경 운동의 하나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이들에게는 영감을 주거나, 소비자의 기호와 취향에 따라 필요한 제품을 제안하는 디자인 브랜드로 정의한 것이다. 지구를 지키겠다는 거창한 의무나 의욕이 아니라 정말 하고 싶은 일, 갖고 싶은 물건을 만드는 데 의미를 두는 것이다. 마치 ‘그냥(져스트)’이라는 이들의 이름처럼 말이다. 져스트 프로젝트에서 발행하는 계간지 < 쓰레기 > 는 쓰레기를 좋아하고 모으고 탐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잡지의 표지는 버려진 전단지나 인쇄물 등을 사용하여 같은 표지가 하나도 없는 것이 특징이다. ⓒ 져스트 프로젝트 쓰레기의 변신 져스트 프로젝트가 선보이는 제품들은 어떤 쓰레기를 재활용해 만들었는지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그들이 디자인한 제품을 보면 어떤 쓰레기를 활용했는지가 제품명에서도 드러난다. ‘I was t-shirts’, ‘I was lavel’, ‘I was foil’, ‘I was straw’처럼 말이다. 버려진 티셔츠로 만든 러그, 버려진 라벨로 만든 가방, 버려진 과자봉지와 빨대로 만든 지갑과 파우치 등이다. 이들은 쓰레기가 영감의 소재이자 즐거움의 대상이라고 말할 정도로 쓰레기를 바라보는 관점이 남다르다. 우리가 흔히 먹고 버리는 과자 봉지만 봐도 그렇다. 과자 봉지는 삼중지 이상으로 다른 플라스틱 소재가 접합되어 있어 재활용이 어렵다. 그러나 져스트 프로젝트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과자 봉지는 튼튼하고 방수 기능까지 겸비한 질 좋은 소재다. 버려진 과자 봉지를 활짝 펴고 기름기를 깨끗이 닦아낸 후, 다양한 크기와 용도로 만들어낸 파우치는 생각보다 탄탄하고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여러 종류의 과자 봉지로 만들어진 만큼 결과물 역시 모두 다른 모습, 하나하나 살펴보며 취향에 따라 고르는 재미도 쏠쏠하다. 과자 봉지로 만든 파우치가 ‘I was foil’이라면 ‘I was t-shirts’는 러그다. 한눈에 봐도 탄탄함이 느껴지는 이 멋스러운 러그는 헌 티셔츠를 길게 자르고 손베틀로 직조한 뒤 손수 바느질해 마무리했다. 여기에 사용되는 티셔츠를 고를 때는 면 티셔츠만 선별하기 때문에 완성된 제품 역시 세탁기에 돌려 쉽게 세탁할 수 있고, 소재의 특성상 각기 다른 패턴이 만들어져 유니크한 디자인으로 완성된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손베틀로 촘촘하게 원단을 엮는 제작 방식 덕분에 쓰레기로 만든 러그라는 사실을 차치할 정도로 예쁘고 퀄리티 또한 우수하다. 져스트 프로젝트에게 쓰레기는 자원이고 보물이자, 아이디어의 출발이라는 설명에 수긍이 간다. 플라스틱의 가능성 져스트 프로젝트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단단하게 성장해 온 비결은 비단 쓰레기를 이용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해온 것 때문만은 아니다. 다양한 브랜드와 기업, 사회공헌 팀과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져스트 프로젝트가 가진 역량을 필요한 곳에 적극적으로 발휘해 온 궤적에서 그 비결을 알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2022년 서울 디자인페스티벌에서 노플라스틱선데이와 함께 기획한 플라스틱 전시가 손꼽힌다. 노플라스틱선데이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지속가능한 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힘쓰는 브랜드다. 져스트 프로젝트는 기획으로 참여해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가구/산업 디자이너를 집합시키고 재생 플라스틱을 주제로 각자의 디자인 언어를 반영한 가구를 만들도록 제안했다. 참여 디자이너는 저마다 익숙하게 사용하던 재료 대신 재생 플라스틱 판재를 이용해 아름답고 유용한 가구를 만들어냈다. 이 프로젝트는 참신한 디자인으로 재생 플라스틱에 대한 가능성을 활짝 연 이벤트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환경 기후 문제에서 늘 커다란 문제이자 화두로 다뤄진 폐플라스틱의 기능적이고 심미적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다. 이외에도 NGO단체인 팀앤팀과 함께 만든 다이어리도 인상적이다. 