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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WINTER

‘단과 조엘’과 함께해요

그들은 자신의 주 매체인 유튜브를 통해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국인인 다니엘 브라이트와 조엘 베넷은 잠시 시간을 내어 낯선 이들에게 다가가 식사를 하거나 술 한잔하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다.

영국에서 온 브라이트와 베넷은 유튜브 ‘단앤조엘’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서 새로 업로드 할 영상 촬영을 준비하던 중에도 지나가는 이웃들과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네거나 안부를 묻는다. 그들은 이런 평범한 일상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다니엘 브라이트와 조엘 베넷은 서울 마포구 연남동 골목길에 있는 한 카페 야외에 앉아 영상 촬영을 준비하고 있었다. 햇볕 좋은 가을날의 늦은 오후였다. 이들은 런던에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주최하는 한류 행사를 홍보하기 위한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곧 런던으로 떠날 예정인데, 지난 5년간의 한국 생활을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다. 지나가는 모든 사람에게 인사를 하며 카메라를 설치하고 있을 때 나이 든 신사가 영어로 수다를 떨기 위해 멈추어 섰고, 야쿠르트 아줌마가 전동 카트를 타고 지나갈 때는 손을 흔들었다. 베넷은 “한국에 살며 사랑하는 순간들이 바로 이런 것들이에요”라고 말한다.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
이런 순간들은 아주 평범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것이 아이디어의 전부다. 브라이트와 베넷은 유튜브 채널 ‘단과 조엘’을 운영하고 있고, 그들의 영상은 누구나 사람들에게 나눌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는 단순한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

2017년 한국에 왔을 당시, 처음에는 스테레오 타입의 콘텐츠를 만들었다. 돌아다니면서 카메라를 보고 이야기하고, 또 다른 외국인 두 명이 한국에서 재미있게 지내는 모습을 찍는 식이었다. “이런 형태의 촬영을 계속하다 보니, 한 발짝 물러서서 한국을 좀 더 깊게 관찰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신에 대한 우리의 믿음 덕분이었고, 우리가 어떤 콘텐츠를 만들기 원하는지를 신에게 물어보며 보냈던 시간이었어요”라고 베넷이 회상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영상 스타일과 방향이 바뀌는 계기가 된 두 개의 콘텐츠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다. 어느 날 브라이트는 조엘이 영상을 찍는 동안 야외 테이블에서 김치찌개를 만들었다.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바로 그 순간부터 상호작용이 시작되었죠. 브라이트가 한국어를 할 수 있는 데다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이어서 가능했어요”라고 베넷이 말했다.

또 다른 하나는 광장시장이 문을 닫을 때쯤 그곳을 떠나려고 했는데, 한 남성이 소주 몇 병을 앞에 두고 가판대에 앉아 있는 걸 봤을 때였다. “그 남자가 조금 슬프고 외로워 보였어요.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감정이었죠”라고 브라이트가 말했다. 베넷이 영상을 찍는 동안 브라이트가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우리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더 이상 카메라를 보고 있지 않았어요. 저와 그 사람이 술 한잔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죠”라고 브라이트가 말했다. 이 순간이 특별한 막간의 시간이었음을 그들은 나중에 깨달았다. 이후 영상은 다큐멘터리 형식을 닮아가기 시작했다. 베넷이 말하듯 ‘순간을 억지로 만들어내려고 하기보다 순간을 포착하면서’부터였다.

두 사람은 폐지를 주워 간신히 살아가는 한 여자 노인이나 서울역에 살고 있는 노숙인 남성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주목하게 되었고, 이를 영상으로 찍게 되었는데 브라이트가 이들과 함께 앉아 식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식이었다. 한국에 오기 전부터 브라이트는 노숙인을 보면 항상 멈춰서 그들과 이야기를 나눴다고 베넷이 말했다.

