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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AUTUMN

Books & More

『캐비닛(CABINET)』

김언수 작, 션 린 할버트 번역, 299쪽, 9.99 파운드/15.99 달러, 노팅햄: 앵그리 로봇 출판사 (2021)

비밀스런 자료에 담긴 변종 인간 이야기

도시 한복판의 한 연구소 4층에는 평범한 캐비닛이 놓여 있다. 캐비닛 13호다. 그 속에는 포스트휴먼 종으로 진화하는 특징을 보이는 ‘심토머’에 관한 375개의 자료가 있다. 어떤 이들은 휘발유, 유리, 철 같은 물질로 연명한다. 또 다른 이들은 몸에서 이상한 것들이 자란다. 한 사람은 손가락에서 은행나무가 자라고, 한 여자는 혀에서 도마뱀이 자란다. 또 ‘타임스키퍼’가 있는데 이들은 몇 날, 몇 개월, 심지어 몇 년 동안 사라져 버리는 듯하다. 그리고 ‘토포러’는 놀랄 정도로 긴 시간 동안 잠을 잔다. 어떤 이들은 자신의 과거를 좀 더 멋지게 만들기 위해 기억을 편집하고, 또 어떤 이들은 외롭게 우주로 라디오 메시지를 보내며 밤을 보낸다.

연구소 행정과 공덕근 대리는 어느 날 우연히 13호 캐비닛을 보게 된다. 무료함과 호기심으로 캐비닛 속을 들여다보게 되는데 캐비닛을 관리하는 권 박사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줄 꿈에도 모른다. 몰래 캐비닛을 열어본 것에 대해 벌을 주는 대신 권 박사는 자기 조수로 일하길 공 대리에게 요청한다. 권 박사는 심토머들이 현재의 인간 모습을 대체하는 진화한 인간 종이며 미래의 인류가 될 것임을 알고 있다. 그가 원하는 건 이들이 괴물로 분류되지 않는 것뿐이다.

공 대리는 파일을 다루고 심토머들을 응대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이 과정에서 그들에 대해 알게 된다. 하지만 권 박사가 중병에 걸리고 공 대리가 모든 일을 감당하기 힘들게 되자 프로젝트 진행이 어렵게 된다. 유언집행주식회사라고만 알려진 한 그림자 조직이 공 대리에게 접근하는데 이들은 심토머를 괴물이 아니라 기회로 간주한다. 이 조직이 원하는 건 정확히 무엇일까? 권 박사는 그동안 무엇을 숨겨온 것인가? 결정을 내려야 할 시간이 오면 공 대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캐비닛』은 어떤 책이라고 정의하기 힘들다. 과학과 마술, 인본주의와 포스트휴머니즘 사이를 오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인간이라는 존재가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현대적인 도시 사회에서 성공한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 질문하게 만든다. 심토머들이 기이하게 보이긴 하지만 놀랍게도 그들 속에서 우리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몇 년의 시간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어느 순간 놀라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소셜미디어라는 광활한 공허 속으로 메시지를 보내며 그곳에 정말 누군가가 있는지 혹은 우리가 정말 이 세상에 속해 있는지 의문을 품지 않은 사람이 있는가? 한 챕터에서는 보통의 사람들이 도시에서 살아내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이들 모두 자신 역시 심토머가 아닌지 묻는다. 일화들을 읽다 보면 심토머와 비심토머의 차이는 종류의 차이가 아니라 정도의 차이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물론 이런 해석은 전체에 대한 일면일 뿐이다. 쉬운 대답에 유혹될까봐 공 대리는 이야기에 아무런 도덕이 담겨 있지 않음을 상기시킨다. “우리는 무슨 일에서건 교훈을 찾으려 하고 잠언을 얻으려 하지만 교훈과 잠언은 결코 우리의 인생을 바꾸지 못한다.” 우리는 각각 자신에게 고유한 방식으로 우주와 연결되어 있다.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Invisible Land of Love)』

마종기 작, 조영실 번역, 112쪽, 16.95달러, 뉴저지: 호마 앤 시키 북스 (2022)

이주가 바꾼 모습

시인 마종기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가 시와는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1939년 도쿄에서 태어난 그는 청소년기에 해방과 한국전쟁을 경험했다. 의학을 공부한 후 1966년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의사 생활을 했고 그곳에 거주하는 동안 그의 첫 책이 1980년에 한국어로 출판되었다. 그의 시는 세상 곳곳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중 타지에서 의사로 살았던 그의 삶이 작품에 큰 영향을 주었다. 예를 들어 중국 철학자 장자를 기억하게 하는 시 「나비의 꿈」은 타지에서의 삶을 꿈으로 묘사한다. 다른 시들에서 그의 꿈을 채우는 건 가끔은 달콤하고 가끔은 씁쓸한 한국의 기억들이다. 그의 시에서 우리는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방황하는 영혼의 동요를 읽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의학박사 마종기의 의사로서의 경험 역시 시에 영향을 주었고 「퇴원」, 「증례 6」, 「제3강의실」과 같은 시들은 삶과 죽음의 얽힘에 대한 치열한 성찰을 보여준다.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시인은 생명을 연장하고 가능하게 했지만, 그에게 가장 강렬한 정서적 충격을 준 건 죽음으로 잃은 환자들이다. 의사인 그가 냉정하고 차갑기도 할 거라고 기대할지 모르지만, 내면의 시인으로서 그는 세상에 대한 의미를 - 이성적으로가 아니라면 감정적으로 - 이해하려고 한다. 그의 시는 몇십 년을 거슬러 와서 여전히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동아시아연구원

http://eai.or.kr/new/en/main

지역 문제를 다루다

동아시아연구원은 지역이 맞닥뜨린 다양한 정치적 문제를 천착하는 한국의 중요한 정책연구소이다. 남북한 관계, 한일 관계, 그리고 미〮중 간의 전략적 경쟁이 지역의 다른 국가에 미칠 영향 등이 연구소가 다루는 이슈에 속한다. 지역의 전문가가 함께 모이는 세미나와 포럼, 주요 연구를 발표할 수 있는 저널(글로벌 NK 줌 & 커넥트와 같은 웹저널), 학술서 출간, 다른 국가들과의 협업 프로젝트, 공공정치 전문가의 새 세대 육성과 지원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제공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홈페이지에는 해마다 활동 내용에 대한 자세한 보고가 제공되고 이 외에도 연구소는 소셜 미디어 활동도 한다. 유튜브(http://youtube.com/c/EAIkorea)에 온라인 세미나, 회의, 강의 등을 업로드하고 있으며, 인스타그램에도 포스팅하고 있다.



찰스 라 슈어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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