다이어리 커버로 폐페트병을 100% 재활용한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소재를 사용하고 이후 파우치로도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디자인한 것이 특징으로 제품의 탄생부터 폐기까지 생애주기를 고심한 결과다. 이렇게 만든 다이어리의 수익금은 기근으로 어려움에 처한 동아프리카 주민들의 식수 자원을 위해 사용되어 더욱 뜻 깊은 프로젝트였다. ‘Plastics’는 져스트 프로젝트와 노플라스틱선데이가 기획한 프로젝트로, 2022년 10명의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한 작품을 선보였다. ⓒ 져스트 프로젝트 좋은 물건의 재정의 날로 증가하는 어마어마한 쓰레기 문제는 환경 오염과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큰 화두라는 것뿐 아니라 생산과 소비 시스템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갖게 한다. 모두가 탄소중립이라는 공통된 지향점을 향해 방향을 바로잡고 물건을 기획하는 단계, 소재를 고르고 디자인하는 과정, 물건의 쓰임을 다한 후 폐기되는 모든 물건의 여정을 고려하는 것을 기본으로 다양한 시도와 실험이 이뤄져야 할 때다. 져스트 프로젝트는 지난 10여년 간 좋은 물건, 제안하고 싶은 디자인을 정의하고 ‘그냥’ 밀고 나가는 방식으로 행보를 꾸준히 이어왔다. 이들의 방식은 재활용, 업사이클 문화를 더욱 전달력 있게 제시하는 사례로도 인상 깊지만, 소비자들에게 좋은 브랜드의 기준을 다시 생각해 보게끔 한다. 2019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한 예술가의 런치박스‘쓰레기 뷔페’. 품질이 고르지 못해 선택받지 못한 식재료로 만든 식사와 유리, 패브릭, 플라스틱 등 다양한 쓰레기를 취향과 기호대로 고를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 져스트 프로젝트 유다미(Yoo Da-mi 劉多美) 라이터

장난감 순환 공장, 코끼리 공장

Greener Pastures 2023 WINTER

장난감 순환 공장, 코끼리 공장 아이들에게 장난감은 단순한 놀이를 넘어 정서와 신체 발달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도구지만, 쉽게 구입하고 흥미가 떨어지면 또 쉽게 버려진다. 환경 오염과 기후 위기로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문제 의식이 높아지면서 대부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는 장난감 역시 구입부터 수리, 수명 다한 장난감을 처리하는 방식까지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코끼리공장은 미세플라스틱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폐장난감의 분해품을 이용하여 동물 형태의 정크아트를 제작하고 있다. 해당 작품명은 ‘연어떼’이다. ⓒ 코끼리공장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라면 모두 쥐여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하지만 환경 오염과 기후 위기 문제로 인해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문제 의식이 높아지면서 먹고, 마시고, 입고, 노는 모든 생활의 전 영역에서 이제 우리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만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내 아이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도 예외는 아니다. 폐기물이 된 장난감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대부분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다. 환경 영향이 적은 소재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조금씩 변화가 이뤄지고는 있지만, 문제는 쇠, 고무 등 혼합소재가 포함되어 있어 일반폐기물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즉 100%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장난감이라면 일부는 녹여서 재활용할 수 있지만 나사나 전선 등 다른 소재가 더해진 장난감들은 곧바로 매립되거나 소각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장난감이 재활용되지 못한 채 폐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자원 순환이 어렵다는 문제도 있지만 폐기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환경 물질 또한 큰 문제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일은 버려지는 장난감의 양을 줄이고, 최대한 쓸모를 다하도록 하는 데 있다. 