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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AUTUMN

완벽한 취향과 미래의 고민을 담아 만든 매거진

『어반라이크』는 일 년에 두 번 발행되는 잡지지만 실체는 무크 또는 단행본에 가깝다. 시작은 매달 발행하는 타블로이드 매거진으로, 도시 감성의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을 주로 다루었다. 김태경 편집장은 대학 시절 우연히 발을 들인 이 일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지나고 보니 선택의 순간마다 자신도 모르게 책을 만드는 일을 선택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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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경(金泰庚) 씨는 도시를 의미하는 ‘urban’에 ‘like’를 더한 만든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어반라이크』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새벽 다섯 시. 그녀는 잠에서 깨어나 ‘새벽에 하는 일’을 시작한다. 이를테면 차를 마시는 일, 음악을 듣는 일, 책을 읽는 일. 잠으로 충전된 몸과 마음이 차와 음악과 책을, 새로운 하루를 오롯이 받아들인다.


학생 기자에서 편집장이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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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주제를 다루는 『어반라이크』는 일 년에 두 번 발행된다. 소모성 잡지 보다는 아카이빙의 기능에 더 충실한 편이다.



도시를 의미하는 ‘urban’에 ‘like’를 더해 만든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어반라이크』의 편집장 김태경(金泰庚) 씨의 새벽시간은 오 년 전쯤 시작되었다. 그전까지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야행성 생활을 이어왔다.

“몸이 좀 안 좋았어요. 건강을 위해 뭔가 하긴 해야겠는데 운동은 귀찮고 건강식을 챙겨 먹는 것도 번거로울 것 같아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보자’라고 마음먹었어요. 밤에 하던 일들을 새벽에 하는 거죠. 그랬더니 몸이 좋아졌어요. 삶의 질도 달라지고 풍성해진 기분이더라고요.”

그녀가 잡지계에 발을 디딘 건 대학교 1학년 때였다. “각 신문사에서 패션 잡지를 만들 때였어요. 학생 기자를 뽑는다는 광고를 보고 엽서로 응모했어요. 친구들이 커피숍 같은 데서 아르바이트할 때, 저는 선배들 서포트하고, 스트리트 패션 취재했는데 그 일이 꽤 재미있었어요.”

전공인 경영학보다 잡지사 일이 신났지만 내심 간직하고 있던 꿈은 따로 있었다. “드라마 PD가 되고 싶었어요. 이 일은 재미있으니까 잠깐 해보는 거지, 그랬는데 제가 졸업하던 1998년도에 IMF가 터졌어요. 그때 어느 잡지사에서 제의가 왔고, 취직하기도 힘든데 잘됐다 싶어 입사했어요. 그때 시작한 이 일을 이 나이 되도록 이 일을 계속할 줄은 그땐 정말 몰랐죠.”

 

취향과 개성을 담은 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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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은 해당 호 주제에 따라 책의 페이지나 크기, 인쇄되는 용지와 표지의 모양새도 매번 달리한다. 늘 만들던 잡지지만, 늘 새롭게 느껴지는 이유다.

 

이후 여러 잡지사를 섭렵하며 패션 에디터, 프리랜서 등으로 일하다가 2009년, 콘텐츠 전략회사 어반북스에 정착하고 2013년 『어반라이크』를 창간했다. 타블로이드판형의 잡지였던 『어반라이크』가 일 년에 두 번 발행하는 지금의 형태로 변화한 것은 2016년이었다.

“패션 잡지사에서 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당시 유행하던 타블로이드 판 형의 잡지를 내게 되었는데, 들어가는 에너지가 많았어요. 꾸역꾸역 매달 마감하다가 어느 순간 이게 맞나 싶더라고요. 독자들은 점점 책을 구입하지 않고, 광고주들은 지면광고에서 웹광고로 옮겨가고…. 그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소장용으로 가는 길밖에 없다. 선택과 집중을 하자’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무크 형식으로 제작하면서 한 가지 주제를 다루게 되었어요. 일 년에 두 번 발행하는 잡지가 매체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그걸 개성으로 봐주시고 다양성으로 봐주셔서 그때 잘 변화했다고 생각해요.”

이후 『어반라이크』는 ‘호텔’, ‘집에서 일하기’, ‘출판사’, ‘문구’, ‘식사’, ‘그릇’ 등 매 호 한 가지 이슈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무크 형식의 잡지로 변모했다. 볼륨과 판형, 인쇄되는 용지도 주제에 따라 매 호 바꿨다. 그 결과 독자들의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면서 한 번 발행한 책은 ‘과월호’가 아닌 ‘단행본’이 되어 꾸준히 팔리고 있다.

 

정형화되지 않은 시스템

‘이게 되나?’ 했는데 ‘이게 되네’ 싶었던 게 또 있다. 출퇴근과 고정인력을 없앤 것이다.

“3년 전 어느 날, 출근하는 것이 즐겁지 않았어요. 감시하려고 기자들을 책상 앞에 앉혀 놓은 것 같고, 매일 출근하는 게 비효율적인 것 같더라고요. 이러려고 조직을 만든 게 아닌데, 그래서 정리했어요. 직장이 없어진 후배들한테는 다른 직장을 주선해 주거나 프리랜서 일을 맡겼어요. 그 후부터는 책의 테마에 따라 그에 맞는 사람을 찾아 외부 팀을 꾸려 책을 만들었어요. 불필요한 인간관계에 신경 쓰지 않고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죠. 그렇게 2년 동안 자유롭게 지내다가 1년 전에 어시스턴트 두 명을 뽑았어요. 프로젝트가 커지면서 일이 많아졌거든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건 아닌지 고민도 돼요. 그런데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도 받지만 사람으로 인해 기운을 얻기도 하잖아요.”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인 요소들을 덜어낸 이후, 기획은 김태경 편집장의 몫이 되었다.