브라이트는 영상에 달린 “아, 그건 너희들이 외국인이어서야”, “콘텐츠가 필요해서 하는 거잖아”라고 달린 댓글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렇게 말하면 좀 웃기지만, 콘텐츠가 맞긴 하죠. 마치 내가 이 의자에 앉은 건 이 의자에 앉기 위해서라고 말하는 것과 같죠”라고 생각에 젖어 말했다. “하지만 우리의 콘텐츠가 너무 도발적이거나 격렬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사회적 이슈에 대해 이야기할 때, 사람들이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말하지는 않아요. 저는 사람을 만나는 것에 더 관심이 많아요. 그 노숙인이 서울역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이 흥미롭긴 하지만 그게 그의 정체성은 아니었어요.” 시청자들은 단과 조엘 영상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종종 그들의 따뜻함, 깊이, 그리고 영상미에 대한 댓글을 남긴다.

둘의 삶을 수렴하다
브라이트와 베넷은 둘 다 알고 있던 조시 캐롯이라는 친구를 통해 만났는데, 그 친구는 ‘Korean Englishman’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그의 영상에 출연했었고, 이후 둘은 뭔가 다른 것을 해보기 위해 자신들의 유튜브 채널 운영을 시작해보기로 했다. 이 일이 그들을 한국으로 향하게 했다.

영상에서 나타나는 다큐멘터리적 요소는 이들의 스킬과 관점 때문이다. 베넷은 런던 커뮤니케이션 대학에서 영화와 영상을 공부했다. 2010년 졸업 후 그는 마케팅 목적으로 민족지학적 영상을 만드는 회사에서 일했다. “예를 들어 이를 닦는 모습을 찍는 것 같은 일상적인 영상들이었죠. 그래도 다양한 인구 통계적 성격을 띠었어요. 빈민가에서 부유한 지역까지, 유럽, 아프리카, 중국 등…. 이 일을 통해 무언가를 그저 표면적으로 보지 않게 되었어요”라고 말한다.

브라이트는 2019년 같은 학교에서 온라인으로 포토저널리즘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그전에는 SOAS 런던 대학교에서 한국학과 언어학을 공부했고 졸업 후 2년 동안 KOTRA 런던 무역관에서 일했다. 북 웨일스의 바닷가에서 자라는 동안 그는 한국에 대해 꽤 잘 알게 되었다. 그가 다닌 교회 목사의 부인이 한국인이었고, 2012년 교환 학생으로 처음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반면 베넷은 2002년 월드컵이 열리기 전까지 한국이라는 나라가 존재한다는 것을 거의 몰랐다. 비보잉에 한창 관심이 있던 그는 막연하게 한국에 많은 스트리트 댄서가 있을 거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친구를 통해 2011년 포항에서 4주간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되었다.

이들은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자극적이고 재미만을 추구하는 영상을 촬영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유튜브는 전하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통로다.

 

한국인이라는 것?
카메라는 ‘우리 친구들(Woori Mates)’ 시리즈를 위해 한국에 있는 외국인 친구들을 향하기도 했다. 이때 대화를 나누는 형식은 같았다. 그들이 다루는 주제 중 하나는 ‘내가 과연 한국인이 될 수 있을까?’였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인 이주자들은 수십 년간 자신들이 이주한 나라에서 잘 북 웨일스의.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한국에서 정체성 이슈에 대해 토론하는 걸 듣는 건 신선했다.

베넷에게 한국에서 산다는 것은 영국인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 “저는 런던 근처 베드포드라는 다문화 사회에서 자랐어요. 제 친구들 대부분은 혼혈이었고요” 작년에 그가 비자 문제로 영국으로 돌아갔을 때 진짜로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브라이트가 ‘너는 네가 한국인이 되었다고 생각해?’라고 물었어요.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제가 그곳을 떠났을 때의 나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는 현재 필리핀에서 자란 한국인 여성과 약혼한 상태고 ‘제3문화’ 아이들이 어디에 속하는지에 대한 토론은 그들 콘텐츠의 한 부분이다.

이 주제에 대한 브라이트의 견해는 한글로 쓴 그의 책 제목 『저 마포구 사람인데요?』에 요약된 듯하다. 이 제목은 “당신은 어디서 왔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그는 “마포구는 제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정착한 곳이고 현재 제가 사는 곳, 유튜브를 만들기 시작한 곳, 저희 아이가 태어난 곳입니다.”라고 말한다.