장난감의 생애주기에 대해 누구보다 깊이 고민하는 사회적 기업으로는 울산에 위치한 코끼리공장이 있다. 코끼리공장의 시작 21%코끼리공장에 기부된 장난감. 이렇게 모인 장난감은 수리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으로 나뉜다. 수리한 장난감은 취약 아동에게 나눠주고, 불가능한 장난감은 재생 소재로 재탄생되어 사용된다. ⓒ 코끼리공장 ⓒ Elephant Factory 장난감이 버려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아이들이 금세 싫증을 느끼기도 하고, 가지고 놀다 고장 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럴 때마다 얼마간 방치해두다 버려지는 일이 다반사. 세상에는 새로운 장난감이 가득하기에 벌어지는 일이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흥미가 떨어진 재미 없는 장난감을 억지로 가지고 놀게 하는 것 역시 썩 옳은 방법이 아닌 데다, 고장 난 장난감을 고쳐주는 서비스 업체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이는 장난감 대여관을 운영했던 코끼리공장 이채진(Lee Chae-jin 李埰瑨) 대표의 경험담이다. 그는 많은 장난감이 쉽게 고장 나고 더 쉽게 버려지는 모습을 목격한 뒤, 고장 난 장난감을 고치기 위해 제조사나 유통 업체를 찾아봤지만, 600여 개의 제조 업체 중에서 수리 서비스를 운영하는 곳은 5% 남짓이었다고 한다. 이러니 아이들의 장난감이 쉽게 버려지는 소모품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문제의식을 느낀 코끼리 공장 이 대표는 고장 난 물건을 고치는 데 능한 사람들을 불러 모아 어린이집을 돌아다니며 고장 난 장난감을 고치기 시작했다. 일명‘장난감 수리단’이자 코끼리공장의 전신이다. 어린이집에 장난감을 수리하러 가면 고마움의 표시로 장난감을 기부받는 일도 있었는데, 코끼리공장은 이렇게 받은 장난감을 다른 어린이집에 전달하여 필요한 곳에 나누는 순환 활동을 사업화한 것이다. 매년 어린이집이 방역 업체를 불러 실내 공간과 장난감들을 소독하는 점에 착안해 약품만 뿌리고 떠나는 보통의 방역 업체와 달리, 코끼리공장은 고장 난 장난감들을 모아 수리해 주고, 아이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장난감을 기부받는 식으로 장난감을 수거하여 사업 모델을 만들어 나갔다. 그리고 현재 매년 만 개 이상의 장난감을 수거해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만 개의 장난감이라면 적어도 만 명 이상의 아이들의 시간을 풍성하고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소중한 선물이 되는 셈이다. 격차를 허무는 장난감 순환 고장이 난 장난감을 수리하고 있는 코끼리공장 직원들. ⓒ 코끼리공장 아이들은 연령대에 맞는 장난감을 갖고 놀며 발달 단계에 맞는 성장과 발육 과정을 거친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의 아이들이나 복지 예산이 많은 지자체의 보육시설에 다니는 아이들은 좋은 장난감을 다양하게 가지고 놀 수 있지만 취약계층 아이들의 상황은 다르다. 이채진 대표가 장난감을 고쳐주는 봉사단체 장난감 수리단을 사업화해 코끼리공장으로 한 걸음 나아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거한 장난감 중 70%에 달하는 제품을 수리하고 소독하여 넉넉하지 못한 계층의 아이들에게 나눠 준다. 이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여 환경을 이롭게 하는 것뿐 아니라 아이들이 다양한 장난감을 가지고 놀게 함으로써 시기에 맞는 감각을 발달시키고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다. 이렇게 코끼리공장이 전국의 개인과 기관에서 받는 장난감은 매월 40~60톤에 달한다. 봉사활동으로 시작한 작은 단체가 경기, 인천, 울산 등 4개의 사업소를 운영하는 사회적기업이 된 데에는 너무 많은 장난감이 버려지고 있다는 문제의식, 기후 변화로 느껴지는 환경 오염의 심각성, 장난감 순환을 통해 쓰레기를 줄이고 소외계층 아동을 생각하는 사회적 가치에 있다. 