“같이 일을 하는 사람들과 기획을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어차피 아이덴티티는 제가 가지고 있는 거잖아요. 결국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거니까요. 아이템이 정해지면 그걸 토대로 해서 세부 기획안을 받고, 역할을 분담하고, 각자 취재해서 원고를 넘기면 제가 취합해서 디자이너에게 보내요. 아이템은 늘 정리하고 있고요."

프로젝트 에디터들은 매번 바뀌지만, 사진작가 한 명과 디자이너 두 명은 십 년째 함께 해오고 있다. 형식과 돈에 얽매이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해보자는 뜻이 통한 이들이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어반라이크』의 정체성은 탄탄해졌다. 틀 속에 갇힌 조직이 아니라 밖을 향해 활짝 열려 있는 시스템이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안주하지 않는 삶을 위한 질문

그녀의 라이프스타일 역시 대다수의 직장인들이 공유하는 일상에서 벗어나 있다. 출근도 퇴근도 없고 회식도 야근도 없다.

“회의는 화상으로 하고 다른 업무는 이메일 등으로 처리해요. 경기도에 『어반라이크』 사무실이 있어서 자료와 책들은 그곳에 보관하고, 서울에도 사무실이 하나 있어요. 사무실은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나가고, 외부 미팅이 일주일에 두어 번 있어요. 주 4일 이상은 일을 하지 않아요. 장소가 어디가 됐든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돼요. 언제든지 일을 그만둘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요.”

이 말의 숨은 뜻은 ‘안주하지 않겠다, 언제든지 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걸음을 멈추고 ‘나는 왜 아직 이 일을 하고 있을까, 어떻게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일도 종종 있다.

“무리하지 않아요. 모든 걸 쏟아붓지는 않아요. 예전에 잡지사에서 일할 때 너무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내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나 자신이 소진되지 않도록 몸을 사려 왔던 것 같아요. 솔직히 독자를 생각해서 만드는 건 아니에요. 너무 제가 하고 싶은 것만 했나 싶지만 그래서 버틸 수 있었고 질리지 않고 오래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나는 좋은 편집장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도 얻었다.

“저는 글을 특별히 잘 쓰는 것도 아니고 인터뷰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아는 게 많지도 않고 모든 게 중간이에요. ‘모든 걸 다 잘 알아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고민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잘하는 사람을 찾아서 일을 맡기면 되는 거라는 결론을 내렸죠. 그릇’에 대한 책을 만들기 위해 그릇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요.”

 

이루고 싶은 꿈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하고 집중하며 살아온 그녀의 다음 스텝은 무엇일까? 그 즐거운 고민이 깊어지고 무르익는다.

“한 분야에서 무언가를 이룬 사람들을 인터뷰해 보니, 그들의 마지막 정착지는 정원 아니면 서재였어요. 저는 식물 키우는 것엔 재능이 없으니, 정원은 아닌 것 같고, 책을 읽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궁극적으로는 도서관이에요. 얼마 전 출장에서 헬싱키에 있는 도서관에 갈 기회가 있었는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전형적인 모습이 아니었어요. 아이들이 보드를 타고 놀고 있고 몇몇 사람들은 잔디밭에 누워서 책을 읽는 등 놀이터처럼 즐겁고 감각적인 공간이었어요. 저도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여행 갈 때마다 책을 엄청나게 사 오는데 혼자 갖고 있는 게 무슨 소용이겠어요. 서울과 가까운 곳에 그런 도서관을 만들어서 도서관 할머니로 살고 싶어요.”

『어반라이크』의 다음 스텝도 있다.

“해외에 진출하는 게 목표예요. 그래서 해외 도서전 같은 데 참가하고 있어요. 그리고 한 권의 책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에요. 책을 만드는 일은 컵 하나를 만드는 일보다 훨씬 어렵고 복잡해요. 그런데 가성비는 컵이 훨씬 높죠. 효율적인 방식을 찾아야 해요. 비즈니스로도 성공하고 싶어요. 잡지 업계에 예전 같은 의 호시절은 다시 오지 않겠지만 뭔가 찾아보고 싶어요. ‘이것도 지겨운데’, ‘하다 보니 비슷해지는데’라는 느낌이 올 때, 거침없이 변화하기 위해 늘 생각하고 있는 거죠.”

『어반라이크』는 ‘어떻게 하면 도시에서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품고 태어났다. 그에 대한 답을 김태경 편집장은 갖고 있을까?

“제가 지향하는 것은 중간이에요. 위와 아래 사이, 경계, 가운데에 있는 중간층에 대한 고민이 부재하다고 생각해요. 보편적인 것에 대한 콘텐츠, 메시지가 없어요. 그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선택지도 없어요. 그런 걸 찾아가고 있어요. 도 아니면 모가 아니라.”

중간을 탄탄하게 채우면 도시에서 잘 살 수 있다. 매일 새벽, 그녀는 오롯한 혼자의 시간 속에서 그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자신을 위하여, 자신만의 방식으로. 김태경 편집장이 찾아낸 방법은 또 어떻게 변주되고 확장될까? 마음에 품을 즐거운 기대가 하나 생겼다.

 

황경신(Hwang Kyung-shin 黃景信) 작가
한정현(Han Jung-hyun 韓鼎鉉) 사진 작가(Photograp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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