브라이트의 아내는 한국인으로 두 사람은 런던에서 만났다. 부부에게는 아누라는 어린 아들이 있다. “저는 아이가 ‘오, 나는 진짜 영국인이야’, 혹은 ‘오 나는 진짜 한국인이야’라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라요. 저는 정체성 문제가 그에게 너무 큰 문제가 되지 않기를 바라죠. 저는 정체성이란 본인이 자신에 대해 느끼고 본인이 어떻게 사느냐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들이 카메라를 자신들에게 돌릴 때면 서로 다른 인종과 문화권 사람들의 데이트와 결혼, 한국에서 영국인 아버지로 살기, 타투, 기독교 신앙, 그리고 음식과 같이 자신들의 삶과 밀접한 이슈들에 대해 토론한다. 가끔 한국어를 하기도 하고 또 영어로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두 언어의 외국인 악센트와 사투리가 재미를 더한다.

브라이트와 베넷은 유튜브를 통해 종종 진솔한 이야기를 꺼낸다. 외국인으로서 한국에서 살아가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나, 폐지를 주우며 생계를 유지하는 노인이나 노숙자와의 식사 등을 담기도 한다. 화려한 영상이나 주제도 좋지만, 이야기에 힘을 싣는 건 결국 사람이라고 말한다.
ⓒ DanandJoel

 

음식으로 연결되다
음식은 ‘단과 조엘’ 유튜브 콘텐츠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대부분의 영상에 등장하고 때로는 중심 주제가 되기도 하며, 가끔은 배경이 된다.

“어릴 때부터 저는 정말 음식을 좋아하지 않았어요”라고 베넷이 말했다. 어느 시점에 그는 고기 먹는 것을 중단했고, 버거 식당에서 열린 친구의 생일 파티에서 야채 버거를 주문했을 때 놀림 받았던 일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러다 한국으로 왔어요. 그리고 바비큐를 처음 먹었던 때를 결코 잊지 못할 겁니다. 정말 깜짝 놀랐어요. 근데 음식보다도 한국인들이 음식을 먹는 방법, 함께 먹는 모습이 더 특별했어요. 테이블 주위에 함께 둘러앉아 고기를 굽거나 찌개를 같이 먹는 식문화 같은 것들은 저에게는 엄청난 문화적 충격이었지요.”라고 말했다.

브라이트의 경우는 정반대였다. “저는 음식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정에서 자랐어요. 거의 모든 식사가 있기 전에 우리는 ‘오늘 메뉴가 뭐야? 오늘은 뭘 먹지?’라고 했을 정도였죠. 모든 식사에 아주 열정적이었고 너무 중요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어요. 저는 음식이 정말 중요한 환경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한국의 음식 문화를 정말 제대로 누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의 아내는 그의 음식 사랑을 함께 나누고, 두 사람은 음식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음식은 아주 소중하고 제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라고 브라이트는 말한다.

음식을 두고 같이 앉아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아주 단순하지만, 굉장히 매력적이다. 단과 조엘의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는 31만 명(2022년 11월 기준)이다. 사람들은 이들이 엄청난 돈을 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채널이 계속 유지될 수 있는 건가요?”라고 질문하자 그들은 웃음을 터뜨렸고, 베넷은 “아뇨!”라고 말한다. “저도 동의해요”라고 브라이트가 맞장구를 쳤다.

그들은 프리랜서 작가 일과 영화 일을 통해 수입을 보충한다. 브라이트는 토끼 소주의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프로듀서로 파트타임 일을 하기도 하고 베넷은 개인 유튜브도 운영한다. 5년 동안 256개의 영상을 만든 지금, 두 사람은 이제 변화의 단계에 있다. 이들은 스스로를 유튜버보다는 유튜브를 플랫폼으로 이용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라고 생각한다. 이제 두 사람은 계속해서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지,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을지, 그리고 중단할 때가 되었는지를 고민한다. 채널 구독자들은 용기를 주면서 중단하지 말라고 댓글을 단다. 지금으로서는 적어도 한동안 더 많은 이야기를 계속 나눌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조윤정(Cho Yoon-jung 趙允貞) 프리랜서 작가, 번역가
허동욱(Heo Dong-Wuk 許東旭)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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