장난감의 모험 재생 플라스틱으로 만든 AI 자율주행로봇 ‘코봇’의 조립 과정에는 코딩 요소가 포함되어 있어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 코끼리공장 코끼리공장에 모인 장난감은 여러 방법으로 순환된다. 우선 수리할 수 있는 상태의 장난감은 봉사자들이 정성껏 수리해 새 생명을 얻고 다른 기관으로 기부된다. 고쳐 쓸 수 없거나 색이 바랜 장난감의 경우 꼼꼼히 분해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장난감에서 나온 전선, 나사, 스피커 등 플라스틱을 제외한 소재들은 각각 따로 모아 다른 장난감을 수리할 때 부품으로 사용한다. 나머지 플라스틱은 소재별로 분류하는데, 녹는점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합성수지, 폴리프로필렌, 폴리에틸렌 등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색과 소재에 분류한다. 이렇게 나눈 플라스틱은 잘게 부수고 녹여 또 다른 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장난감 플라스틱은 유해성이 적어 혼합소재만 제대로 분리되어도 10배 이상의 부가가치를 갖는다. 따라서 코끼리공장은 초분광선별기를 이용해 플라스틱 소재를 95% 순도로 분류해 월 300톤 규모의 재생 플라스틱을 생산하고 있다. 이렇게 만든 재생 플라스틱으로 화분, 열쇠고리 등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것도 코끼리공장의 활동 중 하나이다. 또 단체나 가족 단위를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주제의 체험 행사를 통해서도 재활용 플라스틱의 선순환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장난감이 새로운 소재로 순환하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보게 된 아이들은 흥미가 떨어진 장난감을 바로 버릴 것이 아니라 자원으로서 충분히 가치 있고 재사용, 재순환할 만한 물건이라는 점을 배울 수 있게 된다. 자원순환이 만드는 교육 코끼리공장의 친환경 제품 중 하나인 키링은 폐장난감 플라스틱을 재가공한 플레이크로 만들었다. ⓒ 코끼리공장 코끼리공장에서는 더 이상 가지고 놀지 않는 장난감을 가득 안고 오는 아이들을 볼 수 있다. 꼬물꼬물한 손가락으로 기부자에 자신의 이름을 직접 적고, 가져온 장난감을 기부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대견하고 사랑스러워 보인다. 이렇게 기부하고 난 아이들은 코끼리공장에서 수리하고 소독한 장난감 중 하나를 골라 가져갈 수 있게 했다. 기부의 즐거움이 더해지는 순간이다. 더 이상 가지고 놀지 않는 장난감을 휙 버리거나 방치하지 않고 필요한 친구들에게 나눠주는 기부 활동은 분명 아이들에게 큰 배움이 된다. 자원의 소중함, 나눔의 보람, 순환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배우는 경험이 되어 환경 보호, 에너지 절약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유다미(Yoo Da-mi 劉多美) 에디터

당신이 다시 입을 때까지 연구합니다

Greener Pastures 2023 AUTUMN

당신이 다시 입을 때까지 연구합니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 미덕인 패션 산업은 끝없는 재생산과 소비를 부추긴다. 그럴수록 기후 위기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늘 새롭고 특별하면서도 나와 지구의 건강을 지키는 의생활을 어떻게 운영할 수 있을 지 우리 모두 사려 깊은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시입다연구소는 패션산업이 환경에 끼치는 악영항을 알리고 패션의류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스타트업이다. ⓒ 다시입다연구소 번화가를 조금만 걸어 보더라도 언제 누가 다 사 입을까 싶을 만큼 많은 옷들이 상점마다 걸려 있다. 전 세계 어느 도시에나 자리 잡은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새로운 컬렉션을 쏟아내며 유행을 추동하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계절마다 새로운 옷이 대거 만들어진다. 덕분에 우리의 옷장에도 입을 거리는 넘쳐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즌마다 한 번쯤은 ‘왜 이렇게 입을 옷이 없지?’라고 생각한다. 제로웨이스트 의생활을 실천하는 연구소 새로운 옷을 입고 싶어도 패션 산업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이 마음에 걸리는 이들이라면, 버리기엔 아깝지만 더 이상 손이 가지 않는 옷가지가 부담스러운 이들이라면 다시입다연구소를 주목해 보자. 제로웨이스트 의생활 비영리 스타트업으로, 말 그대로 ‘다시 입기’를 통해 패션 산업의 문제점을 깊이 있게 탐구하고 재사용의 의미와 가치를 실천하는 연구소다. 주요 활동인 21%파티는 중고의류를 교환하는 장터이자 잔치로 자원 순환을 모색하는 프로그램이다.‘21%’라는 이름은 대략 우리 옷장 속 방치되는 옷의 비율을 말한다. 참가자들은 옷장 한 편에 방치된 옷들을 가져와 다른 참가자들의 옷과 교환해갈 수 있다. 살 빼면 입어야지 하고 몇 해째 입지 못한 원피스, 큰마음 먹고 구매했지만 어쩐지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액세사리,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구매했지만 막상 다른 옷들과는 매치하기 어려운 신발, 추억이 선연하지만 더 이상 지니고 있기엔 손이 안 가는 옷가지 등이 21%파티의 준비물이다. 그래서 가격표 대신 사연표가 달려있다. 구경하는 재미만으로도 쏠쏠한 이곳은 단순한 쇼핑이라기보다는 누군가의 시간, 옷의 연대기를 들춰보는 흥미진진한 경험이기도 하다. 재활용보다는 재사용 21%파티에 내놓을 의류에 대한 설명과 사연을 적을 수 있는 Goodbye & Hello 태그 ⓒ 다시입다연구소 환경부가 발표한 2021년 전국폐기물발생 및 처리 현황에 따르면 생활폐기물 중 재활용 가능자원으로 분리배출되는 폐의류는 약 11만 8천 톤이다. 여기에 재활용가능 자원으로 분리배출되는 폐섬유류와 종량제방식 등 혼합배출된 폐섬유류까지 더하면 41만 2천여 톤에 달한다. 문제는 지금도 전 세계 공장에서 엄청난 의류가 새로 만들어지고 또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새로움을 추구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다시입다연구소는 이 새로움을 새활용이나 재활용에 두지 않고 재사용에 방점을 둔다. 새활용이건 재활용이건 당장 버려지는 것보다 낫지만 그 역시 재활용, 새활용하는 과정에서 자원이 소모되기는 마찬가지라는 이유에서다. 또한 전 세계 사람들의 옷장 속에 있을 엄청난 양의 옷을 모두 재활용하고 새활용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다시입다연구소는 이미 만들어진 옷을 최대한 오래 입고 최소한으로 버리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고 목소리를 낸다. 그리고 교환을 통해 의료 폐기물을 줄이고 중고 패션 문화를 활성화하는 데 힘쓴다. 다시입다연구소의 연구 의의 다시입다연구소의 주요 활동인 21%파티는 중고의류를 교환하는 장터이자 패스트패션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 지속가능한 의문화를 알리는 장이다. 참가자들은 가져온 의류 개수만큼 교환 티켓을 받아 다른 의류와 교환할 수 있다. ⓒ 다시입다연구소 중고 패션의 매력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그중 가장 큰 기쁨은 예상치 못한 것들을 발견했을 때 오는 즐거움이 아닐까. 예컨대 쇼핑에는 저마다 지형도가 있다. 패션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평소 원하고 추구하는 스타일이 한정되어 있다. 그러나 중고 패션 마켓에는 절대 가보지 않았을 지역, 관심사 밖의 취향과 브랜드, 새롭게 시도해 볼만한 스타일이 넘쳐난다. 또한 유행에 동조할 필요 없이 무궁무진한 시간여행이 가능한 곳이기도 하다. 한두 해 지나면 멋쩍게 느껴지는 시즌 아이템이 아니라 재치와 센스를 더해 나만의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는 곳. 바로 여기가 고루한 의생활이 풍성해지는 지점이다. 게다가 물물 교환으로 이뤄지는 21%마켓이라면 그야말로 뜻밖의 행운을 얻을 수도 있다. 한 번쯤 시도해 볼까 싶었던 옷도 부담 없이 입어볼 수 있고, 환경 문제에 대한 죄책감을 갖지 않아도 된다는 홀가분함은 더 큰 기쁨이다. 새 주인이 내 옷을 가져가 입는 모습을 보며 맺는 관계 또한 특별하다. 참여자끼리 서로의 옷을 나눠 입음으로써 모두가 우려하는 미래를 조금은 희망찬 미래로 바꿔 나가고 있다. 다시입다연구소가 연구하는 것들은 이렇게 대부분의 패션 산업에서 연구하지 않는, 혹은 외면하는 것들이다. 그렇다고 다시입다연구소는 감정적 경험만을 위한 곳은 아니다. 폐기되는 옷의 수명이 연장된다는 사실은 확실하니 분명한 의미가 있다. 옷의 수명이 늘어날수록 폐기하며 발생될 에너지는 줄어들고 물 소비와 탄소 배출량을 더하지 않는다는 점은 우리가 모두 잘 알고 있으면서도 자주 잊는 사실이고 또 모른척하는 현실이다. 그래서 다시입다연구소는 구체적인 수치로 결산한다. 지난 4월, 831명이 모여 10일 동안 진행된 21%파티에서는 전국에서 모인 18개 팀이 참여하고 2,908벌의 옷을 모아 2,239벌을 교환했다. 이는 물 652,601L, 탄소 17,263kg을 절감하는 효과와 같다.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확실한 숫자다. 동시에 다시입다연구소의 연구 의의도 선명해진다. 지속가능을 위한 움직임 Goodbye & Hello 태그를 작성하는 참여자. 이 태그에는 언제 샀고 몇 번을 입었는지에 대한 정보와 떠나 보내는 옷에 대한 작별 인사, 그리고 새로운 주인에게 전하는 인사 등을 적는다. ⓒ 다시입다연구소 다시입다연구소는 21%파티를 통해 시민들의 의생활에 변화를 만드는 동시에 정책과 시스템을 통해서도 변화가 이뤄질 수 있게끔 움직이고 있다. 바로 패션 기업이 재고와 반품을 폐기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다. 입법 운동은 가장 확실하고 영향력 있는 운동이다.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폐기되는 재고 의류, 그러니까 아무도 입지 않은 새 옷을 버리는 이기적인 기업의식을 향한 일침이기도 하다. 2021년 KBS에서 방영한 환경스페셜 <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 에서는 국내 매출 상위 7개 패션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했는데, 7개 기업 중 4개 기업이 “판매되지 않은 재고 상품을 소각한다”라고 밝혔고, 한 곳은 공개 불가를, 또 한 곳은 응답을 거부했다. 단 한 기업만이 소각하지 않는다고 답변한 것이다. 한쪽에서는 다시 입기를 실천하며 기후 환경의 안위를 모색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에너지와 노동력을 낭비하면서 오늘날의 윤리와 의식을 소각하는 아이러니다. 다시입다연구소는 이런 모순을 정책적으로 막기 위해 올해 1월부터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고 지난 4월 ‘재고 및 반품 폐기 행위 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민 1,363명의 서명을 국회의원실에 전달했다. 의생활에 관한 관심이나 즐거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기후 위기가 몰고 올 위험은 지구상 모든 생명체에게 영향을 준다. 아무리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며 만들어지는 제품이라도 엄밀히는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기후 절멸에 향하고 있지 않은지. 의생활에서 새로움을 추구하는 방식은 이제 달라져야 한다. 중고 패션에서 해답을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유행은 끝이 있지만 중고 패션에는 끝이 없기 때문이다. 유다미(Yoo Da-mi 劉多美) 에디터

쓰레기 잡는 트레쉬버스터즈

Greener Pastures 2023 SUMMER

쓰레기 잡는 트레쉬버스터즈 트래쉬버스터즈는 쓰레기 더미를 보고 그저 낙심만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2019년 8월부터 일회용품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재사용 가능한 다회용기 렌탈 서비스를 제안해왔다. 특히 틀에 박힌 환경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아닌 힙하고 트렌디한 감성을 더해 재미있는 놀이이자 하나의 문화로 정착시켰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일회용품으로 인한 환경문제를 해결하고자 2019년 8월 만들어진 트래쉬버스터즈. 이들은 재사용 가능한 다회용기 렌탈 서비스를 제안한다. 다양한 다회용기는 유쾌한 트레쉬버스터즈를 상징하는 키 컬러인 주황색으로 제작되었다. ⓒ 트래쉬버스터즈 환경부•한국환경공단이 발표한 2021년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에 따르면 2021년 폐기물 발생량은 19,738만 톤에 달한다. 매년 국내에서 배출되는 이 거대한 쓰레기 중에서 가장 먼저,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영역은 단연 일회용품이다. 한 번 쓰고 버려지는 플라스틱 일회용기는 분해되는 데 몇 년이 걸린다. 석유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플라스틱은 처리 과정에서 메탄 같은 강력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미세 플라스틱이 땅과 바다로 유입되면 정화가 불가능해진다. 쓰레기로 인한 토양 오염. 해양 오염, 대기 오염은 아주 심각하다. 비록 설거지라는 게 불편하고 귀찮은 일일지라도 일회용품의 편리함을 선택한 대가가 기후 위기라는 점을 떠올려보면 다회용기 사용은 감수해야 할 ‘불편’이다. 버스팅 스코어(Busting Score)는 이용자들이 다회용기를 사용할 때마다 버튼을 눌러 줄인 일회용품의 개수를 전광판에 보여줌으로써 재미를 더한다. ⓒ 트래쉬버스터즈 낙심 말고 트래쉬버스터즈 트래쉬버스터즈는 기업의 사내 카페, 영화관, 축제나 행사장 등 일회용품 쓰레기 문제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출동한다. 이들은 재사용 문화를 통해 함부로 버리지 않는 라이프스타일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 ⓒ 트래쉬버스터즈 고스트버스터즈가 유령을 잡듯 트래쉬버스터즈는 이름 그대로 쓰레기를 잡는다. 축제, 장례식, 카페테리아 등 일회용품이 사용되는 장소라면 주저 없이 출동해서 일회용품 사용을 중단시킨다. 시작은 서울시 산하로 축제를 기획했던 곽재원(郭宰源) 대표가 일하며 마주한 한 장면이었다. 축제가 끝나고 남은 거대한 쓰레기 더미다. 축제에 온 사람들은 각자 최소 3개의 일회용기를 사용하는데, 축제 한 번이 끝나면 3만여 개의 일회용품이 소비되고 버려진다. 만약 일회용품이 아닌 다회용기를 사용한다면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듬해 그는 이 생각을 동료들과 함께 실천으로 옮겼다. 축제에 온 사람들에게 포크와 컵, 그릇 등으로 구성된 플라스틱 식기 세트를 빌려준 뒤 수거까지 책임지기로. 사람들에게 자발적으로 다회용기 사용을 종용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가 되어 식기를 제공하고 수거했다. 사용한 식기를 또 다른 곳에서 재사용할 수 있도록 깨끗이 세척하는 시스템이 뒷받침된다면 일회용품 쓰레기는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다회용이 가능해진다. 곽재원 대표의 의지는 여러 파트너의 마음을 동요시켰고, 2019년 서울 여름의 뜨거운 열기와 청춘의 활기를 느낄 수 있는 음악 페스티벌 ‘서울인기(서울人氣)’에서 처음으로 다회용기 대여 서비스를 테스트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트래쉬버스터즈의 활약은 숫자로 바로 드러났다. 전년도 대비 쓰레기양을 98%나 줄여 쓰레기 없는 축제가 된 것이다. 에코는 힙이 된다 일회용품이 아니라 보증금을 내고 식기를 빌려 사용 후 반납하는 일이라니, 처음 접하는 시스템에 시민들은 당황하기도 했지만, 이것이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것이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일이라는 것에 공감했다. 그리고 용기를 재사용하는 것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충분히 마련된 현재는 보증금을 내고 플라스틱 다회용기를 사용하던 시스템 없이도 자유롭게 사용하고 반납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공감을 기꺼이 행동으로 끌어낼 수 있었던 이유는 사용자 경험에 대한 섬세한 고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다양한 음식 종류를 고려해 디자인한 용기, 컵을 들고 다녀야 하는 상황에서 불편을 덜어줄 목걸이형 컵 홀더, 펼치면 돗자리로도 사용할 수 있는 파우치 등 장소와 분위기에 따라 면밀하게 고려한 아이템들이다. 여기에 활기차고 에너제틱한 이미지의 주황색의 키 컬러는 축제 현장의 활기를 돋우고 영화 〈고스트버스터즈〉를 패러디한 경쾌한 심벌은 축제 현장에 잘 어우러진다. 현장을 서포트하는 스태프들은 이것은 별일이 아니라는 뜻인 캐치프레이즈 ‘It’s not a big deal’이 적힌 작업복을 입고 활보하는데, 여기서 또 한 번 쿨하고 의연한 태도가 엿보인다. 특히 ‘에코’, ‘그린’, ‘친환경’ 같은 틀에 박힌 키워드로 진부하게 호소하지 않는다는 게 마음에 든다. 미스테리하고 힙한 테크노 축제 ‘에어하우스’, 국내 최대 아웃도어 락 페스티벌 ‘펜타포트’, 삼각지(三角地)의 오붓한 멜로디 바 ‘에코’ 등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모인다는 곳을 접수할 수 있었던 이유다. 누가, 어디에서 소비하느냐에 따라 브랜드의 인상이 달라지는데, 좋든 싫든 기후 위기 시대에서 트레쉬버스터즈의 에코는 힙이 된다. 다회용기는 일상에서 이들은 수거 후 세척해서 다시 대여하는 서비스 시스템이 갖춰지면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일은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이를 뜻하는 캐치프레이즈 ‘It’s not a big deal’은 환경문제를 무겁고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게 한다. ⓒ 트래쉬버스터즈 트래쉬버스터즈가 출동하는 곳은 축제 현장만이 아니다. 기업의 사내 카페, 이벤트 현장, 축구 경기장, 영화관 등 출범하자마자 다양한 영역의 클라이언트와 손을 잡고 있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인해 축제가 대거 취소되는 악재가 들이닥쳤지만 그렇다고 쓰레기 잡기를 멈출 수는 없었기에 새로운 장소들을 모색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특히 ESG 사내 문화 도입으로 1년 사이에 두 배가 넘는 사내 카페 고객사가 트래쉬버스터즈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었다. 기업 사내 카페는 축제보다는 대여 규모가 작지만, 꾸준히 이들의 활동을 대중에게 알릴 수 있기 때문에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 사용을 일상화 할 수 있는 기회로서 의미가 있다. 또 세척 시스템을 자동화하고 위생적으로 재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적극 도입해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이러한 전략은 트래쉬버스터즈의 서비스 이용을 자연스럽게 만든다. 이렇게 합리적이고 매력적인 다회용기 사용 시스템이 마련됨과 동시에 이 시대의 변화는 더 적극적으로 일어났다. 그중 서울시 행사에서 일회용품 사용 금지 조례가 만들어진 것이 특히 주목된다. 일회용품을 줄이고 자원을 현명한 방법으로 활용하고자 노력한 민간의 움직임이 사회 시스템과 함께 변화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다. It’s not a big deal!, 냉소주의 버스팅 환경과 기후 이슈에서 유독 냉소적으로 쌀쌀한 말을 얹는 사람들이 있다. 1980년대부터 환경, 반핵, 인권 방면으로 다양한 현장 운동에 참여한 미국의 비평가이자 운동가인 리베카 솔닛(Rebecca Solnit)은 이렇게 불가피한 미래, 과거의 실패를 토대로 한 태도를 ‘순진한 냉소주의’라고 정의한다. 이는 사람들이 무언가가 가능하다는 감각을 잃게 만들고 책임감 또한 접어두게 만든다. 이에 맞서기 위해서는 행동을 부르는 트래쉬버스터즈의 슬로건이 필요하다. It’s not a big deal! 쓰레기 문제는 별거 아니라고, 해결하기에 어렵지 않다는 화끈한 문장이다. 이 메시지는 무력해지더라도 멈추지 않고, 무엇이든 발생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라는 리베가 솔닛의 메시지와도 상통한다. 카페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 없도록 법이 제정되었지만, 여전히 태연하게 종이컵이 사용되고 있으며, 어느 곳은 컵 홀더 대신 종이컵을 두 개나 겹쳐 음료를 내어주기도 한다. 배달 음식을 위한 포장 용기는 점점 다양해지며, 무엇이든 배달되는 혁신의 시대에 포장 폐기물은 날로 늘어간다. 마트나 슈퍼에서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되었지만, 야채 판매대에는 비닐에 가지런히 포장된 제품들이 가득해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기란 쉽지 않다. 냉소가 절로 튀어나오지만 일단 트래쉬버스터즈의 문장을 읊조려보자. 그리고 상기해보자. 우리가 퇴치해야 할 것은 쓰레기뿐 아니라, 미래를 납작하게 만들고, 참여를 위축시키는 에너지, 변화의 마음을 꺾는 이기심이라고. 유다미(Yoo Da-mi 劉多美)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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